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오체투지로 기도드리기 (1) 수백 년 전부터 주교 서품식과 마찬가지로 사제나 부제 서품식 때에도 서품 후보자들은 모든 성인 호칭기도를 드릴 때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립니다. 이러한 자세는 그렇게 기도드리는 사람이 하느님의 영광 앞에서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신비의 순간에 그 서품 후보자에게 번개처럼 내려, 그 후보자가 마치 번개를 맞은 듯 바닥에 엎드리게 합니다. 바닥을 마주 보고 엎드려 기도를 드리며 주교와 사제와 부제는 자신의 직무를 시작합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성 울리히(St. Ulrich) 주교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부제도 죽음을 맞이하여 그러한 자세로 자신의 직무를 마쳤습니다. 973년 83세의 울리히 주교는 재를 십자가 모양으로 바닥에 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울리히 주교는 재로 그린 십자가에 성수를 뿌리게 한 다음 자신을 그 위에 눕히라고 했습니다. 울리히 주교는 그 자세로 밤을 지새웠고, 아침 기도 시간에 선종하였습니다. 1226년 프란치스코 성인은 임종이 가까워진 것을 느끼자 자신을 아시시에서 운반하여 포르치운쿨라(Portiuncula) 성당 바닥에 내려놓게 했습니다. 그곳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작별 말씀과 발 씻김에 관하여 강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성인은 형제 수도자들과 나누기 위한 빵을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신의 벗은 몸을 바닥에 눕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누워 팔을 양옆으로 벌린 프란치스코 성인은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삶을 마쳤습니다. [2013년 6월 9일 연중 제10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오체투지로 기도드리기 (2) 자신들의 가난한 죽음을 통하여 울리히 성인과 프란치스코 성인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의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가난을 본받기를 원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나 저녁때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바닥에 눕거나 또는 땅에 얼굴을 대고 내면을 바라보며 바닥에 눕습니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오늘날에도 가끔은 이러한 자세로 기도를 드립니다. 저는 테제나 다른 여러 장소에서 청년들이 그러한 자세로 기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도 드리며 새롭게 몸 자세를 갖추면서 종신서원을 하는 수도자들도 보았습니다. 이러한 기도는 죽음의 때를 사랑과 신뢰로 선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늘 그때를 두고 기도드립니다. 저는 한 이슬람교도의 기도를 쉽게 잊지 못합니다. 그 교도는 몇 년 전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서 건축 기계와 자재들이 널린 가운데에서 땅에 바짝 엎드려 기도드리고 있었습니다. 유럽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그처럼 커다란 몸짓으로 기도드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은 마음과 온몸으로가 아니라 단지 ‘머리’로만 기도드리기 때문입니다. [2013년 6월 16일 연중 제11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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