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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9주일 /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양 승국 신부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05 조회수534 추천수8 반대(0) 신고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마태오 복음. 7,21.24-27/연중 제9주일


마귀가 좋아하는 말. 내일 하자

어제 끝기도를 바치면서 하루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하루 동안 들은 말들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말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간단한 인사의 말,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말, 상인들의 물건 사라는 말, 라디오에서 들리는 디제이의 말, 부탁과 청원의 말, 칭찬의 말, 남에 대한 비판의 말, 서로 목소리 톤을 높이며 싸우는 말 등 많은 말들을 어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말들 중에서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을까요? 너무 당연한 질문이었을까요? 당연히 긍정과 사랑이 담긴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졌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하느님께서는 과연 어떤 말을 듣기 원하실지 생각해 보세요. 우리와 달리 부정적이고 원망과 저주의 말을 듣기 원하실까요?

그래서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말들 중에 많은 부분을 부정적이고 원망과 저주가 섞인 말들로 채우고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결코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듣기 원하시지 않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긍정과 사랑이 담긴 말 듣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마태오 7,21.24-27] 통해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은 바로 하느님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말하고, 그 말처럼 사는 것을 미하는 것입니다. 즉, 사랑과 긍정이 담긴 말을 하고, 그 사랑과 긍정의 삶을 사는 것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그 말들을 언제 해야 할까요?

어느 날 마귀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들을 주님과 멀어지게 할까 하는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제일 처음 젊은 엘리트 마귀가 그리스도인들을 모두 죽이자고 했지요. 조용히 듣고 있던 노인 마귀가 순교는 교회성장의 뿌리가 된다면서 반대합니다. 또 젊은 마귀가 이번에는 감옥에 모두 가두자고 했습니다. 이에 노인 마귀는 감옥에 가두면 찬양과 기도를 더 열심히 해서 처음보다 더 커진다고 반대했습니다.

이런 저런 의견 중에서 노인이 내린 결론은 바로 이런 말을 그리스도인의 가슴 속에 심어 넣기로 결정 했답니다.

“봉사, 기도, 전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내일 하자.”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말, 그 말은 바로 지금 해야 하는 말인 것입니다.

‘내일 하자’는 마음을 품고 있을 때, 나는 마귀의 유혹에 넘어가서 점점 주님과 멀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좋은 말, 긍정적인 말, 사랑의 말만 하도록 하세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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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산사에 울리는 풍경소리>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조과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나쁜 짓 하지 말고 선행을 하여라.”

“그런 것쯤이야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말입니다.” 이에 조과 선사가 말했습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백 살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어찌 그리도 가슴을 콕콕 찌르는지, 아파서 혼났습니다. 잘 꾸며져 그럴듯하지만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는 말,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실속이 전혀 없는 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말을 엄청 던져 온 제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강의라도 하러 가면 너무나도 ‘웃기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루에 묵주기도 기본으로 100단씩 바치는 묵주기도의 달인들 앞에서 겨우 기껏해야 하루 5단 정도 바치는(그것도 가끔씩 빼먹는) 제가 묵주기도의 가치, 중요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면서 보다 자주 바칠 것을 강조합니다.

일주일 내내 봉사에 전념하는 분들, 갖은 굳은 일을 마다 않는 봉사의 전문가들 앞에서 봉사란 이래야 한다느니, 봉사란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제 모습이 한심스럽습니다.

예수님을 본받아 겸손하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입에 거품 물고 외치지만 정작 저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목숨을 걸지 요. 엄청 속이보입니다.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하느님 앞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바람직한 신앙생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의 핵심은 ‘조화 있는’ 신심인 듯합니다. 영혼과 육신의 조화, 머리와 가슴의 조화, 생각과 행동의 조화, 기도와 삶의 조화, 몸과 마음의 조화가 이루어져 합니다. 이 둘을 가급적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외쳐 댔던 많은 공허한 말들이 허탈한 메아리가 되어 제 주변을 맴돌아 자책하게 만듭니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대로 참된 신앙생활은 말에 그치지 않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은 감정적인 것, 환상적인 것만을 추구하지 않음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열심히 내 집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또 다른 집하나 장만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란 토대 위에, 그분의 말씀이란 기초 위에, 그분께 대한 전적인 신뢰란 바탕 위에 지어지는 견고한 영혼의 집을 짓기 바랍니다.

많은 말보다는 깊이 있는 침묵과 더불어. “땡그랑 땡그랑” 하며 적막한 산사에 떨어지는 풍경소리를 어보셨습니까? 풍경소리는 단 한 음절의 소리 밖에 낼 줄 모릅니다. 단순한 쇳소리에 불과한 그 소리가 어째서 온갖 잡념과 고뇌를 밀어내고 우리의 마음을 씻어 주는 영혼 의 소리로 화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풍경소리가 정적(靜寂)의 침묵 속에 탄생하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온갖 소음 속에서 울린다면 그것도 하나의 잡음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도 마찬가집니다. 온갖 수식으로 꾸민 화려한 언어는 찰라 에 끝납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탄생된 언어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오랜 세월 마음속에 머물며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하는 풍경소리를 냅니다.”(‘풍경소리’ 샘터 참조)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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