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공현대축일(8일) - 동방박사들은 누구인가?
페르시아 점성술사 등 설왕설래, 우주 창조주 경배하는 모든 백성 대표로 - '그분의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 세 명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위대한 탄생(The Nativity Story)' 한 장면. 주일학교 아이들의 성탄절 성극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연이 동방박사 세 사람이다. 아기 예수가 누워 있는 베들레헴 말구유 옆에는 으레 이들이 서 있다. 8일은 이들이 '그분의 별'을 따라 베들레헴에 와서 아기 예수께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주님공현대축일이다. 예전에는 삼왕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박사들은)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2). 페르시아 점성술사? 동방에서 왔다는 이 박사들 정체는 무엇인가. 성경이 제공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설(說)은 많지만 아직까지 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준 사람은 없다. 이들은 팔레스타인과 가까운 동쪽, 그러니까 바빌론이나 페르시아(이란)에서 온 점성술사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이들을 지칭하는 '박사'는 대학 최고학위인 박사(Ph.D.)가 아니라 현자 또는 꿈의 해석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마고스'를 번역한 것이다. 기원전 수세기 전부터 여러 왕조가 발흥한 고대 페르시아에는 천체(天體) 현상을 관찰해 인간의 운명이나 미래를 점치는 특정 계급이 있었다. 마기(Magu, Magi)라 불리는 이들은 이 지역에서 번성한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사제 역할을 맡았다.(마술을 뜻하는 'Magic'은 여기서 파생됐다) 또 기원전 500년대, 예루살렘을 잃고 바빌론으로 끌려가 포로생활을 하다 풀려난 유다인들(역대기하, 에즈라기 참조) 후손이라는 설이 있다. 유다인들 일부는 유배생활이 끝났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기에 정착했다.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해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마태 2,2)하며 행방을 수소문한 것으로 미뤄, 그들은 메시아 사상을 알고 있는 유다인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다인들에게 별과 메시아, 그리고 메시아 환난은 그리 생소한 얘기가 아니다. 아기 예수가 헤로데 왕의 영아 살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해야 했듯이, 그들의 민족 지도자 모세도 이스라엘 남자 아기들을 죽이라는 이집트 파라오 명령이 떨어진 뒤 강가 갈대숲 왕골상자에 몸을 숨겨야 했다. 또 모세가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여정에서 발람(Balaam)은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민수 24,17)고 예견했다. 이 밖에 인도나 중국에서 온 현자라는 설도 있다. 최근 소설가 이병천씨가 상상력을 동원해 '하늘의 아들'이라 믿는 동이족 고조선 유민이 서쪽 하늘에 뜬 별 하나를 보고 유다 땅을 찾아가는 구만 리 여정을 그린 장편소설 「90000리」를 펴내기도 했다. 세상 모든 백성에게 구원의 빛 드러내 흔히 동방박사가 3명이라고 하지만 복음서에 숫자는 언급돼 있지 않다. 아기 예수에게 바친 예물 종류가 3가지인 것으로 미뤄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발타사르, 멜키오르, 가스파르라는 이들 이름 역시 6세기경에 붙여진 것이다. 초세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별'과 동방박사들 정체에 대해 연구했지만 역사적 사실로 정립할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따라서 복음서에 더 이상의 언급이 없는 이상 어느 것도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거기에 담긴 신학적 의미다. 동방박사 이야기에서 아기 예수는 유다인만의 빛이 아니라 동쪽 지방, 나아가 모든 민족을 구원하는 빛이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교황 레오 1세(440-461 재위)는 "세 현자들은 우주의 창조주를 경배하는 모든 백성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 베들레헴 예수탄생성당 페르시아 병사들이 예수탄생기념성당을 파괴하지 않은 이유 서기 614년, 제국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던 페르시아 군대가 예루살렘까지 진격했다.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학살하고 교회를 파괴했다. 전승에 따르면, 샤흐르바라즈 장군도 병사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에서 8㎞ 떨어진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성당에 도착했다. 병사들이 성당 문을 부수고 들어가 각종 성상과 부조물들을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샤흐르바라즈 장군이 소리쳤다. "모두 멈춰라!" 페르시아 전통 복장을 한 점성술사(동방박사) 세 명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모습의 모자이크가 성당 벽에 있었기 때문이다. 점성술사들은 신통한 영적 능력이 있는 그들 조상이었다. 장군과 병사들은 그 모자이크 앞에서 절을 하고 그대로 물러갔다. 요즘도 순례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성당은 성녀 헬레나(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 모친)가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와서 예수님 탄생지로 알려진 동굴 위에 339년 봉헌한 성당터에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지어 완공한 것이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8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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