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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36: 예비자 혹은 예비신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14 조회수4,225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36) 예비자 혹은 예비신자(豫備信者 · catechumenus)


세례 후속 교육 · 관심으로 냉담률 줄여야

 

 

어느 공동체이든 새로운 일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경사로운 일이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이 경사로운 일을 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박해시기에는 배교자 한 사람이 공동체 전체를 와해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심지가 굳은 사람을 선발하려고 심사를 했으며, 그것을 통과한 사람만이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그 흔적을 3세기 초의 작품인 히폴리투스의 「사도전승」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입교하려고 찾아온 사람의 입교 동기,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 생활상태 등을 묻는다.

 

“말씀을 듣기 위해 처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회중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교사들 앞에 인도돼 믿으러 오게 된 동기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된다. 그들을 인도한 이들은 그들이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증언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상태, 즉 아내가 있는지, 노예인지 등의 여부를 물어볼 것이다. 만일 어떤 신자의 노예이고, 그의 주인이 그에게 허락했다면, 말씀을 듣게 할 것이다. 만일 그가 선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인이 증언하면 그를 돌려보낼 것이다.”(15장)

 

다음으로 그들의 일들과 직업들에 대해서 질문한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직업들에 대해서는 그만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16장 참조).

 

이러한 개인신상에 대한 시험을 통과하면 3년 동안 말씀을 듣는 예비자 교육기간으로 접어든다. 그러나 “열성적이고 이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면, 기간에 좌우되지 말고 오직 생활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17장)

 

초기 그리스도교는 이렇게 엄격하게 입교하려는 사람에 대해 준비를 했으며 어느 정도의 기간을 주어 교리와 생활교육을 행했다. 이 기간에 중점으로 여겼던 것은 그의 생활이었다. 아무리 교리내용을 잘 이해하고 암기를 했어도 그의 생활이 그리스도교화 되지 않았다면 세례받을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에 입교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을 예비자(豫備者) 혹은 예비신자(豫備信者)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중국의 예수회원들이 사용했다. 1600년대에 중국에서 선교한 예수회에서 쓰인 「천주성교예규(天主聖敎禮規)」에 보면 예비자가 선종했을 때는 신자와 같이 대우한다고 나와 있다. 예비자는 단순히 교리교육을 받고 세례를 당일 받음으로써 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단계적인 예식을 통해 신자로 태어난다. 예비자가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었을 때 교회는 신자로 대우하며 장례미사와 연도를 바친다. 이미 신앙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비자는 아직 세례를 받지 못했지만 이미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표현했으며 교육과정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내적으로는 교우라고 여겼다는 것을 죽었을 경우의 조치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예비자 교육기간에 대해서는 변화가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3년이라는 기간을 말했지만, 당시의 모든 교회가 그렇게 했던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예비자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심이었다. 한국천주교회에서 박해시기에는 신부의 부족과 교육여건의 어려움으로 교육기간이 길었다가 종교자유보장으로 40일로 줄었다. 이에 대해서는 르 장드르(Le Gendre) 신부가 1923년 저술한 「회장직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예비자’ 외에 ‘신입교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세례를 준비하는 사람을 예비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모든 이단과 미신을 끊어 버리고 십계명과 교회의 교리를 지켜야 하며, 그가 예비자라는 것을 사제가 알게 돼야만 그를 신입교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신입교우라고 할 수 없으며, 신입교우가 된 지 적어도 40일이 지나야 세례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도 강조하는 것은 예전에 믿고 따랐던 이단·미신과의 단절, 교회가 가르친 십계명과 교리를 지키는 생활이다. 그런데 40일이라는 기간이 너무나 짧다고 여기게 됐다. 그래서 1932년 「한국교회지도서」(Directorium Commune Missione Coreae)가 반포되면서 교육기간이 6개월로 됐으며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교회 한쪽에서는 이 기간도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교회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생활을 변화시키는 데 부족하다고 여겨서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예비자 교육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어른 입교 예식을 네 단계로 구분해 준비하고 실행하도록 예식서를 준비했다. 어른 입교 예식서 7항에서 각 단계의 목적을 간략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각 단계는 예비신자들을 탐구와 성숙의 기간으로 이끌고 준비시킨다.

 

가) 첫째 기간은 교회가 복음을 들려주고 후보자가 탐구하는 ‘예비신자 이전 기간’이라고 하며, 후보자를 예비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으로 마친다.

 

나) 둘째 기간은 예비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으로 시작해 교리교육을 실시하고 그에 따르는 예식을 거행하는 시기로 여러 해 동안 계속될 수 있으며, 선발 예식 날에 끝난다.

 

다) 셋째 기간은 매우 짧은데 관례대로 예수 부활 대축일과 성사들을 준비하는 사순시기에 지내며, ‘정화와 조명의 기간’이라고 한다.

 

라) 마지막 기간은 부활시기 내내 계속되는 ‘신비 교육 기간’이다. 이 기간에 성사의 체험과 결실을 거두어들이고 신자 공동체와 깊은 친교와 유대를 맺는다.” 

 

요즈음 예비자들에 대해서 일선 본당 사제들과 봉사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세례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우들이 1~3년 사이에 냉담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세례 이후의 후속 교육과 본당 공동체 전체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이혼과 재혼이 많은 시대라서 혼인장애에 걸린 예비자들에 대해서 초기에 파악해 장애를 해소시켜주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개신교에서 개종한 예비자의 증가로 교리봉사자들이 개신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단순한 비교보다는 교회사적인 과정과 교리의 차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가톨릭신문, 2012년 7월 15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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