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의 기원 · 의미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 영광·사랑 증거하자 - 인천교구 조광호 신부의 ‘주님 공현’ 이콘 작품(80×60㎝, 2005). 1월 6일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은 아기 예수가 동방박사들을 통해 ‘메시아’임을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축일은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나타나심으로써, 즉 주님이 전 세계에 보이심을 공적으로 경축하는 의미라 하겠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아 이 축일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이며, 어떤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본다. 기원 주님 공현 대축일은 원래 예수 성탄을 기리는 동방교회들의 축일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 기원은 서방교회에서의 예수 성탄 대축일이 생겨나게 된 배경과 비슷한 맥락이다. 예수 성탄 대축일은 구약의 전승과 관계 속에서 축일이 이뤄진 예수 부활 대축일과 달리, 고대 그리스 및 로마 문화권에 영향을 받았다. 당시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황제의 탄신 축제나 저명한 이들의 생일 축제를 관습적으로 보냈으며, 12월 25일을 ‘무적의 태양신 탄생 축일’로 지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퇴폐적인 태양신 숭배 축제에 빠져 들지 않도록 하는 의미와 함께 ‘승리의 태양’, ‘세상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12월 25일을 예수 성탄 대축일로 정했다. 마찬가지로 주님 공현 대축일인 1월 6일은 이단을 물리치고 이교도들의 습관으로부터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뜻이 내포돼 있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2세기부터 1월 6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낸 그노시스 주의자들은 세례 때 인간 예수 안에 말씀이 내려왔다고 주장, 예수가 처음부터 참 하느님이라는 전통 신앙을 부인했다. 또 이집트의 경우, 1월 6일 동지(冬至) 축제를 지내면서 승리자 태양신에게 예배하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교회는 이러한 이단과 이교들의 습관으로부터 신자들을 보호하고자 1월 6일을 그리스도의 탄생과 세례를 기념하는 축일로 제정하게 됐다. 이 축일이 동방교회에서 시작되었을 때에는 ‘카나 혼인잔치의 첫 기적’, ‘요르단강 세례’ 등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이 드러난 사건들도 함께 기념했다고 한다. 서방교회에는 4세기경에 도입됐는데, 주로 동방박사의 방문만을 경축한다. ‘공현’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에피파니아’ 또는 ‘테오파니아’의 ‘스스로를 드러냄’, ‘유명한 존재가 된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하느님의 발현’ 혹은 ‘하느님의 개입’을 가리키는데 사용됐다. 이런 면에서 동방교회의 주님 공현 대축일은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남(탄생) 또는 예수가 하느님임이 드러남을 뜻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라는 성경구절이 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와 주님 공현 대축일에 모두 사용되는 것을 볼 때, 예수 성탄 대축일과 주님 공현 대축일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기원했으나 그 의미와 배경은 같다는 표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힌다. 전례학자 정의철 신부(서울 중앙동본당 주임)는 “주님 공현 대축일은 성탄과 마찬가지로 강생의 신비를 고유한 주제로 삼고있다”며, “차이점을 둔다면 예수 성탄 대축일이 가정의 축제와 같이 하느님 아들이 보잘것 없는 인간으로 태어난 강생의 신비에 더 치중되고 있는 반면, 주님 공현 대축일은 어린 아기의 신적 차원으로 눈을 돌려 세상에 밝게 나타났음에 비중이 두어진다”고 했다.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는 지역교회에서는 그 이후 오는 주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성탄시기의 제2부라 할 수 있는 공현시기를 마무리 한다. 유럽교회의 경우 1월 6일이 별도의 공휴일로 지정되고, 바티칸에서도 1월 6일을 고정 축일로 지낼 만큼 주요한 축일로 기념한다. 한국교회 등 그 이외 지역에서는 1월 2~8일 사이 오는 주일에 축일을 기념한다. 어떻게 축일을 맞을까? 이렇게 주님 공현 대축일은 하느님이 사람으로 태어남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예수의 신성이 드러남을 동시에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회 내 전문가들은 “주님 공현 대축일은 아기 예수의 성탄에 감상적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공현된 주님’께 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 나아갈 것을 되새기게 한다”고 말한다. 한 본당 사목자는 “우리 모두는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의 증거자로서, 이 세상 모든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빛과 영광과 사랑을 증거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는 신자들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6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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