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심의 영성과 공경, 위로 (상) - 피와 물이 흘러(요한 19,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골고타산에서 임종하신 후, 어떻게 당신의 가슴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는가를 증언해 주는 요한 복음의 말씀입니다. 당신의 가슴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 그분의 사람이 되심, 수난, 죽음, 성체성사를 통해 보여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십니다. 그러면 이제 예수성심에 대하여 그 공경의 의미와 목적, 역사적 배경과 유래, 메시지 등의 순서로 함께 묵상하기로 합니다. 1. 예수성심 공경의 의미, 목적 교회의 전통 안에서 교부들은 예수님의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물(요한 19,34)은 우리의 인간과 세상을 살리는 구원(救援)의 생수(生水)로 보았는데, 이 예수님의 마음을 초자연적 은총의 근원(根源)으로 본 것입니다. 마치도 아담의 옆구리에서 하와가 탄생할 수 있었듯이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새 하와인 교회가 탄생했다고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예수성심 공경의 목적은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예수성심과 합하여 사랑으로 보답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신명 6,5),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마태 22,37-38; 마르 12,29-30)는 첫째 계명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수성심 공경은 우리 인간을 위해 당신의 삶과 생명을 내어주신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가슴의 피와 물을 쏟듯이, 우리도 그렇게 우리 자신들을 예수성심께 봉헌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주님의 뜻을 우리의 믿음, 소망, 신뢰, 충성, 사랑으로 따를 수 있을 때, 또한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은혜와 사랑을 입게 되지요. 우리는 예수성심 공경을 통하여 우리의 구원자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끝없는 사랑, 십자가의 사랑, 구원의 사랑에 응답하면서 사랑의 기도, 희생, 보속, 실천 등으로 살고 보답하고자 하려는 것입니다. 2. 예수성심 공경의 역사적 배경, 유래 구약에서, 특히 호세아, 이사야, 예레미아서에서는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말합니다. 즉 하느님의 사랑은 백성에 대한 임금의 사랑,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으로 표현됩니다. 신약에서, 특히 요한 복음(7,37-39; 19,33-37)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늑방 옆구리에서 구원의 생명수가 계속하여 온 세상으로 흘러내릴 것을 약속합니다. 교부들, 특히 히뽈리뚜스, 이레네우스, 유스티누스, 치쁘리아누스 등은 예수의 마음에서 흘러내리는 세상을 위한 구원의 생명수를, 성령과 함께 예수성심을 초자연적(超自然的) 은총(恩寵)의 근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도 아담의 늑방 옆구리에서 하와인 이브가 나올 수 있었듯이, 새 아담인 그리스도의 늑방 옆구리에서 교회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중세기(1100-1350)에는 예수의 심장(마음)을 은총의 샘으로 보는 교부들의 예수성심에 대한 신심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공경대상으로 삼는 경향으로 커갔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안셀모, 벨라도, 성 보나벤투라, 성녀 젤뚜르다, 대 알베르또,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등은 모두 중세기 예수성심의 대표적 공경자들이지요. 그런데 초세기부터 중세기를 거치는 동안에 주로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공경되었던 예수성심 공경이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널리 보급된 것은, 프랑스 방문회(The Visitation Order)의 수녀인 마리아 말가리다 알라콕(St. Margharita Alacoque) 수녀에게 내리신 예수성심의 메시지 덕분입니다. 예수님은 마리아 말가리다 수녀에게 1673년부터 1675년까지 만 2년 동안 70회나 발현하시어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마리아 말가리다 알라콕 수녀에게 주신 예수님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예수성심은 무한한 사랑의 원천이며 모든 이가 사랑으로 동화되기를 바라신다. (2) 예수성심을 통해 나타나는 하느님의 사랑은 또한 인간의 보답하는 사랑을 바라고 갈망하신다. (3) 세상의 죄와 악을 배상(賠償)하는 탁월한 방법으로 영성체와 성시간을 바치어라. (4) 성체성혈대축일 후 다음 금요일을 예수성심대축일로 제정하고, 성시간과 영성체를 하라. 