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7-33
그 무렵 예수님과 제자들은 27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님께서 성전 뜰을 거닐고 계실 때,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와서, 28 예수님께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또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2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에게 한 가지 물을 터이니 대답해 보아라.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30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
31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말할 터이니, 32 ‘사람에게서 왔다.’ 할까?” 그러나 군중이 모두 요한을 참예언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군중을 두려워하여, 33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우산 장사를 하는 큰아들과 짚신 장사를 하는 작은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우산을 못 팔게 될 큰아들이 걱정이고, 날씨가 궂으면 짚신을 팔기 어려우니 작은아들이 걱정입니다. 날씨가 맑거나 궂거나, 어머니는 그래서 늘 걱정입니다. 이것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꾸면 전혀 상황이 달라집니다. 날씨가 맑으면 작은아들 때문에 즐겁고, 비가 오면 큰아들 때문에 즐거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예수님께 와서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양도 논법’으로 대응하십니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인지, 세상에서 온 것인지 대답해 보라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요한을 믿지 않는 그들 자신이 문제가 되고, 사람에게서 왔다고 하면 요한을 참예언자로 여기는 군중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질문으로 도리어 궁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사실은 예수님께서 그들을 곤혹스럽게 하시려고 이렇게 응수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들이 만일 세례자 요한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면,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을 통하여 참된 진리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궁지로 몰리는 때가 많습니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문제만 바라보면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맑은 날은 짚신을 팔고, 비가 오면 우산을 팔면 됩니다. 이렇게 마음을 펴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 주님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묵상 글;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서울대교구 제기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