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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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27 조회수403 추천수6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움살이 풍경 (36)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마다          




태안본당 공소 시절, 내 중학생 때였습니다. 서산본당에서 신부님이 오셔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려고 경당 안으로 들어서니 문 가까이 ‘복사’님이 서 계셨습니다. 태안에 와서 공소를 세우고 교회의 기초를 닦으신 성백석 루까 복사님은 당시 60대 노인이셨지요. 나는 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복사님은 내 인사도 받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천주님이 계시는 성당 안에서는 사람한테는 인사를 하지 않는 법이야.”
 
 나는 적이 무안했지만, 그 말뜻을 금방 이해하였습니다. 잘 명심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지요.

그 후로 나는 성당 안에서는 아무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성당 안에서 노인을 뵙게 되면 인사를 하려고 했다가도, 그때마다 복사님의 말씀이 떠오르곤 해서 인사를 그만두다 보니 그것은 차차 버릇이 되어 버렸습니다.

1964년 태안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된 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더불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우선 제대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성당 벽에 붙듯이 제대가 설치되어 사제께서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지냈는데, 어느 날부터 제대가 벽에서 떨어지더니 사제께서 신자들을 마주보고 미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성체 전의 ‘평화예식’이 좀 더 확실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진심으로 축복합니다”하며 옆 사람끼리 고개만 숙였는데, 1980년대 중반 이후 “평화를 빕니다”로 바뀌면서 전후좌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악수를 하는 풍경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결 정답고 즐겁고 생동감 있는 미사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는 가끔 옛날 ‘성 복사님’ 생각이 납니다. 사제께서 신자들을 마주보고 미사를 지내시며 영성체 전에 신자들이 서로 ‘확실하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도, ‘하느님이 계시는 성당 안에서는 사람한테 인사를 하지 않는 법’이라는 성 복사님의 그 고정관념과 관습은 전혀 변하지를 않았지요. 고등학생 시절 또 한 번 성당 안에서 복사님께 인사를 드렸다가 다시 꾸중을 들었던 기억도 생생하답니다.

그 후 나는 사람의 고정관념과 관습이라는 것은 대개 너무도 완고하여 시대의 변화와 전혀 상관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관습의 틀을 깨는 변화 운동은 언제나 지속되기 마련입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바윗돌에도 구멍을 내는 물의 흐름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늘 변화 속에서 살게 되어 있습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2월 27일(연중 제8주일) 제2072호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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