드디어 1856년에 교황 비오 9세는 예수성심축일을 정하였고, 1899년 교황 레오 13세는 전 세계를 예수성심께 봉헌할 것을 선포했으며, 그 후 비오 10세는 해마다 예수성심께의 봉헌을 갱신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1888년 제7대 조선 교구장 블랑 백주교에 의하여, 한국교회를 예수성심께 봉헌합니다. 한편, 마리아 말가리다 알라콕 수녀에게 1675년 6월 16일에서 20일 사이에 발현하신 네 번째 내용에 따라서, 교회는 성체성혈 후 다음 금요일을 예수성심대축일로 정하였는데, 이는 예수성심이 성체성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 후, 예수성심대축일을 교회축일로 설정한 지 만 100주년이 되는 해인 1956년에 비오 12세는, 예수성심 공경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 회칙인 ‘물을 퍼낼 지어다(Haurietis Aauas)’를 반포하면서 예수성심 공경은 더욱 권장되어 갔습니다. 3. 예수성심의 메시지 나는 사랑이다. 내 성심은 그침 없이 타는 불을 제어하지 못한다. 나는 영혼을 위하여 살고 영혼을 사랑한다.(예수성심의 메시지) 위의 메시지는 예수님께서 친히 요세파(Josef Menendez) 수녀에게 들려주신 말씀인데, 그녀는 스페인인으로서 예수성심회에 들어가 수덕(修德)하고 공로(功勞)를 쌓다가 3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요세파 수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예수성심께서는 당신의 극히 겸손한 종 요세파 수녀에게 은총으로 감오(感悟)시켜 주신 예수성심 메시지의 이 책을 펴내 널리 알리게 된 것을 기뻐하실 줄로 의심치 않습니다. 이 책이 많은 영혼에게 유익을 주고, 누구나 가련한 죄인인 우리 모든 이가 천주성심인 예수성심께 신뢰를 더욱 가지게 될 것입니다.” 4. 예수성심께 공경과 위로인 성시간, 영성체 등의 신심행사 1674년 7월 2일(?)의 발현에서 예수께서는 마리아 말가리다 성녀에게 살아 움직이는 당신의 예수성심을 보이시면서 보속의 방법으로 자주 영성체(특히 매달 첫 금요일)하고 성시간의 기도를 바치라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첫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내가 겪은 극심한 슬픔(성 목요일)에 너를 참여시키겠다.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일어나 한 시간 동안 나와서, 성부의 의노(義怒)를 풀어드리고 죄인들의 구원(救援)을 위하여 보속(補贖)하며 성시간을 가져라.” 예수님께서는 게세마네 동산에서 당신의 수난을 목전(目前)에 두시고서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에게 간절하게 말씀하시었습니다. ‘기도할 것을, 기도해 줄 것을, 그분과 함께 그리고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기도해 줄 것을…’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마태 26,4)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마르 14,38) 예수성심의 말씀과 요청에 따라서, 우리는 성체를 자주 모시고, 성시간을 가지면서 사랑으로 불타는 예수성심을 공경하고 위로해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수성심의 메시지에 따라서, 자주 미사에 참여하여 영성체를 하고, 특별히 매달 첫 금요일의 영성체는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성체 예수님을 흠숭하고 공경하며 위로해 드리는 성시간 전례도 자주 거행함으로써, 세상과 우리 인간을 위해 불타는 하느님 마음인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도 위로해 드리고,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도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압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마음은 얼마나 많이 죄(罪)와 악(惡)에 기울어지고, 생명경시(生命輕視) 풍조(風潮)가 만연되어 있으며, 물질숭배(物質崇拜) 물질만능(物質萬能) 사조(思潮)가 퍼져 있다는 것을, 이 세상 곳곳에,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들의 마음속에도…. [쌍백합, 제14호, 2006년 가을호, 윤양호 신부(전주교구청 사무처)] 예수성심의 영성과 공경, 위로 (하) - 피와 물이 흘러(요한 19,34) 5. 예수성심의 영성과 그 실천을 위하여 예수성심의 영성은 사랑이시고, 우리 인간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사랑으로 불타는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성심은 마리아 말가리다 알라콕에게 발현하시어 간절하게 말씀하시듯 하시었습니다. ‘내 마음을 위로해 다오. 