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의 유래와 의미
모든 민족에게 성탄의 기쁜 소식 전해 -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한 사건을 경축하는 축일이다. 그림은 '동방 박사들의 경배'(터키 카파토니아 동굴 성당 프레스코 벽화, 12세기).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예수 성탄 대축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축일이다. 가스파르, 발타사르, 멜키오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 명의 동방 박사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심을 알고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한 사건을 경축하는 날이다. 이 사건을 통해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이 공적으로 드러났다. 공현(公現)은 그리스어로 '에피파네이아'(epiphaneia)인데, '드러나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삼왕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도 불렸다. 우리나라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매년 1월 2일에서 8일 사이 주일에 지낸다. 관련된 성경 기록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1). 동방 박사의 방문은 구약에서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이사 60,6). 금과 유향은 당시 이방인들이 태양신에게 바쳤던 예물로, 세상을 비추는 빛(구세주)이 오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교회에서 시작됐다. 그리스도교 초기 서방교회는, 그날부터 낮이 길어지는 태양신 탄생 축일(동지)인 12월 25일을 예수 성탄일로 지냈다. 동방교회도 주님 공현과 함께 예수 성탄을 기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집트를 포함한 동방교회가 예수 성탄일로 기념한 태양신 탄생 축일(동지)은 1월 6일이었다. 예수 성탄일이 두 개가 된 것이다. 4세기 말께 동방교회의 예수 성탄일이 서방교회에 전해지면서 혼동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혼동을 막고 성탄과 공현을 구분하고자 예수 성탄 대축일은 12월 25일에, 주님 공현 대축일은 1월 6일로 나눠 지내게 됐다. 지금도 1월 6일을 성탄절로 지내는 동방교회가 적지 않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예수 성탄 대축일과 달리 특별한 예식을 하지 않는다. 공현 대축일이 성탄시기에 들어 있으면서 성탄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성탄은 '어두운 이 세상에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을, 공현은 '그분 탄생을 이방 민족들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셨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래서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이방 민족들을 대표하는 동방 박사들 형상을 구유에 설치한다. 세 명의 동방 박사는 구세주를 경배하는 모든 백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교황 레오 1세(재위 440~461)는 그의 강론에서 주님 공현 대축일의 신학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늘 경축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은 우리에게 성탄의 기쁨을 연장해주고 있는데, 두 축일에서 서로 비슷한 내용의 신비를 연이어 지낸다 해서 우리 기쁨의 강도나 믿음의 열정이 약화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로 태어나신 갓난아기가 작은 마을에 갇혀 계시면서도 벌써 온 세상에 선포하신 인류 구원에 관한 일입니다. 사실 그분은 이스라엘의 백성 그리고 이 백성 가운데 한 가정을 선택하셨으며, 이 가정에서부터 전 인류가 지니고 있는 본성을 취하셨습니다. 하지만 만민을 위해 태어나신 그분은 당신의 탄생이 어머니의 협소한 거처 안에 감춰져 있기를 원치 않으시고 즉시 모든 이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셨습니다." 성탄 대축일의 중심이 하느님께서 취하신 인성에 있다면, 공현 대축일은 인간 가운데 드러난 신성(神性)으로 눈길을 돌린다. 다시 말해 성탄 대축일은 인성에, 공현 대축일은 신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두 대축일은 성탄과 공현의 의미를 서로서로 보완하면서 서로에게 빛을 밝혀준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6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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