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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전례의 이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1 조회수3,612 추천수0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전례의 이해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전례헌장 10항) 교회 생활에서 전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가장 잘 표현한 이 언급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장 먼저 전례헌장을 발표한 동기와 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전례헌장을 실현하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노력해왔고 무엇이 미흡한지 알아보는 지표가 된다.

 

전례헌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준비위원회가 초안을 작성하고, 공의회 회기 중에 토론에 토론을 거치고, 필요하면 새 문장을 만들어서 경우에 따라 낱말 하나, 문장 하나, 항목 하나씩 표결에 부쳐서 통과된 문헌이다. 이 문헌은 또한 교부들의 신학과 2000년 교회 역사에서 축적된 그리스도교 예배신학이 압축된 문헌이다. 전례헌장이 발표된 이후 전례에 대한 문헌과 서 적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전례에 관해서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보다는, 전례헌장을 해설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전례헌장의 많은 부분을 알아듣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전례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장 먼저 발표한 문헌이다. 트리엔트 공의회의 폐막 400주년(1563년 12월 4일 폐막) 기념일인 1963년 12월 4일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주교들은 전례헌장을 표결에 붙여, 2147표의 찬성과 반대 4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승인하였고, 교황 바오로 6세의 서명과 함께 발표하였다.

 

전례헌장의 발표로 전례뿐만 아니라 교회 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 왔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트리엔트 공의회 (1545-1563)에서 내린 이러 저러한 전례 규정과 지침들이 400년 이상 교회를 지배하면서, 교회 안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전례를 거행하였다. 트리엔트 공의회 후속 조치로 전세계 교회는 통일된 예식서에 적힌 붉은 글씨의 규정들을 틀림없이 거행해야 했고, 거행의 모든 말마디나 동작이 낱낱이 규정되었다. 수세기 동안 조금도 변경하지 않고 거행해오던 터라, 전례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전례헌장의 발표 이후 큰 변화가 시작되었음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전례헌장은 서두에서 헌장을 발표하는 의도를 밝히기를 “거룩한 공의회는 신자들 사이에서 그리스도교 생활을 나날이 발전시키고, 변경할 수 있는 그 제도들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더 잘 적응시키고,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의 일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증진하고, 또 모든 이를 교회의 품으로 부르는 데에 이로운 것은 무엇이든 강화하려고 하므로, 특별히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위한 배려도 자기소임으로 여긴다.”(1항) 이 항목은 공의회가 목적으로 하는 전례 쇄신의 시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양육하기 위한 쇄신, 시대에 맞추어 전례를 적응하기 위한 쇄신, 교회 일치에 기여하기 위한 쇄신, 또 모든 이를 교회로 초대하기 위한 쇄신이라고 밝힌다. 말하자면 시대에 맞지 않아 알아듣지 못하는 예식은 과감히 바꾸고, 세상을 향해 창문을 활짝 열어 교회의 품으로 사람들을 부르고, 그리스도교인들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전례를 쇄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다.

 

전례헌장은 서론과 7개의 장과 전례력에 관한 부록을 다루고 있다. 서론 1-4항에서는 쇄신의 원칙을 서술한다. 2, 3, 4항에서 헌장은 전례 쇄신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특히 2항에서 전례의 본질을 개진하는데, 전례가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에 이 세상을 순례하며 구원의 완성을 향하여 걸어가는 교회로서, 전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구원을 이루게 하는 몫이 교회의 첫째 몫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쇄신은 ‘필요하다면 건전한 전통의 정신에 따라 신중하게 완전히 재검토되어, 새로운 힘으로 현대의 요구에 부응하게 되기를 바란다.’(4항)고 천명한다.

 

제1장에서는 거룩한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위한 일반 원칙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설명한다. 전례 전반에 걸친 쇄신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1. 거룩한 전례의 본질과 교회 생활에서 차지하는 그 중요성(5-13항)

2. 전례 교육과 능동적 참여의 촉진(14-20항)

3. 거룩한 전례의 쇄신(21-40항)

4. 교구와 본당의 전례 생활 증진(41, 42항)

5. 전례적 사목활동의 증진(43-46항)

 

