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월의 유래와 성모 공경 교리
인류 구원 협력자 성모님, 모든 그리스도인 신앙의 모범 '맑은 하늘 오월은 성모님의 달~♪' 성모님의 달 5월이다. 만물이 푸른 봄기운을 가득 머금고 만개하는 이달을 가톨릭교회는 인류 구원의 탁월한 협력자이자 참사랑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는 때로 삼고 있다. 성모성월을 맞아 △ 성모성월의 유래와 의미 △ 성모에 대한 교회 가르침 △ 세계 성모성지 등을 알아본다. ▨ 성모성월 유래와 의미 카스티야(스페인 중부 옛 왕국)의 왕 알폰소 10세(1221~1284)는 5월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에게 주는 영적 풍요로움을 처음 결부시킨 이다. 그는 5월 한 달간 특히 마리아를 위해 기도하자고 권고했다. 이때부터 5월을 성모의 달로 기념하는 전통이 생겨나 서방교회로 퍼지기 시작했다. 성모성월이 구체화된 것은 17세기 말이다. 1677년 이탈리아 피렌체 부근의 도미니코 수련원에 성모를 특별히 공경하는 단체가 생겨 5월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축제를 마련했다. 이때 신자들은 '성모호칭기도'를 바치고, 마리아에게 장미화관을 봉헌하는 등 성모신심을 고취했다.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하면서 성모신심은 절정에 달한다. 이후부터 성모를 위한 갖가지 행사가 유럽교회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여러 신학자는 성모성월과 관련한 서적을 내놓는다. 이 시기부터 성모성월 행사는 공적으로 거행되기 시작했다. 교회가 성모성월을 제정한 것은 인간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전구하고 계시는 성모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서다. 성모 마리아가 보여준 하느님께 대한 순명과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의 모범이란 것이다.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통해 평생 하느님 뜻에 순종한 성모처럼 하느님을 뵙기를 염원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바람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의 삶을 두고 "하느님과 깊은 일치와 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표시하고 이뤄주는 표지요 도구"(「교회헌장」 1항)인 교회의 전형(典型)이 된다고 가르친다. 한국교회도 성모성월 행사를 장엄히 거행하고 있다. 각 본당은 성모성월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자 성모상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성모의 밤' 행사 등을 마련한다. ▨ 성모에 대한 교회 가르침 교회는 성모를 '하느님의 어머니', '구세주의 어머니',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원죄없이 잉태되신 분', '신앙인의 모범' 등으로 칭하며 공경한다. 교회가 성모를 하느님 모친으로 공경하는 것은 삼위일체 교리 안에서 성령으로 하느님이신 예수를 낳았기 때문이다. 성모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어머니이자 예수를 주님으로 모시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도 된다. 예수가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자녀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또 성모를 평생 동정녀라고 고백한다. 이는 '하느님이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처녀에게서 인간을 잉태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또 '예수가 참 하느님이며 참 인간'이라는 신앙고백의 의미도 있다. 교회는 나아가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보존되었다'고 고백한다. 마리아는 여느 인간들과 같은 인간이지만, 하느님 아들을 잉태하는 거처가 되기 위해서는 완전한 순결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적 귀결에 따른 신앙고백이다. 하느님의 선택을 받아 원죄없이 태어났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정도로 완전함을 간직했던 성모는 세상 삶을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승천했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하느님의 아들을 낳은 분의 육체는 무덤에서 부패할 수 없다는 신앙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도 성모처럼 종말에 천상 영광에 들어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교회는 교회 형성 시기부터 성모신심이 각별했다. 신자들은 마리아 신심 운동을 활발히 펼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데 힘썼다. 조선 박해시대 신자들은 「천주실의」 「성경직해광익」 「주교요지」 등 서학서를 통해 마리아께 대한 이해를 키웠고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신심을 함양했다. 