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 축일 유래와 의미
초 축복하며 나 자신도 온전히 봉헌 - 주님 봉헌 축일은 성모 마리아가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림은 '예수의 성전 봉헌'(러시아정교회 이콘). 교회는 예수 성탄 대축일부터 40일째 되는 2월 2일을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주님 봉헌 축일은 성모 마리아가 모세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구약성경의 정결례 규정(레위 12,1-8)에 따르면 산모가 남자아이를 낳으면 40일간, 여자아이를 낳으면 80일간 정결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이 기간이 지나면 양 한 마리와 비둘기 한 마리, 가난한 경우에는 비둘기 두 마리를 속죄 제물로 사제에게 드려야 했다. 사제가 이 제물로 산모의 부정을 벗겨주면 깨끗하게 된다고 여겼다. 또 첫 남자 아이는 하느님의 소유(탈출 13,2)이기에 하느님께 바친 뒤 되돌려 받아야 했다. 이 규정에 따라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치고 제물로 속량 예식을 치렀다. 교회는 일찍부터 이 축일을 지내왔다. 예루살렘교회는 4세기 말부터 이 축일을 기념했고, 5세기 중엽에는 촛불 행렬을 시작했다. 6세기에는 이웃 동방교회에 전파됐다. 이 무렵에는 아기 예수를 바치기에 앞서 시므온 예언자가 고대하던 메시아를 성전에서 만난 것에 초점을 맞춰 '만남의 축제'로 지냈다. 이 전통은 7세기 후반 로마교회에 들어왔고, 이후 다른 서방교회에도 전파됐다. 처음에는 동방교회처럼 '만남의 축제일' 또는 '성 시므온의 날'로 지냈으나 성모 신심과 성모 축일이 발달함에 따라 1969년까지 '성모 취결례(取潔禮)'로 지냈다. 오랫동안 주님 축일을 성모 축일로 바꿔 지내온 것이다. 중세 후반에는 촛불을 들고 행렬하는 것 때문에 '성촉절(聖燭節)'이라 불리기도 했다. 최근 이 축일의 본뜻을 되찾아 1970년부터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내고 있다. 이날 행렬에 사용되는 초를 축복하던 전통은 한 해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하는 관습으로 정착됐다. 그래서 이날 성전과 각 가정에서 사용할 초를 축복한다. 초는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 교회는 일찍부터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전례 표지로 초를 사용해왔다. 이날 교회에서 초를 봉헌하는 것은 주님께서 하느님께 봉헌되셨듯이 우리도 주님과 하나가 돼 나 자신을 봉헌하자는 뜻에서다. 주님 봉헌 축일의 의미를 잘 살린 행위라고 하겠다. 완전한 봉헌은 자기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다. 요즘은 초를 들고 행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초를 들고 행렬하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을 만나고자 불을 밝혀 들고 하느님 집으로 나아가는 것을 상징한다. 이처럼 주님 봉헌 축일은 예수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7년에 주님 봉헌 축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제정하고, 자신을 주님께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았다. 교황청 수도회성은 해마다 맞는 봉헌생활의 날에 모든 신자가 특별히 수도성소를 위해 기도하고, 봉헌생활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27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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