제목 | [미사] 말씀 전례 때 성서 대신 다른 글을 읽을 수 있나요? |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8-13 | 조회수1,757 | 추천수0 | |
말씀 전례 때 성서 대신 다른 글을 읽을 수 있나요?
신자 한 사람이 피정을 갔습니다. 몇 분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그 피정에 참석하고 계셨습니다. 훌륭한 강의, 잘 짜여진 계획표! 만족스럽게 참석하던 이 신자분, 미사 시간에 당혹스런 광경을 목격하고는 피정이 끝날 때까지 분심에 사로잡혔답니다. 그 까닭은 말씀 전례 때 성서 대신 한 시인의 시(詩)를 낭독하였기 때문입니다. "피정 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좋게 생각하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왠지 계속 꺼림칙한 기분이었습니다. 피정에 참석한 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참신한 아이디어 아니예요?"라는 대답을 듣고는 자신이 고루하고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그런가보다고 일단 접어 두었다 합니다.
전례의 쇄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많은 사람들은 전례의 쇄신, 즉 전례를 더 이상 고리타분한 형식으로 놔두지 말고 우리 삶과 연관된 전례, 무엇인가 찡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전례를 만들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소모임 전례, 성체와 성혈을 함께 영하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간단한 목례보다 서로 안부 인사 나누기, 그날 성서를 미리 읽기 등등 신자들의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미사 참여를 위한 많은 방법들이 제안되고 시험적으로 시도되기도 하면서 좋은 열매도 맺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전례에 대한 강박감
전례가 무엇인지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시작된 "전례 쇄신 운동"은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치 준비운동 없이 수영을 시작할 때 다리에 쥐가 나서 곤란을 겪듯이. 신자들은 신자들 나름대로 고리타분하지 않은 전례, 미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전례를 사목자들에게 은연중 요구합니다. 매일 같은 형식의 미사에 수년간 참여하다 보니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신자들보다 더 전례의 변화를 바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씀 전례의 핵심
이러한 새로운 전례에 대한 갈망은, 미사중 성서 대신 다른 글들을 읽고자 하는 일부 사람들의 시도로 표출되었습니다. 뜻깊은 시(詩), 현시대를 풍자한 글들을 통하여 죽은(?) 성서 말씀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 감동적인 내용의 비디오를 보거나 음악을 들음으로써 무미건조한 성서 말씀을 들을 때보다 하느님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미사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씀 전례의 핵심은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또한 이 말씀에 대해 감사와 찬미의 정을 드러내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 무엇으로도 하느님 말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성찬례는 파스카 신비, 즉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및 부활 신비를 기념하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신 구원 사업을 찬미하고 나아가 우리 또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성부의 뜻을 좇은 그리스도를 본받을 것을 다짐하는 순간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청을 드리는 것보다 우리의 인간적인 감동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성찬례중 하느님 말씀인 성서 대신 다른 글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신자 상호간의 대화와 감정의 나눔을 원한다면 성찬례에서가 아니라 다른 기회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미사는 결코 인간끼리의 친교에만 초점을 맞춘 잔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