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재발견] (3) 전례주년의 구성과 특징
전례주년 따라 예수 수난 · 부활 되새겨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는 전례 유무에서 시작된다. 개신교는 전례가 없기에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전례주년이 없다. 교회가 1년 동안 전례적 성사를 거행하는 일정표인 전례주년은 시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고 현재화하는 것이다. 전례주년의 구성은 이동축일과 고정축일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 대축일과 성탄 대축일로 이뤄져 있다. 부활 대축일은 춘분(양력 3월 21일경)이 지난 후 오는 보름 다음 주일이기에 매년 이동되며, 3월 23일부터 4월 27일 사이에 지내게 된다. 성탄 대축일은 초기 그리스도교회가 로마의 태양신 축제일을 예수 성탄 대축일로 지냄으로써 시작돼 12월 25일로 고정돼 있다. 이렇게 두 대축일을 기점으로 전례주년을 따지면 쉽게 시기들을 알 수 있다. 부활 대축일 앞에는 사순시기가 오고, 뒤로는 부활시기가 이어지며, 성탄 대축일 앞에는 대림시기가 있고, 뒤로는 성탄시기가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연중시기가 된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로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회개와 기도의 시기다. 재의 수요일은 1091년 교황 우르바노 2세가 베네벤토 교회 회의에서 모든 신자들이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받도록 권고함으로써 시작됐다. 머리에 재를 뿌리는 예식은 '네가 먼지임을 기억하라'(창세 3,19)는 성경 말씀에 근거해 만들어졌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말씀에 의해 완성됐다. 인간이 죽음의 한계를 지닌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회개를 호소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순시기 마지막 주간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주님 수난과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한다. 이날 전례의 핵심은 축성된 나뭇가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가 고대하던 죽음을 물리칠 메시아라는 신앙이다. 성지주일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부활 대축일 전까지다. 성지주일 전례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과 주님 만찬 성목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의 성삼일로 구분할 수 있다. 성목요일 오전에는 성유 축성 미사가 봉헌된다. 이날은 1년 동안 사용할 성유를 교구장이 축성하는데, 성유에는 축성성유ㆍ병자성유ㆍ예비신자를 위한 예비신자성유가 있다.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미사에서는 성체를 옮기는 예식이 거행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후 올리브산에서 체포된 사건에 대한 기억에서 유래된다. 사제는 수난감실로 성체를 모시고, 십자가는 성당 밖으로 옮긴다.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를 그냥 두려면 천으로 가려야 한다.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를 가리는 이유는 아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지 않고 수난을 받고 계시기 때문이다. 성금요일은 미사를 봉헌하지 않으며 주님 수난을 기념한다. 오후 3시경에 십자가의 길을 하고, 저녁쯤에 말씀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으로 마감한다. 성토요일은 성금요일과 더불어 전례없이 침묵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 부활을 진지하게 기억하고 기다려야 한다. 예수 부활 대축일은 자정 가까이 또는 그보다 조금 뒤에 부활 성야가 끝나고 시작된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은 교회 축일 중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기쁨은 수난과 죽음의 신비를 거쳐야만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은 신앙생활의 목적이며 핵심이 되는 사건이다. 전례주년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구원 업적을 기념하고 재현하며 그리스도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고자 제정했다. 전례주년에 대한 이해없이 습관적 신앙생활만으로는 충분한 성사적 은총을 누리기 어렵다. 전례주년에 대한 의미를 알고 성사에 참례한다면 지금보다 더 살아 있는 역동적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 평화방송 TV '신앙의 재발견' 방송시간 : 월요일 오전 8시(본방송), 화요일 오후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8시 [평화신문, 2012년 2월 19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정리=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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