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백성의 예배] 감사기도를 낭송하는 공동 집전자의 목소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미사 집전 형태는 ‘주교미사’, ‘장엄미사’, ‘창미사’, ‘낭송미사’ 등으로 구분되었다. 그 가운데 주교미사는 가장 장엄한 형태로, 주교가 집전하고 부제와 차부제가 있으며 교구 사제들이 공동 집전자로 참여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공동 집전의 유일한 형태였다. 그러던 것이 공의회의 전례개혁 이후로 ‘부제가 있는 미사’, ‘부제가 없는 미사’, ‘공동 집전 미사’, ‘봉사자 한 명만 데리고 드리는 미사’로 미사거행의 형태가 다시 정리됨으로써 공동 집전의 제한이 없어졌다. 공동 집전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공동 집전자와 관련된 문제들이 공공연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두 가지를 들자면 감사기도 중 축성 말씀 때에 공동 집전자가 행하는 손동작에 관한 것이 그 한 가지이며, 또 다른 한 가지가 바로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주례자와 함께 감사기도를 낭송하는 공동 집전자의 목소리와 관련된 것이다. 관련 규정과 그에 대한 사목적 이유 1963년 12월 4일 반포된 ‘전례헌장’ 57항에서는 ‘공동 집전’에 대하여 다루고 있으며, 특히 58항은 새 공동 집전 예식을 만들 것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 ‘전례헌장’이 반포되기 이전인 1963년 11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회기 중 이미 “공동 집전 예식”이라는 전례서를 연구하고 준비할 임무가 ‘연구 16’ 그룹에 위임되었으며, 1965년 12월에서 1월 사이에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예식을 28명의 전문가들에게 보내 검토하게 하였다. 이 전례서에 나와 있는 지침에는 공동 집전자가 감사기도문을 읽는 방법에 대하여 “공동 집전자는 … 규정에 따라 기도문을 큰 소리로 읽지 않거나, 속으로 읽거나, 읽지 않고 듣는다.”라고 되어있다. 이러한 규정은 이후 반포된 “로마 미사경본 총지침”에 반영되었으며, 특히 현행 “로마 미사경본 총지침”(2008년 판) 218항에는 감사기도를 낭송하는 공동 집전자의 목소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동 집전자들이 다 함께 바치는 부분, 특히 모두 낭송하도록 되어있는 축성의 말씀은 공동 집전자들이 목소리를 낮추어 주례자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은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여기서 공동 집전자는 “목소리를 낮추어”(submissa voce) 낭송한다고 되어있는데, 소리가 앞으로 곧게 뻗어나가지 않고 자신의 발 아래로 떨어지는 목소리, 곧 자신과 자신의 옆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그런 목소리를 말한다. 공동 집전자가 이렇게 낮은 소리로 감사기도문을 낭송하는 이유는, 주례자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리게 함으로써 회중이 감사기도의 내용을 잘 알아듣게 하려는 전례사목적인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이 규정을 실천하는 데 몇 가지 문제점이 생겨났고, 1978년 경신성사성에서는 감사기도를 낭송하는 공동 집전자의 목소리에 대하여 제기된 문제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질문 : 공동 집전자가 낮은 소리로(submissa voce) 또는 절제된 소리로 감사기도를 바칠 때에는 주례자의 목소리가 잘 구별되어 들리는 것은 - 늘 그런 것이 아니라 - 때때로 그러하다. 각자가 서로 경쟁하듯 큰 소리를 낼 때에는 그 큰 소리들이 무언가 서로 싸우는 듯이 들린다. … 답변 : “로마 미사경본 총지침” 170항(1975년 판)에 따르면, 회중이 주례자의 목소리를 뚜렷이 알아들어야 한다. 좋은 품질의 마이크를 적절한 위치에 놓아두고, 특히 공동 집전자가 절제된 소리(낮은 소리)로 낭송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편, 언급된 둘째 경우에는 음높이와 리듬을 일치시키는 것으로는 회중이 기도문의 내용을 알아듣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Notitiae 14(1978), 304). 성사적 공동 집전 로마 전례 전통에서 공동 집전자가 감사기도를 낭송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1-3세기 경의 방식으로, 주례자인 주교가 홀로 감사기도를 낭송하고 공동 집전자인 사제들은 낭송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략 7세기 이후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주례자와 공동 집전자가 함께 감사기도를 낭송하는 것이다. 공동 집전자가 감사기도를 함께 낭송한다는 것은 ‘성찬례 집전에 성사적으로 참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사제단과 성찬례의 공동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공동 집전자가 축성의 말씀을 낭송하지 않는다는 것이 성사적 표징을 수행하는 데 사제 고유의 직무를 행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초세기의 방식에서처럼 공동 집전자가 감사기도를 낭송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동 집전자는 성찬례의 집전에 성사적으로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전례의 역사에서 공동 집전자가 감사기도를 주례자와 함께 낭송하든지 낭송하지 않든지 간에 어떠한 경우에도 공동 집전자는 성찬례의 집전에 ‘예식적으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성사적으로도’ 참여하는 것이다. 성사적 이유 - 유일한 사제이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표징인 주례자의 중심적 역할 또한 공동 집전자가 감사기도를 낭송하지 않거나 낭송하더라도 낮은 소리로 낭송하는 것은, 신자들이 기도문의 내용을 잘 알아듣게 해야 한다는 사목적인 이유 외에도, 지체인 교회의 머리이시요 전례에 유일한 주례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단일한 사제직 수행(전례헌장, 7항)을 주례자 한 사람의 뚜렷한 목소리를 통해 드러내는 측면도 있는데, 이것이 더 본질적인 것이며 앞서 언급된 사목적인 이유는 이 성사적인 이유에 덧붙여 있는 것이다. 주례자는 성찬례에 현존하시며 주례하시는 그리스도를 드러내기에(“로마 미사경본 총지침”, 72항) 뚜렷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낭송해야 하며(“로마 미사경본 총지침”, 32항), 공동 집전자의 목소리가 이러한 주례자의 중심적 역할을 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 신호철 비오 - 부산 가톨릭 대학교 교수 · 신부. 전례학 박사. [경향잡지, 2010년 8월호, 신호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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