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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18: 감실의 의미와 역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8 조회수3,832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18) 감실(龕室 · tabernaculum)의 의미와 역사


성체 보존하며 그리스도 사랑 묵상

 

 

약 15년 전에 「제대와 감실의 싸움」이라는 이름으로 인해서 화제가 되었던 고 김인영 신부님의 책이 있다. 제목으로만 보면 전례의 두 중요한 장소가 서로 우위를 다투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이 두 곳은 성체와 긴밀히 연결된 장소로 서로에게 꼭 필요한 관계로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쇄신을 통해서 한동안 전례공간의 중심으로 여겨왔던 감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제대가 성체성사의 중심으로 재확인되어 위치를 회복했을 뿐이다. 

 

원래 ‘감실(龕室)’이라는 말은 불교의 용어였다. 시신(屍身)을 화장(火葬)한 후 나오는 뼈나 사리를 보관하는 작은 공간이나 함을 감실이라고 한다. 이 용어의 적합성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한국천주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장소를 감실이라고 하였다. 교부들은 마리아가 최초의 감실이라는 말을 하였다. 마리아의 순명과 신앙을 통해 원죄없이 티 없으신 마리아의 아들로서 하느님이시며 성부의 아드님이신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기에 예수님의 육신을 잉태한 마리아의 태가 바로 최초의 감실이며 모든 감실의 원형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감실의 의미는 어떻고 역사적인 변천과정은 어떠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감실은 라틴어로 ‘타베르나쿨룸(tabernaculum)’이라 하는데, 이 단어는 천막, 초막을 의미한다. 탈출기에서는 계약 궤를 모셔놓고 하느님이 머무르는 장막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하였다(탈출 26장, 40장 참조). 그리고 이제는 성체가 모셔져 있는 감실을 지칭한다. 즉 하느님의 현존이 함께하는 공간을 뜻하는 신학적 용어로 발전했다. 

 

성체는 미사 집전에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현존 양상들인 당신 이름으로 모인 신자들의 모임에 현존, 성경을 읽고 해석할 때에 당신 말씀 안에 현존, 또한 당신을 대신하는 집전자의 인격 안에 현존과 더불어 그분의 현존을 드러낸다. 성체신비공경에 관한 훈령(Eucharisticum Mysterium 1967년) 55항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마침내 성체 형상 안에 특수한 모양으로 현존하심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적 표시라는 점에서는 성체성사로서의 그리스도의 현존은 축성의 열매이며 그리스도 자신의 현시(顯示)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체가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낸다는 것을 새 감실 축복 기도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늘로부터 사람들에게 참된 음식을 내려 주신 아버지 하느님! 당신 성자의 성체와 성혈을 보존하기 위하여 마련된 감실과 우리 자신을 축복해 주시어, 여기 현존하신 그리스도를 흠숭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에 항상 참여케 하소서.”

 

감실은 기본적으로 성체를 보존하는 역할이 가장 크며 성체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흠숭을 드리며 그 사랑을 묵상하도록 돕는 기능도 수행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체험에서 조용히 경배하고 묵상하며 개인적 영성을 발전시키는 바탕이 되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부터 미사를 거행한 후에 성체를 보존했다. 이 보존되는 성체는 노자성체를 위한 경우이다. ‘카파(cappa)’ 또는 ‘피식시(pyxis)’라고 불리는 그릇, 즉 현재의 성합에 성체를 넣고 제의방의 장에 보관하였다. 약 8세기경부터 제대 가까이에 보관하였다. 어떤 지역에서는 제대 위에 쇠로 만든 비둘기형태의 감실을 설치했다. 

 

성체에 대한 경배는 볼세냐의 성체기적이 있은 후에 교황 우르바노 4세가 1264년에 “성체 축일 Corpus Domini(현재는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을 제정하면서부터 본격화하였다. 이 축일에 성체를 모시고 행렬했던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성체현시와 성체강복으로 발전했다. 성체 행렬을 하기 전과 후에 제대 위에 성체를 현시할 성광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이때부터 성체 경배가 시작했다고 하겠다. 

 

로마에서는 16세기에 주 제대 위에 감실을 마련하여 성체를 모시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묵시 21,3)라는 성경 말씀을 생각하여 ‘tabernacolum’이라고 감실을 칭하였고 1614년 로마예식서 Rituale Romanum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쇄신된 「미사경본 총지침(2002년)」에서는 지극히 거룩한 성체 보존 장소인 감실은 “참으로 고상하고, 잘 드러나고, 잘 보이며, 아름답게 꾸민 곳에, 또한 기도하기에 알맞은 곳에 마련하여야 한다”하면서 “감실은 보통 하나이고 붙박이로 만들어야 하고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불투명 재질”로 만들라고 한다. 그 이유는 성체가 모독될 위험이 결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314항). 그리고 한동안 제대 위에 감실을 두었던 관습에서 벗어나 “미사가 거행되는 제대에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가 보존되는 감실을 두지 않는 것이 더 맞다”(315항)라고 밝히고 있다. 

 

감실은 미사 후에 노자영성체를 위해서, 미사 외의 영성체를 위해서, 또한 빵의 형상 속에 계신 임마누엘이신 그리스도를 흠숭하기 위해서 성체를 모셔두는 전례공간이다. 그러기에 교회를 형성하는 원천인 미사거행을 하는 제대보다 더 중심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제대와 밀접히 연결되어 그리스도의 현존을 표시하는 장소고 그만한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월 8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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