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태양 같은 창문 파리에 소재하는 샬트르 대성당은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모든 성당 중에서 최고 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성당의 서쪽 벽에는 많은 조각 무늬로 이루어진 커다란 원형 창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원형 가운데에는 열두 개의 작은 창문이 마치 꽃잎처럼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다시 12개의 둥그런 창문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창문 전체는 다시 원형의 돌로 만든 띠가 감싸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격조 높은 성당의 입구 쪽에는 이러한 원형 창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창문을 로세테(Rosette), 곧 장미꽃 모양의 둥근 창이라 부릅니다. 원래 이러한 모양의 창문은 바퀴, 곧 운명의 여신이 준비한 운명의 바퀴, 인간을 정상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내동댕이치며 돌아가는 인생의 바퀴 또는 하느님의 심판의 바퀴를 상징하였습니다. 대성당의 서쪽 벽에 자리 잡고 있는 원형 창문은 12세기 중반부터 더는 돌아가는 운명의 바퀴를 상징하지 않고, 고정되어 여러 색깔로 찬란히 빛나는 태양의 바퀴로 묘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천체와 그리스도를 상징하였습니다. 교회는 예언자 말라키의 말을 빌어 그리스도를 “의로움의 태양”(말라 3,20)이라고 찬송하였습니다. 예술사가 한스 세들마이어(Hans Sedlmayr)는 유럽에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두 시대가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 시대는 이른바 태양을 중심으로 해서 문화가 꽃을 피운 시대, 곧 태양의 상징이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이때가 바로 12세기부터 13세기 중반까지 이르는 고딕 시대와 17세기 중반의 바로크 전성 시대로 이른바 태양왕의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에는 성광이 태양의 모양을 본떠서 제작되었고, 베드로 대성전에 소재하는 바로크 양식의 제대와 베드로좌도 베르니니에 의해 태양의 광채로 장식되었습니다. 고딕 양식으로 제작된 태양 빛을 통과시키는 창문 유리벽에는 하늘의 색채인 푸른색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태양의 색채인 붉은색과 황금색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창문 아래에 위치하는 정문은 천상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로 파악되었습니다. 여러 창문을 통하여 대성전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모이는 공간은 새 하늘과 새 땅을 결합하는 천상 도성의 모상으로 이해되었을 것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신학자 토마스 데 아퀴노는 반그리스적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를 염두에 두면서 “밤에 날아다니는 새는 태양을 볼 수 없지만, 독수리의 눈은 볼 수 있다.”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햇빛이 쏟아 드는 대성당의 창문을 바라보는 사람은 영적으로 세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영원의 빛나는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2012년 7월 22일 연중 제16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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