신앙의 자유가 없던 이 시기에 관헌에 체포된 신자들은 모진 고문에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며 "예수 마리아"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신앙 자유가 보장된 이후 한국교회는 1898년 명동성당을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께 봉헌했다. 1950년 전후로 레지오 마리애, 파티마의 성모사도직(푸른군대), 성모의 기사회 등 성모신심 운동 및 사도직 활동이 도입됐고,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교리 선포 100주년이 되던 1954년 한국 주교단은 성모 성년 대회를 개최하고 다시 한 번 한국교회를 성모 마리아께 공식적으로 봉헌했다. ▨ 세계 성모성지 현재 성모성지로 지정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 1700여 곳이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등지에 성모성지가 있으며, 한국에는 남양ㆍ매괴 성모성지 두 곳이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 성모성지 몇 곳을 골라 소개한다. 루르드 성모성지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북쪽 산기슭에 있는 소도시 루르드.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이곳에서 18차례에 걸쳐 성모 마리아가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발현했다. 흰옷에 하얀 베일과 파란색 허리띠를 두르고 양발 위에는 노란 장미가 덮인 모습으로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베르나데트에게 "나는 원죄없이 잉태된 자(Immaculata Conception)"라고 밝히며, 발현 장소에 성당을 짓고 루르드 샘물의 원천을 가리키며 그 물을 마시며 씻도록 했다. 루르드 성모가 마시고 씻도록 한 샘에서 4000여 건의 치유 현상이 일어났다고 전해지며, 교회가 공식 기적으로 선포한 기적은 지금까지 68여 건에 달한다. 성지순례는 성지 측에서 진행하는 시간대별 계획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이뤄진다. 성지에서는 천천히 걸으며 묵주기도를 하며 순례할 것을 권한다. 성지에 있는 '로사리오 대성당' 오른편에 있는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눈과 귀를 씻으며 세속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성모 마리아와 영적으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파티마 성모성지 성모 마리아는 1917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 파티마에서 5개월간 6회에 걸쳐 발현했다. 루치아와 그녀의 사촌 히야친타, 프란치스코 등 세 명의 어린 목동에게 발현한 성모는 △ 속죄 △ 묵주기도 바칠 것 △ 성직자를 위해 기도할 것 △ 세계 모든 이를 성모의 티없는 성심께 봉헌할 것 △ 매달 첫 토요일에 속죄의 영성체를 할 것 등을 당부하면서 그 대가로 많은 영혼이 구원과 세계 전쟁의 예방, 러시아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약속했다. 1930년 포르투갈 주교들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공식 인정했고, 1942년 교황 비오 12세는 성모의 요청대로 러시아를 특별히 언급하면서 세상을 성모의 티없는 성심께 봉헌했다. 파티마 성모 발현은 20세기 가장 큰 역사적 사건으로, 인류 구원을 위한 교회 쇄신과 회개를 촉구했다. 판치엔산 성모성지 신앙의 자유가 여전히 허락되지 않고 있는 중국에도 성모성지가 있다. 중국 산시성 성도 타이위안(太原)교구 판치엔(阪泉)산 성모성지는 중국교회 대표적 성모성지다. 해마다 8월 성모승천대축일 시기엔 중국 각지에서 10만여 명씩 몰려든다. 타이위안시에서 동남쪽 40㎞가량 떨어진 타이항 산맥 줄기 판치엔산 산상에 있다. 해발 1760m 고지에 자리한 성지에는 대형 예수성심상과 성모성당, 성모당, 성물판매소 등이 들어서 있다. 1783년 박해를 피해 이곳에 자리 잡은 스페인 출신 작은형제회 선교사와 신자들이 이곳에 동굴을 파 성모상을 모시며 살았다. 1897년 이곳에 판치엔산성당이 건립됐으며, 1998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곳을 전대사 특전을 얻을 수 있는 성모성지로 공식 공표했다. 남양성모성지 한국교회 첫 성모성지인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경기도 화성군 소재)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우거져 절로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해주는 곳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손에 묵주를 든 채 순교한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현양하고자 지어진 남양성모성지는 갖가지 야생화와 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길게 뻗은 '묵주기도의 길', '십자가의 길'로 유명하다. 1991년 성모 마리아께 봉헌됨으로써 한국교회 첫 성모마리아 순례지로 선포됐다. 원형으로 펼쳐진 동산 전체가 하나의 묵주로 꾸며진 이곳은 빼어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대형 십자고상과 성모상을 비롯해 어른 둘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는 50여 개의 돌로 만들어진 대형 묵주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돌 묵주알을 따라 동산을 한 바퀴 돌면서 바치는 묵주기도는 기도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묵주기도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성지 한편에 마련된 성체조배실을 찾아 침묵 중에 하느님을 만나는 것도 좋다. 미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에 봉헌된다. 문의 : 031-356-5880 [평화신문, 2013년 5월 5일,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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