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기원 · 의미
새 생명 얻는 은총의 선물 ‘세례’ 의미 고찰 - 주님 세례 축일은 세례를 통해 구원자임을 드러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우리 자신이 물로 세례 받은 의미를 되새기는 시기이다.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1-22) 1월 13일은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이다. 이 사건을 통해 예수님은 자신의 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하늘이 열리는 구원의 새 시대를 시작하셨다. 전례사전에 따를 때, 세례 사건에서의 예수님은 비둘기의 상징으로 성령에 따른 하느님의 새 백성을 대표한다. 또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예수님이 ‘예언자들에 의해 예언된’, 바로 그 ‘주님의 종’이시라는 사실을 증언한다. 교부들은 이 세례 사건이 예수님의 신성을 계시하는 것으로 보았고, 세례 후 성령이 내려온 것에 대해서도 이는 성부가 예수를 기름 발라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주어 파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편 예수님이 요한의 세례를 받아들이면서 죄에 짓눌린 인류와 유대를 이루는 가운데 물에다 죄를 씻는 능력을 주었다고 보았다. 교회는 이 축일을 지내며 우리 자신이 물로 세례를 받았던 바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어떤 의미 때문일까. 전례학자들은 그것이 성탄절에 세례를 주던 풍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예로부터 동방교회에서는 공현 축일(1월 6일)을 지내면서 주님의 세례를 기념하고 그 전날 저녁 물을 축복하는 예식을 가졌다고 한다. 이는 예수님께서 세례 때 물을 축성하여 영원한 생명의 샘으로 만들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중세기를 지나면서 공현 축일에 주님 세례를 기념하는 축일을 지냈고 1960년에는 로마 전례력에 공식적으로 독자적인 축일로 편입됐다. 1969년 전례력에서는 공현 다음 주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되 7일이나 8일이 주일인 경우 주님 공현 축일 다음 월요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도록 정했다. 이런 배경에서 주님 세례 축일 전례 중심은 무엇보다 ‘세례’에 집중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인간으로 오셨으며, 모든 민족들의 빛으로 계시됐고, 세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구세주이심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의 복음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구세주로 내세우셨음을 보이고, 독서를 통해서는 예수님의 사제직과 예언자직을 선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특히 “… 아버지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새로운 세례의 신비를 드러내시고, 하늘의 소리로 주님의 말씀이 사람들 가운데 계심을 믿게 하셨나이다. 또한 비둘기 모양으로 성령을 보내시어, 주님의 종 그리스도에게 기쁨의 기름을 바르시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나이다. …” 라는 이날의 감사송은 그러한 세례사건으로 비롯된 구원론적인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주님 세례 축일은 이렇게 우리 자신들의 세례성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는 계기다. 손희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는 저서 「일곱성사, 하느님 은총의 표지」에서 “세례는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의 표지로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여 옛 사람을 버리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은총을 선사한다”며 “인간은 세례를 통해 모든 죄의 사함을 받고 성령을 선물로 받으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에 귀속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했다. 또한 “이 새로운 삶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성령의 업적인 동시에 인간의 응답과 노력을 요구하는 과제”임을 손 신부는 강조하고 있다. 교회는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를 마감하게 되고 다음날부터 ‘연중 제1주간’을 시작하게 된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13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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