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목장 (1) 로마의 도미틸라 지하묘지에 있는 3세기경 만들어진 비석에 그리스도를 착한 목자로 묘사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래 이교도에 속한 그림이었으나, 그리스도교에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나무 아래 앉아 오른손에 목동의 피리를, 그리고 왼손에 한쪽 끝이 굽은 목장을 들고 있는 젊은이와 그 목동의 발치에 양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새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이 그림을 겉표지와 제목의 측면에 담고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신자(양)들을 당신의 권위(지팡이)로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며, 진리의 감미로운 음악(뿔피리)으로 이끄시어, ‘생명의 나무’ 그늘 아래 쉬게 하신다. 당신 구원의 십자가인 이 생명의 나무가 낙원의 문을 열어 준다.” 주교 서품식에서 주교는 고유한 서품 예식에 따라 주교 목장을 건네받습니다. “나는 이 목장을 주교직의 표징으로 당신에게 건네 드립니다. 그리스도의 모든 양떼를 잘 돌보아 주십시오. 성령께서 당신을 하느님의 교회를 이끌도록 주교로 뽑으셨기 때문입니다.” 남녀 대수도원장도 축성 때 목장을 건네받습니다. 고대 동방에서 지팡이는 전령의 표장이나 왕홀로 사용되었습니다. 구약성경에 지팡이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옵니다. 시편 저자는 시편 23장에서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시편 23,4)하고 노래합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위임을 받아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커다란 표징을 보여줍니다(탈출 9,23.10,13 등 참조). 그리고 모세의 형 아론의 지팡이에는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표시로 잎사귀가 새로 나고 꽃이 피고 많은 편도 열매가 맺어졌습니다(민수 17,23 참조). [2013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목장 (2) 주교의 목장보다 더 오래된 것이 수도자의 지팡이입니다. 그 지팡이는 예언자 엘리아의 지팡이를 연상케 하며, 그리스어 문자 타우T의 형상으로 그 끝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수도원장의 지팡이가 유래하고, 동방 교회에서 이 지팡이는 여전히 같은 모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방 교회의 주교 목장은 나선형 모양으로 끝이 굽은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굽은 모양에는 로마네스크 시대와 고딕 시대 때부터 종종 성경의 구원 역사에 등장하는 상징과 사건들을 조각하였습니다. 이 상징과 사건은 대천사 미카엘이 악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용과 싸우는 장면,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님께 수태고지를 하는 장면, 사도들의 그물, 성찬례의 상징인 이삭과 포도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상징과 사건을 포함합니다. 어떤 주교 목장은, 이 목장을 사용하는 주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께서 왕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목자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여야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고 인도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일러, 집안마다 지팡이 하나씩, 곧 각 집안의 수장에게서 지팡이 하나씩 열두 개를 거둔 다음, 수장의 이름을 각기 그의 지팡이에 새겨라 … 너는 그것을 만남의 천막 안, 내가 너희와 만나는 증언판 앞에 놓아라. 내가 선택하는 바로 그 사람의 지팡이에서 싹이 돋을 것이다.” … 이튿날 모세가 증언판을 모신 천막에 들어가 보니, 레위 집안을 대표한 아론의 막대기에 싹이 나 있는 것이었다.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편도 열매가 이미 익어 있었다(민수 17,16 이하.19 이하.23). [2013년 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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