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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거룩한 말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1,972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거룩한 말씀

 

 

몇 년 전 오스트리아 방송에서는 거룩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른바 ‘평범한 사람들’이 한 대답을 인상 깊게 정리하여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어떤 사람은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가 소중하게 여기시던 물건, ‘묵주’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가까운 일가친척이나 친구들이 특별한 상황에서 한 말을 특히 소중하게 여기고 오래 간직합니다. 매우 사랑하던 사람이 죽을 때 남긴 마지막 말 또는 자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말들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됩니다. 휄더린은 “무엇이 남을 것인지는 시인이 정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말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진정으로 사랑의 말을 입에 담는 모든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에게 있어 근원적인 의미로 거룩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책을 성경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이 전해주는 신앙의 관점에서 볼 때 성경뿐 아니라 창조된 세상 역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창조를 통하여 놀랍고도 때로는 수수께끼 같은 엄청난 말씀을 진술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 말씀에 대해 응답해야 합니다. 이 응답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통해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 응답은 질문이나 탄원이나 청원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 응답은 늘 되풀이되어 세상의 모든 놀라움과 두려움과 더불어 세상에 대한 긍정으로 자리 잡습니다.

 

성경과 창조와 역사 안에서 인간에게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인간의 응답은 전례와 예배를 통해 농축됩니다. 전례와 예배를 통해 신앙인들의 자아가 ‘우리’라는 공동체를 향해 스스로를 열어 놓습니다. 아울러 인간은 전례와 예배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함께 경청하고 기도와 감사와 찬미의 형식으로 그 말씀에 함께 응답합니다. 그리고 전례와 예배를 통해 이루어지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인간의 모든 응답은 언제나 마치 봉인과 같은 ‘아멘’(Amen)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히브리어 ‘아멘’은 ‘확고하다, 확실하다’라는 뜻으로 소원보다는 동의를 드러내는 말입니다. 곧 찬송에 대한 동의입니다. 또한 이는 청원기도에 대한 동의로 고대 교회에서는 강론을 마친 후 하느님께 대한 찬미, 곧 영광송으로 바쳤습니다. 5세기에 서거한 예로니모 성인은 그 당시 로마교회에서 공동체의 ‘아멘’ 소리가 너무나 우렁차게 말과 노래로 울려 나와서 마치 천둥소리와 같았다고 하였습니다.

 

[2012년 1월 15일 연중 제2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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