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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27: 매일 영성체, 매일 미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25 조회수4,859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27) 매일 영성체 · 매일 미사


마지막인 듯 거룩하게 영성체 준비하라

 

 

중남미의 현지인들 본당에서 사목을 하는 해외파견 사제가 미사의 의미를 그곳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가르치고 있다고 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신앙에 대해서 한탄을 했다. 그 이유는 영성체만 하면 미사를 다 했다고 생각해서 영성체 전에 와서 영성체 하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물론 한국 보다 더 오랜 신앙을 지니고 있는 교우들이라 생활에 신앙이 젖어 있고 순수하기는 하지만 전례보다는 신심 행위 위주의 신앙생활이라고 한다. 한국 천주교 교우들 중에도 영성체만 하면 미사를 드린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매일 영성체 혹은 매일 미사는 오랜 전통을 지닌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이다. 천주교회의 영성체 규정은 일 년에 한 번 이상 영성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자주 미사에 참례하고 영성체하기를 한국 천주교회의 설립 초기부터 교육했다. 「회장직분」이라는 우리 신앙선조들의 신앙생활과 전례생활의 지침서에는 매일 미사와 매일 영성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위의 기록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매일 영성체함은 날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 주일 미사 사이에 여러 번 영성체 한다는 말이며 가끔 영성체하는 이는 남의 이목이나 특히 습관에 따라 영성체하지 말고 오직 진실한 열심과 타당한 준비로써 영성체해 마치 이 세상에서 마지막 영성체를 하는 자세와 마음으로 거룩하게 영성체를 준비해야 하며, 또 고해성사를 받음으로써 마땅히 영성체하는 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영성체를 하기 위한 준비로서의 고해성사 그리고 매번 영성체가 자신의 마지막 영성체로 생각하라는 말씀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외적인 준비로서는 깨끗한 몸으로 영성체를 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공심재(空心齋)’가 있다. 1917년의 교회법전은 전통 공심재 관습법을 제도화해 영성체를 할 사람은 전날 자정부터 일체의 음식이나 음료를 먹거나 마시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너무나 엄격해서 지키기가 어려웠다.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은 잦은 영성체를 돕기 위해서 사제와 신자 모두 영성체 전 한 시간까지로 줄였다.

 

요즈음은 손 영성체와 입 영성체를 교우 자신이 선택해서 하고 있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이루어진 개혁이다. 지금도 천 년 이상 해왔던 입 영성체의 전통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은 분들은 손 영성체를 좀 거북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경외심이 떨어지는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5세기까지는 손 영성체가 일반적인 경향이었고 입 영성체는 반신불수 등 손 영성체가 불가능한 신자들을 위한 예외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루앙 시노드(878년)’는 평신도의 입 영성체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이유로는 첫째, 교우들이 성체를 손으로 받은 다음 즉시 영하지 않고 집으로 모셔가서 미신행위 등 부당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서방교회가 11세기경에 누룩 안 든 빵을 사용하자 8~9세기경부터 현재와 같은 작은 빵이 일반화되면서 손에 받아서 영하는 것보다 입으로 바로 영해주면 성체 부스러기를 땅에 떨어뜨릴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중세기에 전례가 성직자 중심으로 바뀌고 성체께 대한 경외심이 강조되자, 서품으로 축성된 성직자만이 성체를 만질 수 있다는 사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손 영성체가 부활한 것은 첫째, 손과 혀를 포함한 ‘몸 전체’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의 선성에 동일하게 참여하며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에 의해 획득된 성성에 참여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둘째, “받아먹어라”하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초대에 긍정적이고 인간적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며 주님과 통교한다. 셋째, 더욱 성숙하고 어른다운 태도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다른 이의 손을 빌어 입으로 받아먹는 이들은 아기나 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넷째, 더욱 위생적이고 평하게 성체를 분배하는 방식이다. 다섯째, 예물 봉헌과 ‘주님을 받아 모심’을 연결해 준다. 미사 때 빵과 포도주를 가져와 봉헌한 바로 그 손으로 지금 축성된 예물을 되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직자나 수도자 외에도 가끔 열심한 교우들은 하루에 여러 번 미사를 참례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영성체를 몇 번이나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1967년의 「성찬신비」훈령을 통해 토요일 아침미사와 같은 날 저녁의 주일 미사, 부활과 성탄의 자정미사와 축일 본미사, 성 목요일의 성유 축성미사와 주님 만찬 미사 등 세 경우에 한해 하루 두 번의 영성체를 허용했다. 1973년 경신성 훈령 「무한한 사랑」에서는 허용 범위를 더욱 넓혀 대부분의 성사미사, 서원미사, 성당 축성미사, 장례미사 등 중요한 미사에 두 번의 영성체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1983년의 교회법전은 이러한 제한 규정을 해제했다. 이제는 특별축일이나 예식미사가 아니더라도 미사에 온전하게 참례하기만 하면 하루에 두 번까지 영성체를 할 수 있다(917조 참조).

 

매일 미사와 매일 영성체는 구분해야 한다. 영성체를 했다고 온전히 미사에 참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온전히 미사에 참례한 사람은 영성체 할 수 있다. 매일 미사와 매일 영성체에 참례한다는 것은 주님께서 현존하시어 축복과 은총을 내리시는 영적 충만을 매일 행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영적 수련은 드물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참여한다면 주님 현존을 체험하기 힘들다.

 

[가톨릭신문, 2012년 3월 18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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