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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40: 수직과 서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6 조회수4,055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40 · 끝) 수직(受職 · institutio)과 서품(敍品 · ordinatio)


평신도 · 사제 구원 사명 참여 고유 역할 구분

 

 

지난 3월 1일, 삼일절에 서울 신학교에서는 직수여미사가 있었다. 본당의 신학생이 교회의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는 수단을 입고 독서직을 받는다고 해 신학교에 갔다.

 

독서직과 시종직을 함께 수여하기에 대상자가 많았고 그들의 본당들에서 온 가족, 청년, 성소후원회 그리고 사목위원 등으로 신학교 대성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대상 신학생들이 수단과 중백의를 착의하고 한 손에는 초를 들고 입당하는 모습은 예전에 순박하고 상큼했던 나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내가 걸었던 그 길을 걷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든든했다.

 

그런데 참례한 많은 교우들은 직수여와 서품식의 의미 차이를 잘 모른다. 그냥 전례의 장엄성이나 참례 인원의 규모 정도의 차이는 생각하겠지만, 교회조직에서의 신학적 의미와 역사를 알지는 못한다. 그냥, 신학교에 들어가서 살다 보면 수단을 입고 독서직과 시종직을 받은 다음에, 부제품과 사제품을 받는 하나의 과정으로만 여길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서품을 통해 특별한 직무를 수행하는 성직자와 세례를 통해서 일반 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와의 공통부분과 구분되는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수직(institutio)과 서품(ordinatio)을 구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는 바오로 6세의 라틴교회의 직무에 대한 교황교서 「몇몇 직무들 Ministeria quaedam」(1972.8.15)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동안 소품이라고 불렀던 것들을 ‘서품’(ordinatio)이라고 하지 않고 ‘수직’(institutio)라고 한다.” 그리고 부제품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은 당연히 받아야 하고 평신도들도 받을 수 있음을 공언했다. 이는 평신도의 보편사제직(sacerdotium commune)에 대해 강조한 공의회 정신이 드러난 것이다.

 

교회헌장 33항은 ‘평신도 사도직’(apostolatus laicoru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는 바로 교회의 구원 사명에 대한 참여이며, 모든 이는 세례와 견진을 통해 바로 주님께 그 사도직에 임명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성사로, 특히 성체성사로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저 사랑이 전해지고 자라난다. 그 사랑이야말로 모든 사도직의 혼이다.” 34항에서는 예배에서도 평신도는 봉사하도록 부르심 받았다고 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생명과 사명에 밀접히 결합하신 평신도들에게 당신 사제직의 일부도 맡기시어, 하느님의 영광과 인류 신앙생활과 신앙 고백을 확고히 결합한다면 바라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히브 11,1 참조) 알리는 힘찬 선포자들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사제가 되기 위해서 7단계의 품(品)을 받아야 했으므로 이 모두를 성품(聖品)이라고 했고, 신품 성사를 칠품 성사라고도 했다. 1품은 수문품(守門品), 2품은 강경품(講經品, 현재의 독서직), 3품은 구마품(驅魔品), 4품은 시종품(侍從品, 현재의 시종직), 5품은 차부제품(次副祭品), 6품은 부제품(副祭品), 7품은 사제품(司祭品)이다.

 

여기서 1품에서 4품까지는 소품(小品)이라하고 5품에서 7품까지를 대품(大品)이라고 해서 1품을 받는 순간부터 성직자로서 인정받았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1972년의 교황교서 「몇몇 직무들」부터 소품 중에서 현실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된 두 가지를 품(品)이라는 용어가 아닌 직(職)으로 바꾸어 ‘독서직’(lector)과 ‘시종직’(acolytus)이란 용어를 사용해 남겨뒀다.

 

여기서 품(品)은 평신도들의 보편사제직과 구별되는 성직자들의 특수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부여받는 예식을 말한다. 부제품, 사제품, 주교품이 그렇다. 반면에 직(職)은 특수사제직을 지향하는 신학생들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수행할 수 있는 전례직무를 말하는 데 사용한다. 독서직과 시종직이 그렇다. 

 

독서직은 주님의 말씀을 전례거행을 위해 모인 교회공동체에서 낭독하는 직무이다. 미사와 거룩한 성사들에서 복음을 제외한 말씀을 선포한다. 그리고 부제나 성가대가 없으면 화답송과 복음 전 노래를 할 수 있다.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부단히 성경을 묵상하고 기술적으로 연습해 주님의 말씀이 잘 전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종직을 받은 시종은 성사들, 특히 미사를 거행하는 사제와 부제를 도와 제대에서 봉사할 임무가 있으며, 특별한 경우에는 성체분배를 할 수도 있다. 이 시종은 본당들에서 많은 경우 복사(服事·servitores Missæ)라고 부르는 전례봉사자이다.

 

부제품은 교회의 성직자가 되는 첫 단계로써 성경에서는 예루살렘교회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사도 6,1-6). 부제(副祭·diaconus)는 전례와 사목 그리고 사랑의 자선 행위를 통해 교회에 봉사한다. 특히 전례에서는 미사에서 복음선포와 강론, 성체분배를 할 수 있으며, 세례와 혼배를 주례할 수 있으며, 병자영성체와 축복예식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체성사, 병자성사, 고해성사, 서품성사, 견진성사는 할 수 없다. 사제는 서품성사와 견진성사를 못한다. 이 두 성사는 주교에게 유보된 성사이다. 

 

여성이 전례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1969년 미사경본총지침 70항이 근거가 됐다.

 

“부제 이하의 계층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직무는 시종직이나 독서직을 받지 않은 평신도들에게 맡길 수 있다. 사제석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직무는 본당 신부의 재량대로 여성에게도 맡길 수 있다.”

 

여기에서 사제석(presbyterium)은 제단을 의미하기에 여성은 제대 옆에서 하는 복사 역할은 아직 못했다. 1994년에 교황청은 교구장이 허락하면 미사의 복사를 소녀들에게도 허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여성도 복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대신 교구장이 허락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러한 조건은 2000년에 개정된 미사경본총지침 107항에서 “제대에서 사제를 돕는 임무는 주교가 자기 교구를 위해 정한 규범을 따른다”라고 해 교구장이 정한 규범에 따라 여성복사의 허용 가부가 결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동안 ‘재미있는 전례이야기 - 전례 짬짜’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8월 26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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