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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월]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죽음 이후의 종말사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20 조회수2,815 추천수0

[위령성월 기획 III]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 - 죽음 이후의 종말사건


‘천국 · 지옥 · 연옥’은 어떤 의미인가?

 

 

단순히 삶의 끝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 존재하면서 일상 생활 속에서 인간 존재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죽음.

 

그 죽음 이후에 발생하는 종말 사건, 천국 지옥 연옥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이해되어 질 수 있을까.

 

 

천국

 

천국이란 의미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근심 걱정 없이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곳’ 정도의 피안적인 장소로 이해되어져 왔다.

 

초대교회에서 천국은 현실과 다른 종말론적 실재였다고 한다. 이레네오는 천국을 풍요로운 물질 세계가 회복되는 왕국으로 여겼고 아우구스티노는 완전한 영의 세계로 이해했다.

 

한편 중세에는 새 예루살렘과 같은 영원한 도시,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얻는 곳, 그리스도와 사랑의 결합을 이루는 곳이라는 개념이 천국에 대한 중심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천당 천국이란’ 하느님께서 착하게 살아가는 영혼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해 놓으신 어떤 특정한 장소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신학자들은 이 같은 천당의 개념에 대해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감추어 계신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그분의 무한한 사랑의 영역’이라고 밝힌다.

 

1950년 11월 1일 성모승천과 관련해서 ‘마리아께서 지상 생애를 마치신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에로 들어 올림을 받았다’고 믿을 교리로서의 선포가 이뤄진바 있는데, 여기서도 특정 장소로서의 천당보다는 ‘천상 영광’의 처지로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예수 그리스도는 천국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셨을까. 예수 그리스도는 천국 즉 하느님 나라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잔치’(마태 22,1-10 루카 14,12-24)로 비유하거나, ‘겨자씨’로 비유하셨다(루카 18,18-19).

 

사랑을 향한 겨자씨 같은 선택 안에서 천당은 이미 현세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이고, 또 사랑의 친교를 통해 체험되는 용서와 평화 그리고 행복 등이 천당의 징표들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천국 천당은 ‘인간의 이기심과 외부의 유혹을 이겨내고 남을 위해 또 세상의 평화를 위해 뜻을 둔 가운데 현세에서 이미 모습을 드러내면서 완성을 향해 성장해 나아가는 것’으로 신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지옥

 

반면 지옥은 하느님께서 죄인들을 벌하시기 위한, 유황불이 타오르고 마귀들이 삼지창을 들고 영혼들을 고문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종말을 주제로 한 옛 성화(聖畵)들에서도 지옥 영혼들이 흉악한 몰골을 한 악신들에 둘러싸여 뜨거운 불가마나 불길 속에서 고통받는 형상이 천국과 대비되는 장면으로 묘사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옥에 대한 이미지는 교부 시대 때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지옥의 ‘영원한 형벌’이 유한한 인간에 의해 범해지는 죄에 대한 형벌로서 하느님 사랑과 모순되는 것은 아닌지 라는 물음이었다.

 

신학자들은 지옥과 관련한 편견에 대해 ‘지옥은 당신 뜻을 거슬러 죄악을 범하는 자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분에 의해 미리 준비된 특정된 장소가 아니라, 세상 안에 살면서 인간들이 자행한 범죄 행위 안에 내재하는 결과가 죽음과 함께 궁극적으로 굳어진 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인간이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결국은 자신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고 마는 처지가 지옥이라는 것이다.

 

 

연옥

 

연옥 교리는 가톨릭 교회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신앙이다. 예전에는 ‘단련교회’, 또는 ‘단련지 교회’라고 했던 연옥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게 된 사람들이 죽은 후 하느님과의 영원한 일치를 충만히 누리는데 장애되는 온갖 흠들을 제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과정의 상태를 말한다. ‘연령’(煉靈)은 바로 연옥에 있는 영혼을 가리킨다.

 

성경에서 뚜렷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연옥 존재는 일찍부터 교부들에 의해 긍정돼 왔다. 예를들면 성 아우구스띠노는 죽은 이들을 위한 전구를 인정한바 있다.

 

연옥에 대한 믿음이 교리로 정립된 때는 13세기경 이었다. 즉 1274년 제2차 리옹공의회에서 연옥에 대한 교리를 공식 인정했으며 1439년 피렌체공의회에서도 이를 다시 확인했다. 

