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탑 “땅이 하늘에 닿으라고, 인간은 성당의 탑을 하늘에 꽂았다. 금에도 비할 수 없이 귀한 일곱 개의 구리 못으로.” 시인 라이너 쿤체(Reiner Kunze)는 오래된 한자 도시 뤼벡(Lubeck)의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일곱 개의 성당의 탑이 지닌 의미, 더 나아가 모든 성당의 탑의 의미를 이처럼 묘사했습니다. 성당의 탑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파악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탑이 드러내는 아래를 향해 내려오는 선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선이 인간에게 내려오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건축학적으로 표현했음을 간파합니다. 이와는 달리 후기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탑이 드러내는 위로 올라가는 선은 하느님께 올라가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표현합니다. 직립보행을 하는 존재인 인간은 위를 향해 올라가면서 언제나 자기 실존의 가장 위대하고도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성당의 탑은 단순히 성당 지붕이나 건물 위 높은 곳에 종을 매달아 사람들이 멀리서도 종소리를 듣도록 하기 위한 장소만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물론 종을 매달아 치기 위해 성당의 탑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곧 성당의 탑은 지상을 뛰어넘어 초월하고자 하는 바, 그것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다시 라이너 쿤츠의 말을 빌리면 성당의 탑은 “땅이 하늘과 맞닿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인들이 세운 계단식 탑들 역시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가 되고자 했습니다. 이 탑들의 정상에서는 거룩한 혼배식이 거행되었으니, 이는 곧 하늘과 땅의 결합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이 탑들 중 한 개는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탑은 천상의 것, 말하자면 하느님에 대한 동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의 자기주장과 죄스러운 오만을 상징하는 건물로 전도되었습니다. 성경은 이 바벨탑 건축의 실패로 인간과 민족들이 어려움 없이 서로 소통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창세 11,4-9 참조). 유럽의 오래된 도시 중심가에 위치하는 지붕 사이에는 교회의 탑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이 탑은 여전히 도시의 얼굴에 중심과 측면을 제공합니다. 비엔나의 성 스테판 대성당의 탑과 슈트라스부르크 대성당의 붉은 사암 조각을 이어 만든 탑도 좋은 사례에 해당합니다. 슈트라스부르크 대성당의 탑을 두고 폴 클로델(Paul Claudel)은 엘사스 지방을 비추는 촛불이라고 묘사한 적도 있습니다. 성경에서 묘사하는 하느님의 모습들을 멀리했던 시인 릴케는 자신의 ‘시간경 기도서’에서 “당신은 가장 깊이 계신 분, 높이 솟으시니 잠수하는 이들과 탑들이 질투합니다.”라고 하면서 이 탑들이 하느님을 가리킨다고 말했습니다. [2012년 7월 29일 연중 제17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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