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제대 (1)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는 믿음의 조상 야곱이 길을 가다가 돌에 머리를 베고 누워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꿈속에서 야곱은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땅에 세워진 하늘에 이르는 층계를 보았습니다. 그 층계를 천사들이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꼭대기에는 하느님께서 서 계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야곱에게 그의 후손이 땅의 먼지처럼 많아질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꿈에서 깨어난 야곱은 머리를 베었던 돌을 일으켜 세우고 그 꼭대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리하여 그 돌은 제대가 되었습니다. 기름은 제대 위에서 바치는 예물이기 때문입니다(창세 28,10-19 참조). 다른 많은 종교들 그리고 그리스도교 이전의 유대교에서도 돌, 흙, 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제대들이 있었습니다. 그 제대들 위에서 신이나 신들에 대한 경배의 표현으로 희생 제물을 쏟아 붓거나 태웠습니다. 예루살렘에 살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처음에는 이 도시의 성전에 가서 번제물과 화제물(火祭物)1)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후에 로마인들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그 성전을 점차 멀리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고대의 제대들 대신에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새로운 제대가 되었습니다. 그 고난의 나무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모든 죄인을 위한 사랑을 나타내시기 위하여 생명을 바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처음부터 최후의 만찬 이후 그리스도께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라며 그들에게 맡기신 성찬례를 거행하여 왔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아직 성당이 없었으며 집안의 일반 식탁에서 그 거룩한 신비를 거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거행한 것은 단순히 예수님을 기억하는 만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의 현존이고, 십자가 희생 제사의 현존이었으며, 이 현존 안에서 사제와 희생 제사는 하나였습니다. 1) 주교회의 용어위원회의 원칙에 따름. (역자주) [2012년 4월 15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제대 (2) 그리스도교가 지하에서 나와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미사를 위한 성전 건물을 짓게 되면서부터 하늘과 땅을 감동시키는 이러한 사건이 거실과 식당의 소박함은 물론 누추함 마저도 뛰어넘게 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때부터 성전 한가운데 제대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초기에는 제대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한 분뿐이시며 성찬례도 하나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제대는 십자가가 서 있던 골고타 언덕의 바위에서 나온 돌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르러 이러한 아름다운 상징성이 퇴색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제대를 세우고 대부분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인상적인 형태로 장식하였습니다. 이탈리아 라베나(Ravena)에 있는 아주 오래된 성당의 압시스 모자이크(Apsismosaik)1)를 배경으로 홀로 서 있는 제대와 같이 한 개 또는 네 개의 기둥 위에 놓인 단순한 모양의 돌 제대는 절제된 힘을 느끼게 하는 표징입니다. 오늘날 설치되는 많은 제대들은 단순하게 제작되기는 하지만, 최근 공의회2)가 교회 전례 전체를 위하여 권장했던 ‘고상한 단순함의 광채’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촛대, 화병, 책, 메모지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제대 위에 무질서하게 놓여 있습니다. 성전 봉헌과 제대 봉헌의 새 예식을 살펴본다면 여러 가지 무질서한 잡동사니들을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입니다. 제대를 축성할 때 제대 가운데와 네 귀퉁이에 성유로 도유하고 나서, 제대 전체를 도유합니다. 제대는 ‘기름부음을 받은 이’로 번역되는 메시아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도유 예식 다음 제대에 분향합니다. 이 분향은 여기에서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를 상징합니다. 끝으로 “그리스도의 빛으로 제대를 비추시고, 그 빛이 주님의 식탁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생명을 비추게 하소서.” 하면서 초에 불을 붙여 제대 위에 세워 놓습니다. 제대 아래에는 통상적으로 유해를 모셔둡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따라서 성인들이 생명을 바친 것을 기억하기 위한 것입니다. 교회가 바라는 고정된 제대는 고향을 찾는 이들이 머물고 의지하는 장소입니다. 1) 서양 성당 건축물의 제대 뒤 반원형 천장 부분에 모자이크로 장식한 것을 말한다. 이는 제단 뒤 장식벽(Retrotabulum)과 더불어 중세 성당 건축의 중요한 내부 장식이 되었다. (역자주)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지칭함. (역자주) [2012년 4월 22일 부활 제3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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