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을 섬기는 학원" - 3.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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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3-02 | 조회수568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2 연중 제8주간 수요일 집회36,1-2.5-6.13-22 마르10,32-45
"주님을 섬기는 학원"
오늘은 ‘섬김’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봉사하다’라는 한자말보다 순수한 우리말인 ‘섬기다’라는 말이 친근하고 정답게 느껴집니다. ‘섬기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1윗사람이나 어른을 모시어 받들다. 2남을 아끼다’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새벽 시편 성무일도 중 ‘섬기다’란 말이 나온 구절입니다.
“온 땅은 춤추며 하느님을 기리라.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섬겨라.”
“아비가 자식을 어여삐 여기듯이, 주는 그 섬기는 자들을 어여삐 여기시도다.”
“주님의 자비는 언제나 한결같이, 당신을 섬기는 자에게 계시도다.”
지난주일 복음의 서두 말씀은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였습니다. ‘섬기다’와 연결되는 말이 ‘찬미하다’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찬미하라. 내 영혼아 한 평생 주님을 찬미하라. 이 생명 다하도록 내 하느님 기리리라.”
‘찬미하라.’ 대신 ‘섬기라’를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찬미의 섬김입니다. 평생 주님을 찬미함으로 주님을 섬기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오늘 집회서의 기도도 온통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게 해 달라는, 주님을 알아 섬기게 해달라는 소원의 기도입니다.
“주님, 당신 말고는 어떤 신도 없다는 사실을, 저희가 아는 것처럼 그들도 알게 하소서.”
“주님, 이 세상 만민이 당신께서 영원하신 주 하느님이심을 깨닫게 하소서.”
영원하신 주 하느님이심을 깨달아 알 때 저절로 주님을 섬기고 찬미하는 삶입니다. 주님을 섬기는 삶, 이게 우리 삶의 모두입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당신의 수도원을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 정의합니다. 분도 수도원뿐 아니라 믿는 이들 공동체 모두가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졸업이 없는 평생학인으로 각자 몸담고 있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인 공동체에서 주님을 섬기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을 섬기기는 쉬운데 이웃을 섬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 주님을 섬기는 이들은 이웃을 섬깁니다. 주님을 섬기듯 이웃을 섬깁니다. 이렇게 주님을 섬기듯 이웃을 섬길 때 진정 주님을 섬긴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제자 공동체를 대변하여 호기 있게 대답한 베드로였지만 본의 아니게 거짓이었음이 들어납니다. 재산은, 가정은, 이성(異性)은 버렸을지 모르지만 교묘히 숨어있는 ‘자기’는 버리지 못했습니다. 식욕과 성욕과 물욕은 버렸을지 모르지만 허영과 교만의 자기는 버리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수난예고에 동문서답하는 불통의 제자들입니다. ‘자기’생각으로 가득했기에 주님의 말씀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했고 급기야 자리 문제로 다툼이 일어납니다. 보이는 모든 것을 버렸지만 내면의 군림하고 싶고, 다스리고 싶고, 대접 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섬김 받고 싶고, 자리 잡고 싶어 하는 ‘자기’는 버리지 못했습니다.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며 풀어야 할 평생 숙제입니다. 영적 스승이신 주님의 명쾌한 지적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우리를 섬기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섬기는 우리들만 있는게 아니라 우리를 섬기는 주님도 있습니다. 놀라운 복음입니다. 주님을 섬기듯 자기를 버리고 이웃들을 섬기라는 말씀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이웃을 섬기는 일이 바로 주님을 섬기고 주님을 따르는 길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것을 배우는 곳이 주님을 섬기는 학원인 믿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이 학원 안에서 형제들을 섬김으로 주님을 섬기고 형제들을 통해 주님의 섬김을 받는 우리들입니다. 형제들 없이는 주님을 섬길 수도 없고 주님의 섬김을 받을 수도 없는 우리들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시간, 우리 모두 주님의 섬김을 받으면서, 찬미와 감사로 주님을 섬기고, 사랑과 신뢰로 형제들을 섬기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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