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3) 미사성제(彌撒聖祭)와 미사(MISSA)
구원하심 기억하며 드리는 ‘감사’ 필자는 미사를 다음과 같이 쓰고 설명한다. ‘미사-美事’ 즉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신 그리스도의 제사인 미사야말로 이 세상 아닌 우주만물의 그 어떤 존재와 일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조선시대 제사를 지낼 수 있었던 신분인 양반이나 평민은 죽었을 때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하였다. 죽음을 ‘돌아간다’는 동사를 통해 표현한 것은 유교(儒敎)에 영혼과 사후세계(死後世界)에 대한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민(賤民)이 죽었을 때는 돌아가셨다는 말을 쓰지 않고 비속어로 “뒈졌다”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뒈졌다”는 말은 “다 되어졌다”는 말로 천민(賤民)이 죽었을 때 사용한 말이다. 천(賤)하다는 말은 전쟁에서 창(戈)으로 승리하여 뺏은 재물(貝)이라는 뜻이다. 즉 노획물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대접을 받던 천민(賤民)들이 양반들과 한자리에 앉아 미사를 봉헌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는 것은 감동을 넘어서서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백정 출신 황 베드로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세례를 통해 천민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고 미사성제 안에서 저는 천국의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미사라는 말은 라틴어인 ‘MISSA’를 중국천주교회의 예수회원들이 그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음차(音借)한 미사(彌撒)에 미사의 개념을 설명하는 명사인 ‘거룩한 제사’라는 뜻의 성제(聖祭)라는 말을 덧붙인 것인데 여기에 예수회원들의 지혜로움이 담겨 있다. 예수회는 16세기부터 중국에서 중국문화인 유교를 존중하여 토착화를 실천하는 적응주의적 선교를 실시했다. 유교의 제사의 등급은 다음과 같다. 유교에서는 중국의 황제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고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그를 천자(天子)라 불렀다. 조선의 국왕은 유교제사의 관점에서는 천자(天子) 다음의 위치로서 공자나 유교의 성인에 대해 제사를 지내거나 선왕과 왕비를 추모하는 제사를 지냈는데 이것을 종묘제례(宗廟祭禮) 혹은 이를 대제(大祭)라고 부른다. 양반들과 평민들은 등급에 따라 조상들에게 한해 그 시기와 횟수를 제한하며 제사를 지내니 그 제사의 횟수는 그 집안의 신분을 드러냈다. 조상을 기억하고 그 혼을 달래며 효를 표현하고 복을 비는 것이 조선의 가정에서 가능한 제사의 등급이었다. 이렇듯 유교의 제사는 추모의 대상과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구분되었다. 예수회원들은 이러한 유교제사의 등급을 응용하여 천주교회의 미사를 하느님 자녀가 된 천자(天子)가 드리는 거룩한 성제(聖祭)로 표현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미사성제(聖祭)는 ‘하늘의 자녀가 하늘에 드리는 제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거룩하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유교의 천제(天祭)가 성제(聖祭)라 하겠다. 이렇게 예수회원들은 유교제사의 특징을 응용하여 미사를 최고의 제사등급으로 표현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미사성제(彌撒聖祭)가 유교제사의 개념을 빌려와 미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용어로서 미사(missa)를 잘 설명하고 있지만 조금은 부족한 점이 있다. 미사를 드리는 대상은 있으나 왜 미사를 드려야 하는 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Missa라는 용어는 마침예식에서의 파견의 말인 ‘Ite missa est’에서 유래했으며, 5세기 중엽 이후부터 사용되었다. 그런데, 미사의 의미를 가장 표현한 것은 ‘Eucharistia’로 본뜻은 ‘감사’이다. 예수께서 최후만찬을 하실 때에 빵과 잔을 들고 바치신 감사기도 “감사를 드리신 다음”(1코린 11,24 마태 26,26-27)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용어다. 무엇을 감사할 것인가? 우리를 창조하시고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심을 기억하며 드리는 감사다. 그런데 가끔은 미사지향을 위한 미사인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미사지향은 교회공동체가 그 지향을 위해 주님께 함께 기도해준다는 의미이지 미사의 주된 주제가 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한가위나 설날 미사 때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려놓는 것은 미사성제의 등급을 가정에서 조상들께 드리는 제사와 혼동하게 하는 잘못된 배려라 하겠다. 교우들을 주님께 더욱 가까이 가게 하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하는 사목의 본질에서도 어긋난 것이며, 잘못하면 교우들의 편리를 위한다고 했다가 미사의 본질인 구원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손상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1년 9월 25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