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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하느님 말씀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13 조회수2,083 추천수0

하느님 말씀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에서 수도원을 “주님을 섬기는 학원” (머리말 45)이라고 한다. 주님을 섬기는 것을 실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것은 수도 형제들이 일정한 시간에 성당에 함께 모여 전례를 거행할 때이다. 전례를 거행하면서 특히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게 된다. “들어라, 오, 아들아, 스승의 계명을. 네 마음의 귀를 기울이며 어진 아버지의 훈시를 기꺼이 받아들여 보람있게 채움으로써, 불순종의 나태로 물러갔던 그분께 순종의 노고로 되돌아 가거라” (머리말 1). 지난 호에 우리는 기도하는 공동체인 교회가 ‘말씀을 듣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특히 미사의 말씀 전례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구원의 말씀을 건네시고 우리는 이 말씀을 듣고 또 이 말씀에 믿음으로 응답하면서 하느님과 대화를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말씀 전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립되었는가를 간단히 살펴보자.

 

사실 초세기 미사에서는 성찬 전례를 하기에 앞서 예식으로 말씀 전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이 하느님의 말씀(성서)과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성사가 서로 관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성서 말씀을 따르는 전례 성사의 행동과 성서 말씀이 서로 결합되어있다는 몇 가지 암시를 성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후만찬에서 예수님의 고별말씀 (요한 16장)이 예수께서 행하신 성찬 전례를 따르는 말씀 전례의 한 종류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엠마우스로 가는 길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빵을 나누시는 것에 앞서 성서 말씀을 친절히 해석해주셨다 (루가 24,13-35). 또 트로아스에서 신자들이 빵을 떼려 모인 자리에서 바오로가 한밤중까지 길게 설교한 다음 빵의 나눔으로써 동틀 무렵에 마쳤고 (사도 20,7-12), 필립보가 성서를 읽고 그 내용을 설명해 준 다음에 에티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사도 8,26-39). 따라서 신약성서는 성서 말씀과 성서의 해석이 성사 거행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예식적인 말씀 전례가 성찬례에 결합되어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최초의 교회 문헌은 165년경 순교자 성 유스티노가 저술한 ‘호교론’이다.

 

"태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 날에 도시들이나 바깥 여러 지역에 사는 이들이 모두 모여 공동체 회합을 한다. 우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사도들의 회고록이나 예언자들의 책들을 읽는다. 독서자가 독서를 마치고 나면, 모임의 지도자는 덕행의 사표를 본받도록 모든 이들을 훈계하고 초대한다. 그러고는 우리는 모두 함께 일어서서 우리의 기도를 드린다. 기도가 끝나면, 위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빵과 포도주와 물을 (지도자에게) 바친다" (제1호교론 67,3-5).

 

유스티노는 호교론에서 독서 수에 관해 말하기를 “사도들의 회고록”과 “예언자들의 책”라고 한다. 성서 저작들의 정경 목록이 정해짐으로써 우리는 이것을 “새로운 계약 (신약)과 옛 계약 (구약)”이라 부른다. 유스티노는 독서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지속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직은 미리 범위를 정한 성서 구절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것은 “모세와 예언자들” (루가 16,29)에서 나온 독서들로 유다교 회당의 유산을 반영한다.

 

말씀과 성사의 이러한 연결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많은 문헌에서 나타나고 두 식탁, 곧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교회는 특히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면서 그리스도 몸의 식탁뿐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의 빵을 취하고 신자들에게 나누어준다” (계시 헌장 21). “그리스도 신자들의 공동체 안에서... 말씀의 설교는 여러 성사의 수여 그 자체를 위하여 필요하다. 성사는 모든 신앙의 성사이며, 신앙은 말씀을 들음에서 생기고 말씀으로 길러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히 성찬례 중의 말씀 전례에 들어맞는 것으로 성찬례에 있어서는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선포와, 그것을 듣는 백성의 응답과, 신약을 당신의 피로써 견고케 하신 그리스도의 봉헌이 불가분의 결합을 이루며, 이 봉헌에 신자들이 기도와 영성체로써 참여하는 것이다” (사제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4). “하느님의 율법과 성스러운 제대의 식탁에서 양육된다”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 6). “성서와 성체의 두 가지 식탁에서 하느님의 말씀으로 양육되는 행위다”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18). 이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기초로 하여 2002년 미사전례서 총지침 28항은 말하기를, “성찬례에서 하느님 말씀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이 마련되어 신자들이 가르침과 양식을 얻는다”고 한다.

 

‘말씀의 식탁’이라는 표현은, 이상한 것으로 들릴 수 있으나, 육신의 양육과 하느님 말씀으로 영적으로 양육되는 사실을 대비하는 성서 말씀에 기초된 것이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못하고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 (마태 4,4; 루가 4,4 참조). 예수님은 이 말씀을 신명 8,3과 아모 8,11에서 문자적으로 인용하신 것이다. 성찬례에서 신자들은 ‘말씀의 식탁과 제대의 식탁’에서 양육된다. 모든 성서를 읽을 때 하느님 말씀을 듣고 현존하시며 말씀하시는 그리스도를 들으면서, 신자는 말씀의 형태로 주님을 이미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살아계신 말씀으로 양육된다. 그리고 육화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기 위해 이미 준비된다. 당신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가장 뛰어난 현존의 방식으로, 성찬 전례에서 살아있는 빵으로 교회에게 오실 것이다. 말씀 전례는 우리를 주님의 파스카 신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신앙을 선포하고 신앙을 향하게 하고 신앙으로 양육한다. 빵과 포도주의 성체성사에서 주님의 객관적인 실제 현존이 신자들의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자들의 공동체 편에서 적합성을 일으킨다. 말씀 전례에서 신자들을 이 목표로 준비하게 하시는 동일한 그리스도의 현존이 동일한 하느님 말씀이시다.

 

말씀과 성사가 없이는 교회는 교회일 수 없다. 그래서 개신교 형제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말씀의 교회와 반대되는 의미에서 가톨릭 교회는 성사의 교회라는 비판은 틀린 것이다. 말씀과 성사 사이에는 뗄 수 없는 내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수행한 전례 개혁은 개혁이 진행되는 동안이나 그 후에도 진정 이러한 시각을 버리지 않았다. 전례 헌장은 전례 거행에서 예식과 말씀이 내적으로 더 잘 결합되도록 더 풍부하고 더 다양하고 더욱 적합한 성서 봉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례 헌장 53,1). 이러한 개혁의 결과로 이제 모든 성사 거행에는 성서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사용하는 말씀 전례가 선행되었다.

 

특히 미사의 말씀 전례에서 교회는 “성서의 보고(寶庫)를 더 활짝 열어, 일정한 햇수 안에 성서의 더 중요한 부분들이 백성에게 봉독되어야” 함을 직시했고, 이것은 “하느님 말씀의 더욱 풍성한 식탁을 신자들에게”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전례 헌장 51). 다음 호에서 미사의 말씀 전례에서 선포되는 신구약성서 말씀이 어떠한 체제로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미사전례 성서’ (독서집)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살펴보겠다. 성 베네딕도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이미 왔습니다’ 하신 성서의 말씀을 분발하여 일어나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빛을 향해 눈을 뜨고, 하느님께서 날마다 외치시며 훈계하시는 말씀에 귀기울여 들을 것이다” (머리말 8-9).

 

[성서와함께, 2004년 7월호, 인 끌레멘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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