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해]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 3. 「전례헌장」에서 말하는 전례의 의미와 본질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에서 내린 여러 가지 전례 규정과 지침들이 400년 이상 교회를 지배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전례는 고정적이고 법률적인 차원에서 예식을 규정했던 ‘홍주’(rubrica, 예식서에 붉은 글씨로 적힌 규정)에 따라 외형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장엄하고 정중하게 하는 경신예배 예식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전례헌장」은 전례 거행의 근본바탕을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두고 전례를 정의함으로써 전례가 단순한 예식의 범주가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그 지체들이 완전한 공적 예배를 드린다. 따라서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다. 그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7항). 이처럼 「전례헌장」에서는 전례를 그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구원 업적을 실현하는 순간으로 이해함으로써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10항)이라고 밝히고, 교회 생활에서 차지하는 전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례의 정의를 통해서 볼 때 전례의 주체자는 참 하느님이며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참 인간으로서 인류를 대표해서 하느님께 예배와 흠숭을 드리고, 또 참 하느님으로서 구원 은총을 당신의 백성에게 전해주시는 것입니다. 전례의 목적은 하느님께 합당한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인간 자신을 성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공경하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행위이며, 인간을 거룩하게 하는 면에서는 하느님의 행위입니다. 참다운 의미의 전례는 하느님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양자를 대상으로 하는 쌍방통행입니다. 곧 모든 전례 행위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거룩하게 하시는 하강적인 면(하느님의 말씀, 은총)과 인간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하며 도움을 비는 상승적인 면(제사, 기도, 감사와 찬미)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모든 전례는 하느님과 인간이 주고받는 대화이며, 이러한 대화적인 특성은 전례의 기본 구조를 이룹니다. 전례의 내면적인 요소와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입니다. 다시 말해 전례는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 특히 수난과 부활을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완전히 재현하고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는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와 성사들을 통하여”(6항) 예수님의 구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미사를 빼놓고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전례의 내면적 요소가 예수님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이지만, 이 구원 업적을 현실적 사실로 실현시키는 것은 말이나 동작, 사물 등과 같이 인간 사회에서 사용하고 통용되는 감각적 표지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례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 보여주는 일곱 가지 성사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례에 참여하면서 그 안에서 들려지고 보여지는 말씀과 행위를 귀담아듣고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모든 전례 행위는 교회의 공적인 행위로서 교회의 몸 전체에 관련되고, 그 몸을 드러내며 그것에 영향을 끼칩니다(26항). 우리 각자는 그 몸에 딸린 지체로서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형식적으로 흐르고 맙니다. 전례는 교회의 행위이기에 그리스도의 직무를 대리하는 주교를 중심으로 그를 보좌하는 사제, 부제 등 성직자의 지도와 주관 하에 거행되어야 합니다. 모든 평신도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했기에 전례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닙니다. 또한, 전례는 공적 특성이 있기에 가능하면 공동체를 이루어 거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012년 12월 2일 대림 제1주일 가톨릭마산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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