 

종교개혁 과정에서 마르틴 루터가 연옥에 대한 교리를 부정하는 상황이 빚어졌으나 가톨릭교회는 이후 연옥에 관한 교리를 재정비하게 되었고 1545년 트리엔트공의회서 연옥 교리를 재차 확인 했다.

 

종합적으로 ‘우리보다 먼저 간 이들을 위하여’ 중재 기도를 계속 바쳐 온 오랜 전통에 근거, 교회는 ‘죄에 대한 적절한 보속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이들이 하느님 뵙는 데에 방해되는 마지막 장애를 연옥에서 씻는다’고 가르친다.

 

‘연옥의 정화과정은 얼마나 지속되는 것일까’ 라는 것은 연옥에 대해 갖는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은 현세 시간 밖에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우리로서는 그 과정이 일어나는 시간이나 공간을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생존자들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선행을 행하고 미사 봉헌을 통해 연옥의 ‘의인’들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기도는 통공(通功) 신앙의 표현이다. [가톨릭신문, 2011년 11월 20일, 이주연 기자]

 

 

성 라자로회 쓴 「위령성월」 통해 본 연옥영혼


연옥영혼의 구원 위해 끊임없는 기도를 바치자

 

 

가톨릭이 가르치는 ‘연옥교리’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미사 가운데 우리는 ‘연옥영혼을 돌보시되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봐주시기를’ 당부하며, 식사 후 기도에서 또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원한다.

 

여기, 연옥영혼들이 있다. 스스로 보속할 수 없는 연옥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는 기도와 미사, 자선, 애덕을 통해 우리가 받은 대사를 양보하는 것이다. 1901년 중국 북경에서 활동하던 프랑스 성 라자로회(성 빈첸시오회)가 쓴 책 ‘위령성월’을 통해 연옥영혼에 대해 알아본다.

 

 

연옥과 연옥영혼

 

11월 2일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다음날인 ‘위령의 날’이다. 교회는 이날 연옥영혼의 구원을 위해 미사와 기도를 드린다. 이날의 기도를 통해 살아있는 이들은 연옥영혼의 구원을 지향하고 기도하며 자신들의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연옥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마음에 큰 위안을 주는 선행이라는 것이다.

 

책 「위령성월」은 “하느님께서는 연옥의 영혼을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그 영혼들이 하루빨리 천당에 올라가 하느님을 뵈옵고 하늘나라의 영광된 복락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들은 현세에 있을 때 힘써 보속을 받아야하며, 훗날 연옥에서 받을 무거운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성 라자로회 선교사들은 연옥영혼의 고통이 지옥의 고통에 견줄만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연옥의 고통에는 끝이 있으며, 지옥의 고통에는 끝이 없다. 연옥영혼들은 스스로 보속할 수 없어 살아있는 이들의 기도와 하느님의 인자하신 안배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살아있는 이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의 평안을 도모하는 기도가 아닌,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다. 부모와 친인척, 은인과 사랑하는 친구, 버림받은 연옥영혼, 세상에서 계명을 지키지 않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 당시 선교사들은 말한다.

 

“우리들은 누구도 ‘아무개는 죽어서 반드시 지옥에 갔을 것이므로 그를 위해 기도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이는 망령된 말이기 때문이다. 천주교회는 어떤 이는 천당에 가서 성인이 됐다고 분명하게 말하면서도 어떤 이는 지옥에 갔다고 단정지어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연옥영혼의 구원

 

선교사들은 연옥영혼의 구원을 가장 기뻐하는 것은 ‘예수성심’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성모에게 기쁨을 드리는 선행이며, 천당의 기쁨이자 연옥의 위안이요, 현세교회의 큰 이익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선교사들은 세상을 떠난 이와의 약속을 빨리 실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다. 세상을 떠난 이의 영혼에게 중요한 일을 지연시킨 것이므로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일에 대해 가장 분노하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옥영혼을 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선교사들은 그 방법으로 미사봉헌을 꼽았으며 영성체 또한 잘 모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들이 연옥영혼을 구원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하느님께서 연옥영혼들을 불쌍히 여겨 연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하루빨리 천당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인자하시므로 사람들이 연옥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기도하는 것을 기뻐하시며, 이러한 기도를 들으시면 반드시 이에 응답해주신다.” [가톨릭신문, 2011년 11월 20일, 오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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