세상의 죄와 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내 마음을 위로해 다오. 자주 미사에 참여하여 영성체하고, 성시간을 바쳐야 하리니…’ 우리는 이제 어떻게 예수성심 영성을 실천하고, 또한 공경하며 위로드릴 수 있을 것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기로 합니다. (1) 첫 금요일에는 꼭 미사하고 영성체하기 (2) 성시간 (가능한 첫 목요일은 꼭…) (3) 예수성심의 상을 특별히 공경 (4) 미사와 성무일도가 따르는 축일 지키기 (5) 개인, 가정, 본당, 공동체, 국가 등을 예수성심께 봉헌하는 행사 (6) 가능하다면 자주 아침미사에 참여하고 영성체하면서 하루를 예수성심께 봉헌 (7) 삶의 은총과 가정에 평화를 청하고, 성심상과 성심상본을 공경하며, 고통과 근심 중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살아서든 죽어서든 예수성심께 의탁하며(예수, 마리아, 요셉…), 성심께 모든 일에 강복을 청하고, 죄인들에게 자비와 냉담자들의 돌봄을 기도하며, 아울러 열심한 영혼들은 더욱더 완덕과 성덕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예수성심은 성체성사의 원천이고 성체성사는 예수성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신비(神秘)입니다. 성체성사와 함께 예수성심의 은혜는 그리스도 예수를 낳고 기르셨으며 그분의 수난에 함께 하셨던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를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또한 이 세상에서 또 다른 마리아로 살아가라고… 예수님의 그 모든 것들을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말씀을 실천하며 살았던 어머니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고, 어머니 마리아의 마음을 본받으라고… 그래서 우리는 예수성심께 드리는 공경과 함께 마리아의 성심께 드리는 공경이 또한 합당하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수성심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실천하였던 분은 마리아시지요.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그분의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사랑의 세 가지 - 에로스(인간적 사랑), 필로스(친구간의 우정), 아가페(하느님적 사랑) - 를 말해왔습니다. 이 중에서 에로스는 비 그리스도교 문화인 그리스문화적인 사랑인데, 올라가는 사랑, 탐욕적인 사랑입니다. 그리고 아가페는 그리스도교 문화인데, 내려오는 사랑, 주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서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에로스가 올라가는 사랑, 탐욕적인 사랑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수록, 자신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줄어들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게 되며, 다른 사람을 점점 더 염려하고 자신을 내어주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존재하게 됩니다. 아가페의 요소가 점점 스며들게 되는 것이지요. 한편 아가페가 내려오는 사랑, 주는 사랑일지라도, 우리 인간은 줄 수만은 없으며 받기도 해야 합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랑을 선물로 받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오는 샘이 될 수 있습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7-38) 그러한 샘이 되려면, 그 샘의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새 물을 끊임없이 마셔야 합니다. 그 끊임없는 새 물이 바로 예수성심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물입니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6. 예수성심을 공경하고 위로 드리는 기도생활의 실제 그러면 우리는 위에서 말씀드린 예수성심 공경과 위로의 신심생활뿐 아니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의 방법들로도 예수성심을 공경하고 위로 드리는 기도생활을 실천해 갈 수 있겠습니다. 첫째, 우리는 예수성심께 천하만민(天下萬民)을 바치는 기도를 드립니다.(예수성심성월 기도문 참조) 둘째, 예수성심께 자비를 청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셋째, 예수성심 호칭기도를 바칩니다. [쌍백합, 제15호, 2006년 겨울호, 윤양호 신부(전주교구청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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