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의 유래 · 의미
강생의 신비 · 마리아의 순명 기억해야 - 프라 안젤리코(1399?~1455), 〈주님 탄생 예고〉, 154×194cm, 프라도 미술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오랜 기다림에 대한 희망의 성취를 알려주는 것인 만큼 교회 안에서 중요하게 여기며 기념해 왔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카 1,30~31)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님 탄생의 기쁜 소식을 마리아에게 알린 사건은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며 희망하던 것이 드디어 이루어지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인류 구원사의 서곡이 울린 것이다. 그 사건을 기념하는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시는, 오랜 기다림에 대한 희망의 성취를 알려주는 것인 만큼 교회 안에서는 고대부터 이날을 중요하게 여기며 기념해 왔다. 성주간과 성삼일에 포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매우 장엄하게 지내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동방 비잔틴 교회에서도 사순절 기간 동안에는 다른 축일 거행을 허락하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적으로 성주간과 성삼일 기간에 포함되더라도 축일을 기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3월 25일이라는 날짜가 축일 거행일이 된 이유는 분명치 않다.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이 이보다 오래전 거행돼 왔다는 면을 고려할 때 탄생 예고를 기념하고 역사화하는 과정에서 성탄 9개월 전 날짜가 고정화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존 자료들 안에서 탄생 예고 대축일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증언은 530~550년 사이 에페소의 아브라함이 했던 강론으로 기록된다. 강론에 따르면 콘스탄티노플에서 이 축제일 이름은 ‘하느님의 어머니의 탄생 예고’였다. 비잔틴 전례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 마리아의 탄생 예고’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옛 이름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3월 25일 탄생 예고 대축일의 기원은 6세기 중엽 콘스탄티노플에서 나타난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것은 561년 유스티니아노 1세 황제가 예루살렘 교회에 보낸 편지를 통해 ‘탄생 예고 축일은 하느님의 큰 은혜가 드러난 3월 25일에 성대하게 지내야 한다’고 밝히면서 ‘콘스탄티노플에서는 550년부터 이 축일을 지냈다’고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서방 교회에서는 7세기 무렵에 문헌상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로마와 스페인에서 거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연대 교황표」에서는 교황 세르지오 1세가 탄생 예고 축일을 포함, 로마에 4대 마리아 축일에 행렬을 도입했다는 부분을 볼 수 있고 656년경 열린 제10차 톨레도 교회 회의 결정문 제1조에서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며 기억해야 할 것은 ‘강생의 신비’와 이 구원 계획에 협력한 마리아의 믿음, 그리고 순명이다. 이날 미사 전례 감사송에서도 볼 수 있듯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구세주 탄생을 예고한 것은 ‘이스라엘 후손들에게 하신 약속이 이루어지고 모든 민족들이 기다려온 구세주가 신비롭게 세상에 드러나는’, 사랑의 하느님이 주도한 ‘파스카 신비’의 서막으로 의미가 깊다. 마리아는 다가올 일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천사가 인간의 시점이 아닌 하느님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온전히 믿고 의탁하며 그 뜻을 받아들이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섭리 안에 겸손하게 머물며 하느님 의지를 묵묵히 따르는 모습, 주님 뜻대로 이뤄지기를 소망하며 ‘예’(Fiat) 로 응답하는 모습을 통해서다. [가톨릭신문, 2011년 3월 20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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