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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를 살다: 미사의 시작 예식 (7)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 본기도(모음기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6 조회수4,901 추천수1

[전례를 살다]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 본기도(모음기도)

 

 

거룩한 미사 중에 언제 맨 처음으로 기도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신자들은 “미사가 시작될 때”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물론 미사 중에 이행되는 모든 것이 기도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본연의 기도에 대하여 좀 더 공부하면 미사 중에 처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사제가 “기도합시다!” 하면서 신자들을 기도에 초대할 때라고 답해야 할 것입니다. 이 본기도는 라틴어 “모음기도(oratio collecta)”라는 말에서 유래합니다. 주례자인 사제가 신자들의 기도를 모두 모아서 바치는 기도라는 뜻에서 그러한 이름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이 기도는 각자 자신의 개인적인 기도를 그 안에 포함시킬 수 있고 내포된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간결하게 유지해 왔습니다. 이 기도는 미사에서 처음으로 바치는 교회의 공적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바칠 때 비로소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께 말을 건네게 됩니다. 우리는 기도 중에 하느님께 실제로 말을 건네고 있다는 의식을 올바로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이 아버지시라는 사실을 분명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위엄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께 “아빠,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가르쳐 주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마태 6,9; 루카 11,2) 부활하신 주님은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셔서 “나는 내 아버지 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요한 20,17)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물려 준 유언이며 따라서 지금도 우리는 예수님 자신과 같이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감히 부르고 있습니다. 동방 교회의 크리소스토모스 전례에서 오늘날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 전의 인도문을 소개해봅니다. “주님,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또한 분수에 넘치지 않게 하늘에 계신 하느님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삼가 아뢸 수 있게 하소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본기도는 “기도합시다!” 하는 사제의 초대 다음에 짧은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 이제 공동체가 감히 하느님께 말을 건넵니다. 우리는 이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사 중에 바치는 기도들, 예를 들어 본기도와 사제가 주관하는 기도들,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 그리고 특히 감사기도 안에서 예수님이 당신의 지체들인 우리와 함께 아버지께로 향하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은혜롭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본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아버지께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이 기도 안에는 우리가 처하여 있는 곤경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품달하는 것도 아니며 또는 이따금 좋다고 하여 만든 새로운 기도들 안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세상에는 한없이 많은 고통과 눈물과 탄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기를 원하셨고 또 원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우선적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것을 다행히도 그리스도 신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사전례의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일으키신 역사에 대하여 늘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이 기도의 첫째 부분이며 이어서 비로소 우리의 청원이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 청원의 성취가 가망 없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미 보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제삼자가 하는 기도를 마음으로부터 진정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우리와 함께 또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나만의 말을 한다면 이는 잘못된 기도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로마서(8,27)의 말씀과 같이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는 분은 주님의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항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하는 맺음말로 끝을 맺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모든 것을 예수님이 받아들이고 또 예수님을 통하여 아버지께서 받아 주신다는 우리의 확신이며 위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온전한 마음으로 “아멘!”이라는 말로 이 기도에 응답합니다. 이 “아멘!”은 “예, 그렇습니다.” 또는 “예, 그렇게 되소서.” 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공동체는 사제의 기도와 하나되며 마치 기도문 아래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생명이라는 선물을 주셨고 예수님과 함께 우리를 모든 역경에서 해방시켜 구원하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까이 오셨기 때문에 세상의 고통이 제거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기도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올려지기에 아버지께서 들어주실 것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외관상으로 보아 “아멘!”에 대한 자의식은 오늘날 우리 시대에서보다는 옛 교회 안에서 더 생생하였습니다. 그렇지 않다면야 어떻게 교부 성 예로니모께서 로마의 바실리카 안에서 “아멘!”이라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그 넓은 공간을 울렸다고 기록할 수 있었겠습니까? 

 

시작 예식은 본기도(모음기도)로 끝맺습니다. 공의회 전의 미사경본과는 대조적으로 이제 하나의 본기도만 바칩니다. 이 규칙은 봉헌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거에는 7개의 기도까지 바칠 수 있었습니다. 본기도는 사제가 교회와 하느님 백성의 이름으로 바치는 주례 기도이기 때문에 사제가 임의로 더하거나 빼거나 바꾸지 못합니다.(미사경본 총지침. 24항) 기도 본문은 로마 전례의 전통에 따라 간단명료하고 법적인 문체로 되어 있으며, 전례 시기나 축일 또는 해당 미사의 특성을 반영하는 하느님 호칭과 간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성격상 주례자는 교우들이 이 기도를 마음으로 같이 바칠 수 있도록 천천히, 명확히, 정성껏 바쳐야 합니다.

 

이제 기도하는 자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주례자의 기도들과 마찬가지로 본기도도 두 손과 팔을 펼쳐 들고 바칩니다. 사람들은 이 자세를 로마의 카타콤바 벽화에 그려진 모든 기도하는 형태를 본받아 ‘기도하는 자세’라고 불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도할 때 팔을 들어 올리고 양손을 펼치는 형태는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상기시켰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 같은 기도 자세가 그리스도께서 이 미사전례의 시간에 우리와 함께 기도하시는 분, 우리를 위해 간구해 주시는 우리의 전구자, 우리의 대사제이시라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암시가 될 수 있고 그렇게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두 손을 모으는 기도자세(합장)는 암시하는 바가 큽니다. 한때 중세의 기사들이나 제후들은 왕이나 또는 다른 군주들 앞에서 충성서약이나 생명서약을 할 때 자신들의 합장한 손을 그들에게 내 놓았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하고자 한다는 원의를 상징적으로 표명하였습니다. 하느님 앞에 선 우리 또한 이 의미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월간빛, 2013년 8월호,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신도신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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