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어떤 의미인가
‘모든 이의 구원자’ 존재 알린 세 동방박사 구유 경배 기념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 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9-11) 세상의 구세주인 예수 탄생을 맞아 파스칼, 멜키오르, 발타사르 세 명의 동방박사는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리고 예물을 바친다. ‘삼왕 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도 불렸던 ‘주님 공현(公現) 대축일’은 이 같은 삼왕들이 아기 예수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대축일이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시어 세상 안에 처음으로 존재를 알리신 ‘빛과 계시의 축일’로도 불려지는 이날은 구원의 뜻이 어느 한 민족 백성 시대에 머물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짐을 드러낸다. ‘공현’(公現)은 그리스어 ‘에피파네이아’ ‘테오파니아’ ‘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사 ‘에피파이노’에서 파생한 것이다. 에피파이노는 ‘드러나게 나타나거나 밝혀지는 것’ 또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 ‘유명한 존재로 나타남’ 등의 뜻으로써 곧 ‘왕이나 황제의 오심’과 관련을 맺고 있다. 이사야서에서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예고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이사 60,6) 학자들에 따를때,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이 봉헌물들은 이방인들이 태양신에게 바치는 예물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예물은 곧 세상을 비추는 참된 빛이 떠오른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축일의 유래는 본래 동방교회로부터 나온 것이다. 서방에서 동지축제(태양신 탄생 축제)를 12월 25일에 지냈듯이 이집트와 아라비아 등에서는 1월 6일에 이 축제를 지냈다. 그리스도인들은 낮이 점차 길어지는 이날, 그리스도의 탄생과 공현을 기념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참빛임을 드러내려 했다고 한다. 동방교회에서는 4세기까지 성탄 축일도 이날에 지낼 만큼 주님 공현 대축일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컸다. 그리고 세례와 관련하여 물을 축성하고 예식을 거행했다. 서방교회에서 주님 공현을 기념한 것은 4세기부터다. 361년 갈리아에서 성대하게 공현 축일을 지낸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를 감안할 때 축일의 기원은 로마 예수 성탄 대축일과 거의 동시대로 여겨진다는게 학자들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이 축일은 1월 6일에 기념하지만, 1월 6일이 공휴일인 곳에서는 고정시켜 지내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1월 2~8일 사이 주일에 지낸다. 한국교회에서 올해 1월 8일을 주님 공현 대축일을 기념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서방교회는 전통적으로 주님 공현 대축일 축제를 동방박사들의 축제로 기념한다. 구유를 장식할 때도 성탄 때는 아기 예수와 마리아, 요셉, 목동들, 가축들에 한정시켰다가 공현 시기가 되면 동방박사 형상을 배치, 그 의미를 부각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축일의 전례 주제도 ‘그리스도께서 이방인의 빛으로 널리 알려진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날 구약의 독서에서는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불러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지만 신약시대에 와서는 유다인들에게 약속된 복음 선포가 이방인들에게도 전파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국 구세주 탄생을 알리는 베들레헴 그 별빛은 그리스도인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갖가지 어둠 속에서 염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빛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1월 8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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