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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세례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2,271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세례대

 

 

아시시의 대성전에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제작된 세례대에 대한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12세기에 돌로 만들어진 이 세례대에서 두 아기가 세례를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두 아기는 각각 뛰어난 정치가와 성인이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스타우퍼 가문(Staufer)의 프리드리히 2세 황제 그리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였습니다. 잘츠부르크의 대성당에서도 오래된 세례대에서 1765년 1월 28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대성전뿐 아니라 모든 성당에는 세례를 위한 도구로 돌이나 철로 만든 성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세례대’(Taufbrunnen)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릅니다. 세례를 위하여 축성된 물은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축성된 물이 세례를 받는 사람의 이마 또는 머리 위에 부을 때 세례대 안으로 흘러내리게 됩니다. 교회 역사의 초기에는 이러한 세례대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때에는 자연에 있는 흐르는 물에 몸을 담가 세례를 주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물에서 세례 받으신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마태 3,13-17 참조). 그래서 신약성경의 사도행전에서 전하는 것처럼 부제 필리포스가 에티오피아 칸다케의 내시에게 세례를 줄 때에도 그와 마찬가지로 하였습니다(사도 8,26-39 참조).

 

그런데 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건축되기 시작한 성전에서는 고정된 장소나 특정한 방에서 세례를 주게 되었습니다. 이 장소나 방은 성당 서쪽 문 가까이에 있었는데, 그 이유는 세례를 통해 비로소 성찬례의 신비에 온전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세례실(Baptisterium)이라고 부르는 세례를 위한 공간이나 집 한가운데에는 물이 흐르는 물통이 놓여 있습니다. 세례 후보자가 그 물통 안으로 들어가서 물속에 몸을 잠기게 하거나 아니면 그의 몸에 물을 부었습니다. 이 세례를 위한 장소는 대개 십자가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세례 후보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방식으로 부활하기 위하여 십자가의 신비 안에 잠기게 됩니다. 세례대는 흔히 팔각형의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이 형태는 그리스도께서 일주일의 첫날 곧 구약의 7일로 이루어진 일주일을 지나 제8일에 부활하신 것을 나타냅니다. 이로써 세례받은 이는 옛 세상의 시간을 벗어나서 영원한 ‘제8일’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숫자 8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완성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사상에 특별히 영향을 받은 교회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세속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들은 죽음과 세상으로 내던져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한 이들은 생명 안으로, 제8의 숫자 안으로 건너가게 될 것입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오늘날 제작된 세례실이나 세례대는 이전 시대에 비해 소박합니다. 그것은 가능한 한 제대 영역 밖에 있어야 하지만 눈에 잘 띄고 접근하기가 용이해야 하며,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세례를 기억하도록 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무신론자이자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도 세례를 자유와 온전한 생명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일기에 뉴욕에서 머물 때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뉴욕에 있을 때 돌로 만들어진 계곡에 둘러싸여 우리에 갇힌 짐승과 같았으나 마침내 항구에 이르자, 글자 그대로 표현하자면 “마치 검고 썩은 나무껍질로 쌓인 나를 세례수가 맞이해 주는 것 같았다.”라고 하였습니다. 바다는 여기에서 감옥처럼 느껴지는 매우 낯선 도시와 대비되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바닷물은 생명의 요람인 세례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2012년 4월 1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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