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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십자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2,577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십자가

 

 

몇 년 전 로마 옛 시가지를 지나가면서 검은 피부의 여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마에는 녹색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저를 안내하던 신부가 동방 교회에 대한 식견이 있었기에, 저는 그에게 이러한 관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신부는 여인이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로마에 살고 있는 많은 난민들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들의 그리스도교 신앙만은 보존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은 십자가가 달린 줄이나 사슬로 된 목걸이 또는 귀걸이를 달고 다닙니다. 십자가는 흔히 장식품이나 부적으로 사용됩니다. 적지 않은 경우 십자가는 부모나 친구가 선물하거나, 더 나아가 로마, 아시시, 테제 여행 때 산 것으로 신앙고백의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곧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내 신앙을 감추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내 신앙을 진지하게 대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노인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무덤에 가져갈 십자가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알베르 카뮈는 그의 소설 『페스트』에서 예수회 소속의 사제인 판늘루(Panneloux)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십자가를 달라고 하면서 무신론자인 담당 의사에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겼으니 혼자 죽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슬람의 이해지평에서 초승달처럼, 그리스도교 전통을 간직한 국가에서 십자가는 길과 거리 주변에, 학교와 병실 그리고 묘지와 모든 성당 안에 흔히 있는 상징물입니다. 주로 십자가는 나무나 쇠로 아무 장식 없이 만들어집니다. 가끔 상아나 귀금속 같은 값비싼 재료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종종 십자가에는 고난받으시고 돌아가시거나 혹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달려 있기도 합니다.

 

원래 십자가는 공포의 표징이며, 끔찍한 죽음을 가져다주는 도구로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거기에 매달려 죽은 나자렛 출신의 한 젊은이를 바라보면서 위로와 확신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실패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사람의 아들인 동시에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습니다. 그분의 부활 사건으로 사랑이 증오보다 강하며, 영광이 죄보다 강하고, 하느님의 어린양이 인간 늑대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부활 사건은 메마른 십자가나무를 생명나무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성금요일에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것과 부활절에 그분 죽음의 죽음을 동시에 표현한 뛰어난 십자가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 그림들 중 하나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산 클레멘테(San Clemente) 대성당1)에 있는 커다란 모자이크화입니다. 그 그림은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신 젊은 그리스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리스도께서는 꽃과 열매로 가득한 나무에 매달리셔서 고통을 극복하신 십자가의 모습으로 팔을 벌리고 계십니다. “보라 십자 나무 세상 구원이 달렸네.” 이러한 모양의 십자가 그림이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1) 바티칸에 있는 순례성당으로 12세기경에 제작된 모자이크화가 매우 유명함. (역자주)

 

[2012년 4월 29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이민의 날)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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