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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거룩한 시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1,909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거룩한 시간

 

 

제가 베네딕토 여자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연로한 한 수녀가 자신이 이 수도회에 입회한 지 60년도 넘었지만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교회력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리듬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교회력은 축일, 축일 준비, 축일을 지낸 다음의 여운 또한 주일과 평일 사이의 긴장이 가져다주는 리듬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도원의 일과도 시간경과 노동을 번갈아 가면서 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이러한 일과 속에서 하루와 한 해가 흐르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틈이 거의 없습니다.

 

시간은 매우 다르게 체험되어 집니다. 시인 휄더린은 자신의 생애를 ‘결핍된 시간’으로 느꼈다고 회상합니다. 신성한 것이 그의 생애에서 사라진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흐린 어느 주일 아침 그는 ‘답답한 시간’을 체험하였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류시인 마리 루이제 카슈니츠(Marie Luise Kaschnitz)는 우리 시대를 ‘격동의 시간’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적 활동을 시작하시면서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하시며 ‘충만한 시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과 작별하실 때,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잠시 동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요한 16,16) 인간이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향해 자신을 여는 만큼, 그의 시간은 ‘충만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서 ‘잠시 동안’은 결코 권태롭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의 일상은 ‘시간이 없다.’라는 말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너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고독한 사람들이 포함됩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늙고 병들었습니다. 종교적 지혜의 속담에서 “시간이 있다.”라는 것은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백 년에 걸쳐 발전된 신앙의 예술작품인 교회력은 하느님을 위하여 시간을 내어, 서두르고 소란스러운 가운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매우 소중한 것을 위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는 틀을 구성합니다.

 

제7일, 다시 말해서 일주일의 첫날이 다른 날에 앞서 묵상과 예배와 이와 관련된 휴식을 위한 날이 된 것은 유대-그리스도교 유산의 핵심에 속합니다. 수백 년 동안 엿새 일하고 하루를 쉬는 리듬은 시간의 흐름을 규정하여 삶의 기준과 방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출발하는 생활 문화가 오래 전부터 손상을 입어왔고, 오늘날에는 그 나머지마저도 경제적 이익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입게 될 커다란 손실이 얼마나 클지 아직 모릅니다. 유럽에서는 주일을 보전하기 위한 폭넓은 제휴가 서둘러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012년 1월 29일 연중 제4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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