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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4: 교우 - 형제 여러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4 조회수3,032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4) “교우(敎友) - 형제 여러분!”


소명 실천해야 할 하느님의 자녀들

 

 

한국 천주교회의 박해시대 때 의금부가 천주교 신자들을 신문한 내용을 기록한 ‘공초’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감동적인 일화가 나온다.

 

황 베드로라는 백정 출신 신자에게 배교할 것을 다음과 같이 권하였다.

 

“너는 천하디 천한 백정이요, 배운 바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천주교를 배웠으며 그 이치를 깨닫는가? 그리고 천국이 있다고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이렇게 모진 육신의 고통을 당하지 말고 사악한 종교를 버리고 순리대로 살아라!”

 

베드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당신이 말한 이렇게 천하디 천한 나를 우리 교우들은 형제라고 또한 벗이라고 불러주었고, 우리는 함께 하느님께 미사성제(彌撒聖祭)를 드리며, 처음으로 인간대접을 받았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사제가 말씀하셨을 때 저 역시 제외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미 천국이 바로 교회입니다. 죽어서 천국이 없어도 저는 괜찮습니다. 늘 미사성제에 참여할 때마다 저의 마음은 드높이 감동되었습니다. 저에게 교우들은 하느님의 존재와 교회의 믿을 교리와 기도할 신공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알았으며 모태는 다르지만 하느님의 지음 받은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입니다.”

 

지금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얻어 “베드로 형제님! 마리아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어떨 때는 아무 느낌도 받지 못하는 용어가 되었지만 원래 교회 내에서 형제자매라 부른 전통은 참으로 숭고한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를 반영한다.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직전 마지막으로 교우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교우(敎友)들 보아라! 우리 벗(友)아!”

 

순교 직전 김대건 신부님은 신자들을 벗이라 불렀다.

 

예수님은 벗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며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인 형제자매라고 말씀하셨다. 사제들이 옛날부터 “교형자매(敎兄姉妹) 여러분!”이라고 불러왔다. 이러한 정신은 인간평등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인간이 왜 평등할까? 왜 평등해야만 하는가? 인간은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가? 그것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고민했고 천주교의 전례와 교리를 통해 그 답인 그리스도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목숨을 바쳐 믿음을 증거했을 뿐 아니라 평소의 삶에서 이미 “사람들을 거룩하게 해 주시는 분이나 거룩하게 되는 사람들이나 모두 한 분에게서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형제라고 부르기를”(히브 2,11)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음을 깨닫고, 같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예수님과도 형제임을 전례에서 확인하고 살았다.

 

이렇듯 그리스도교의 평등은 바로 같은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고 있음에서 시작한다.

 

가끔 여교우들이 ‘왜, 미사 때 호칭을 형제여러분! 이라고만 하세요. 우리 자매들도 있는데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이는 라틴어의 Fratres(형제 여러분!)은 단순히 남교우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여교우를 포함한 호칭이다. 우리도 누나나 여동생들을 함께 ‘형제들’이라고 통칭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예전 미사경문에는 “교형자매 여러분!”이라고 해서 남·여 교우 모두를 호칭해서 보다 명확히 했으나 지금은 라틴어의 어법과 한글 문법에 맞추어 간단하게 “형제 여러분!”이라고 한다.

 

미사에서 ‘형제’의 의미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주님의 기도’와 ‘기도 초대’이다.

 

“하느님의 자녀 되어”로 시작하는 기도 초대는 2세기 중엽에 치프리아노 교부가 초안을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즉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의 자녀들만이 할 수 있는 기도라는 뜻이다. 회개하고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바로 하느님의 자녀이다. 그래서 초기 교회에서 예비자들은 주님의 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세례를 받은 다음에 주님의 기도를 먼저 세례를 받은 교우들과 함께 드릴 수 있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주님의 기도의 첫 구절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영광은 막 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벅찬 감동이다.

 

세례 받은 모든 교우들은 같은 아버지를 섬기는 자녀들이다. 이로써 예수님과 형제가 된 우리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세례 이후에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해야 할 사명이 주어져 있다.

 

[가톨릭신문, 2011년 10월 2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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