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월 4일 예수님도 그러실 때가 있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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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11-03-04 | 조회수331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사제도 사람인지라 때론 기분이 언짢고 괜히 짜증이 나고 확 둘러 엎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때론 이런 모습 땜에 고민 아닌 고민도 하기도 한다. 사제가 되어서 그것도 못참고 그렇게 밖에 못하고...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을 들으면서 괜히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 예수님도 사람인지라 그러실 때가 있구나!
예루살렘에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하느님나라에 대해 가르치고 병자들을 치유해 주고 나서 예루살렘에서 묵을 정도로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을 것이고 또 홀몸도 아니라 12명이라는 대식구들이 있었으니 성도에 그런 큰 집을 내 줄 은인도 없었으리라. 그래서 피곤하지만 교외인 베타니아로 잠자리를 구하러 나가실 수밖에 없었겠지. 그런데 아마도 잠자리도 그렇고 식사도 제대로 못 얻어 드셨나보다. 라자로의 집에 갔더라면 마리아와 마르타의 시중을 받았을 텐데 그 가족을 알기 전의 일이거나 사정상 그 집에는 못갔을 테지. 어쨌든 아침부터 시장하지만 먹지도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다시 복음선포를 위한 일을 하러 나가야 했다. 그날따라 기분이 꿀꿀하여 지나가다 무화과 하나라도 따먹고 싶었던가 보다. 그런데 아직 제철이 아니라 잎만 무성하지 열매는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다. 그런데 당연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면서 말라 죽게 만들어 버리신다. 짜증이 무화과나무에게로 번진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무화과나무만 불쌍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도착해 보니 오늘따라 안식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소란이 영 마음에 안 든다. 그저 돈벌이에만 열중하고 있는 이들 기도는 하지 않고 돈으로 의무만 떼우기 위해 야단법석인 이들, 평소 기분 좋을 때는 넘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영 심기가 불편하셔서 무화과를 때리고 이제 성전을 둘러 엎어버리신다. 오만 짜증을 다 부리신다. 왜 이 집을 기도하는 집이 아니라 강도들의 소굴로 만드냐고 하시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은 예수님답지 않다. 저런 성깔에 저런 짜증에 사랑과 자비와 관용보다는 불편한 심기를 절제하지 못하는 저런 모습...
사제인 내가 가끔 보이는 모습이다. 그래 예수님도 사람이기에 저러실 수 있구나. 그러니 나도 사제이기 이전에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구... 그래서 예수님이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예수님이 내 친구요 내 형제같다. 너무 완벽한 사람이 아니셔서 다행이다. 그러니 나에게 그런 완벽을 요구하시지 않는 분이라는 것 그게 오늘 내가 건진 가장 큰 수확이다.
고맙습니다, 예수님! 나의 못됨까지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몸으로 보여주시는 나의 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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