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3월7일 성녀 페르페투아와 성녀 펠리치타 순교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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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3-07 | 조회수617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3월7일 성녀 페르페투아와 성녀 펠리치타 순교자 기념일-마르코 12,1-12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 자를 죽여 버리자.”
<과분하게도>
부모 된 입장에서 자녀들로부터 들었을 때 가장 큰 상처가 되는 말은 아마도 이런 말이 아닐까요.
“부모가 돼서 그동안 해준 게 뭐가 있습니까?”
이런 말 들었을 때 참으로 기가 차지도 않겠지요. 갓 난 아기 때, 인간도 아닌 그 핏덩이, 하루 온종일 옆에 붙어서 금야야 옥이야 감싸주던 시절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서 너 살 때 기억나실 것입니다. 불안해서 어디 내놓을 수 없었던 천덕꾸러기, 늘 노심초사하면서 따라다니던 일이 주마등같이 기억 속에 지나갈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던 때, 한 밤중이건 새벽녘이건 들쳐 엎고 병원으로 뛰어가던 일... 그런 일들 안다면 절대로 그런 말 하지 못할 텐데...
정말 배은망덕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배은망덕은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 안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자비 충만하신 하느님께서는 은혜롭게도 여러 민족들 가운데 이스라엘을 당신의 백성으로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뽑으실 때 뭐가 ‘있어서’, 특출해서, 대단해서, 뽑은 것일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입니다. 불쌍해서, 가련해서, 안쓰러워서, 안타까워서 뽑으셨습니다.
그 측은한 존재 이스라엘, 너무나 보잘 것 없어 ‘벌레 같던’ 이스라엘이었지만 과분하게도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이스라엘을 얼르고 달래면서, 감싸고 어루만져주면서 그렇게 당신의 극진한 사랑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그 귀염둥이 딸이 슬슬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빗나가는 것뿐 만 아니라 가서는 안 될 길, 죽음의 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웠던 하느님께서는 심부름꾼을 보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발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다시금 너와 내가 맺은 첫 계약을 기억하라고, 첫 사랑으로 돌아가자고...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보내신 심부름꾼을 그때 마다 족족 매질하고, 폭행하고, 죽여 버렸습니다.
이런 하느님과 이스라엘 간에 이루어졌었던 배신의 역사, 반역의 역사는 어쩌면 오늘 우리 각자의 역사 안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과분하게도 하느님께서 나를 생명으로 불러주셨습니다. 미물 같던 나를 애지중지 돌봐주셨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아무 상관없는 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처음의 나를 생각하면, 이끌어주신 하느님을 생각하면, 앞으로 살아갈 삶의 정답이 바로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처럼 불평불만할 일 하나도 없습니다. 소작인들처럼 잔머리 굴릴 일이 아닙니다. 바리사이들처럼 남의 탓할 일이 아닙니다.
그저 감사하면서, 그저 과분하게 생각하면서, 그저 기뻐하면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닐까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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