특히 제1장은 전례 쇄신의 바탕이 되어야 할 신학이 압축된 장이다. 전례신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례에 대한 정의(5항, 6항)와 전례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양태에 대한 서술(7항)은 그 신학적인 시야가 놀랄 만큼 넓고 깊어서, 두고두고 생각하고 묵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전례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구원업적을 실현시키는 순간이라고 알아들을 때라야 전례가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10항)이라 할 수 있고, 교회생활에서 차지하는 전례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 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14항) 바라고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전례학을 가르치는 교수를 양성시킬 것을 강조하고 신학교와 수도자 신학원에서 전례학을 필수전공과목으로 지정했다. 이전의 전례교육은 단순히 전례규정과 거행실습 정도였다면 이제는 신학, 역사, 영성, 사목, 법률의 측면에서 전례를 다루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신자들의 전례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목자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모범으로도 자기 양떼를 이끌어야 한다.”(19항)고 강조한다.

 

제1장에서 사용하는 쇄신(instauratio)이라는 용어는 어느 시대의 전례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전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이 실현된다는 전례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전례의 본 모습을 되찾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의도한 전례쇄신은 혁신적이며 본질적인 것이다. 전례쇄신을 위한 규범으로는 전례규정이 사도좌와 지역주교의 권한임을 확인했고 전통과 진보의 조화를 꾀했으며 전례거행에서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례에서 듣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 때문에 각 나라의 언어 사용을 허가했다. 그리고 지역교회에 전례위원회를 두어 전례 사목활동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도록 권고한다.

 

제2장에서는 성체성사의 신비(47-58항)와 쇄신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신자들이 마치 국외자나 구경꾼으로 참여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미사통상문의 개정과 성경 활용, 강론의 권장, 보편지향기도의 복구, 지역 언어의 사용, 양형영성체의 허용, 성찬전례와 함께 동일하게 중요시해야 할 말씀전례의 의미, 공동집전을 통한 사제직의 단일성 등이 강조되었다. 개인적이며 사적인 미사가 성행되던 관행에서 본래 초기 교회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며 공동 집전을 부활시켰고, 더불어 본미사로 불리던 성찬전례의 준비에 불과했던 말씀전례도 미사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임을 강조했다. 하느님 말씀의 풍성한 식탁을 마련하도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례를 통하여 말씀을 경청하도록 강조하였다.

 

제3장에서는 다른 성사와 준성사(59-82항)를 다룬다. 성사는 인간 생활의 성화와 하느님 찬양을 그 목적으로 하기에 성사 예식이 그것을 나타내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천명한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성사의 표징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성사도 마찬가지다.

 

제4장부터 7장까지는 전례에 속하는 성무일도의 개정 방침(83-101항), 전례주년에 대한 쇄신의 기준과 의미를 설명하고(102-111항), 성음악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과 교육, 전통적인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 음악의 보존과 활용, 그리고 대중 성가를 통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말한다(112-121항). 성미술과 성당기물에 대해서는 그 품위와 조건을 제시하며 주교들의 관심을 독려한다(122-130항). 그러나 성당건축에 대해서는 ‘전례행위의 실행과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 확보에 적합하도록 힘써 배려하여야 한다.’(124항)고 짧게 언급하고 있다.

 

부록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달력 개정에 관한 선언을 첨부하고 있다.

 

전례헌장은 전례가 사제의 전유물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의 행위임을 강조했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구원업적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서 하느님 구원 경륜이 실현되는 구원역사로 이해하도록 도와준 것이 가장 큰 공헌이다. 전례를 개인 신심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교회의 삶의 중심에 놓고, 전례가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은 전 례를 이해하는 큰 발걸음을 내딛게 했고, 그 후에 더 큰 걸음을 교회가 걷도록 인도하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공의회가 폐막된 후 후속조치로 전례헌장 실행 위원회를 설치하여 실제로 헌장에서 강조된 내용들이 실행되도록 하였다. 미사경본을 비롯하여 모든 예식서를 개정간행하고, 지침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의회 전례쇄신은 지지와 함께 도전도 받고 있다. 전례거행이나 예식서를 지역교회가 아예 자유로이 만들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트리엔트 공의회의 전례로 다시 돌아가서 교회 전체가 통일된 전례를 거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 큰 도전은 전례헌장의 쇄신 정신이 교회 안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실현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전례거행을 위하여도, 전례교육을 위하여도 전례의 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사제 양성과정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을 위한 전례교육의 장이 활발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례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한 공의회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

 

* 글 김복희 마리소피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사진제공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분도, 2012년 가을호,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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