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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거룩한 소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1,953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거룩한 소리

 

 

구약의 세계관에서 볼 때 우주 전체는 마치 거대한 악기와 같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악기는 내적 조화를 이루어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울려 퍼지게 합니다. 태양, 달, 별, 산, 강물 그리고 온갖 생명체들과 인간까지도 포함하여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게 해야 합니다. 시편은 번갈아 부르는 교송의 형식을 빌어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며 바다와 그 안에 가득 찬 것들은 소리쳐라. 들과 거기 있는 것들도 모두 기뻐 뛰고 숲의 나무들도 모두 환호하여라. 주님 앞에서 환호하여라. 그분께서 오신다, 세상을 다스리러 그분께서 오신다. 그분께서 누리를 의롭게, 민족들을 성실하게 다스리시리라.”(시편 96,11-13)하고 찬미가를 소리 높여 부르기도 합니다.

 

2세기경 등장한 그리스도교 영지주의 문서인 솔로몬의 찬가(Oden Salomons)에서 저자는 자신을 칠현금에 비유하며 “칠현금에 바람이 불어 줄을 울리게 하듯, 하느님 영의 입김이 내 지체에 불어 그분의 사랑 안에서 노래하노라.” 하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2세기경의 교회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비에 가득 찬 가수 오르페우스와 비교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들짐승들을 길들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아울러 오르페우스는 악령의 힘을 물리치신 그리스도를 어렴풋이나마 미리 암시해준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1000년이 지난 다음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신비주의의 대가였던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는 그리스도를 다음과 같이 칠현금에 비유하였습니다. “신랑은 당신을 위하여 칠현금이 되셨습니다. 나무는 십자가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몸은 나무의 표면 위에 걸린 줄과 같습니다. 그분께서 나무 위에 팽팽하게 걸려 있지 않으시면 당신이 즐겨들을 말씀의 소리를 내실 수 없습니다. 자세히 보십시오. 칠현금에는 일곱 개의 줄이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위하여 노래하시고, 당신 앞에서 연주하시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도록 초대하십니다.”

 

인류의 놀라운 순간 이라는 저서를 통해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는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이 성금요일에 걸렸던 중병에서 벗어나 건강을 회복하면서 오라토리오 ‘메시아’에 대한 영감을 받게 되어 새로운 형태로 하느님을 넘치도록 찬미하게 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메시아’ 초연에 대해 츠바이크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합창단이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이 노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헨델은 오르간 옆에 서 있었습니다. 헨델은 자신의 작품을 꼼꼼히 살피고 합창을 이끌어 나가려고 하였지만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놓게 되었습니다. … 마치 그 작품을 쓴 이가 자신이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마침내 음악이 끝나고 ‘아멘’이 울려 퍼지자 헨델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합창단과 함께 노래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마치 평생 한 번도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노래하였습니다. … 드디어 둑이 터졌습니다. 이제는 그 노도와 같은 노랫소리가 매년 울려 퍼집니다.”

 

장엄한 찬미가 소리에 묻힌 헨델의 작은 목소리에 대한 이 이야기 말미에 성경적 신앙의 지평에서 다니엘 예언자가 전해준 불가마 속에 있던 세 젊은이의 위대한 찬미가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천사들과 인간들, 하늘의 별들, 밤과 낮, 땅과 물 등 모든 것이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불림 받았습니다(다니엘 3,51-90 참조).

 

오르페우스는 찬양을 해야 하는 가수입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피조물 역시 찬양하도록 불림을 받고 있습니다. 위대한 찬양과 위대한 찬미 노래는 궁극적으로 모든 청원을 넘어 또한 교회의 예배입니다.

 

[2012년 1월 22일 연중 제3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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