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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색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2,800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색채

 

 

성경 시편 45편에는 어느 임금님의 신부에 대해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 신부는 금으로 장식하고 다채로운 예복을 갖추고 신랑 앞으로 나아갑니다(시편 45,14 이하 참조). 교부들은 이 신부가 교회를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부의 다채로운 예복을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다양한 은사의 표징으로 보았습니다.

 

가톨릭교회와 동방교회의 예배 때 사용되는 색채는 다양한 자리를 차지하고 아울러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림, 성상, 전례 복장, 창문 등에서의 다양한 색채가 그러합니다. 이와 달리 개신교에서는 색채 사용에 있어서 별다른 무게를 두지 않는 듯합니다.

 

성경은 창세기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대홍수를 일으키신 다음에 나타난 무지개가 당신과 노아 사이에 맺은 계약의 표징이라고 하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러한 무지개는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등 뒤에 위치하는 태양에서 발산하는 순수한 흰 빛이 빗방울에 반사되어 보라색, 남색, 파랑색,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 빨강색의 일곱 색깔로 변할 때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느님 예배 때와 일상생활 안에서 만나는 색채로부터 느끼는 기쁨은 창조와 구원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기쁨을 드러냅니다. 이 기쁨은 교회력의 흐름이 가져다주는 조수간만, 곧 밀물과 썰물을 느끼게 합니다. 이 기쁨은 부활절 이전의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 절제되었다가 부활시기, 오순절, 성탄시기에 이르러 활짝 피어납니다. 이러한 리듬은 하느님 예배를 통해서 그리고 전례 복장의 색채의 교체와 성당 공간의 장식에도 부합합니다.

 

고대에는 사람들이 흰색 속옷 위에 염색된 옷을 입었습니다. 이 색은 보라색 또는 자주색의 원료가 되는 조개의 분비물을 희석한 물에 옷감을 담근 다음 햇빛에 말리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고 합니다. 빛을 쪼이는 시간의 차이에 따라 심홍색이 장미색이 된 다음 갈색, 빨간색, 보라색, 검붉은 색으로 변화됩니다. 가장 높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검붉은 색의 옷을 입었습니다. 교회도 이러한 관행을 받아들여 주교는 검붉은 색깔의 겉옷을 착용하였습니다.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제정한 가톨릭교회의 전례를 위해 사용되는 다섯 가지 색채는 이러한 고대의 다섯 가지 색채로 변하는 심홍색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흰색은 그리스도 축일과 순교하지 않은 성인을 위한 색채입니다. 붉은색은 수난과 성령과 순교자의 축일을 위한 것입니다. 녹색은 연중 주일을 위한 것이고, 보라색은 속죄일을 위한 것이고, 검은색은 성금요일과 장례 미사를 위한 것입니다. 금으로 수를 놓은 색채는 모든 축일에 사용됩니다.

 

흰색은 무지개의 모든 색을 모은 것으로 산란되지 않은 빛의 총체이며, 시작과 끝, 충만과 비움을 나타냅니다. 자극적인 빨간색은 피와 불꽃의 색채로 생명, 힘, 수난을 표현합니다. 녹색은 낙원의 색채이며 생명나무인 십자가의 색채를 표현합니다. 파란색과 빨간색을 혼합하여 만든 보라색은 올바른 척도와 중도를 상징합니다. 보라색 보석인 ‘자수정’(Amethyst)은 독일어로 ‘맑은 정신의 보석’(Stein der Nichttrunkenheit)을 의미합니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은 색채의 이 보석은 하늘과 땅을 중재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색채가 가톨릭 미사를 통해 드러나는 색채들의 조화입니다. 이처럼 조화를 이루는 모든 색채가 드러내는 아름다움은 ‘하느님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미사와 관련된 아름다움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2012년 2월 12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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