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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축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0 조회수3,644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축복 (1)

 

 

신앙의 선조 야곱이 어떤 사람과 밤새도록 씨름을 했다는 창세기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그는 하느님께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 드리지 않겠습니다.”(창세 32,27) 하고 말합니다. 그 가운데 그는 하느님의 현존을 감지합니다. 하느님께 축복을 받기 위한 야곱의 이 씨름에서 하느님께서 손을 내미시어 자신들을 받아주시기를 바랐던 이스라엘의 갈망이 감동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축복을 ‘베네디체레’(benedicere)라고 합니다. 이는 선한 것을 말해 주고, 또 그렇게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말입니다. 창조 이야기는 하느님 말씀이 함축하고 있는 힘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예수님께서 행하신 치유 기적도 그와 같은 하느님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에게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태 8,3)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집니다. 

 

교회는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말을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사제가 미사 때 예수님께서 하신 “이것은 내 몸이다.”라는 말씀을 되풀이 하면 말한 대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셨기 때문에 빵이 그리스도의 성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축복의 말을 할 때, 이는 하느님께 드리는 청원이 됩니다. 그러한 청원은 하느님을 인간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의도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고, 하느님께 대한 확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역사 안에서 이스라엘을 축복하시며 함께 동행하시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교회에 모든 축복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2013년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축복 (2)

 

 

인간은 ‘베네디체레’, 곧 덕담과 축복을 필요로 합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다른 사람의 덕담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이 하는 모든 축복을 통하여 모든 축복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말씀하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교회는 성사적으로 서품된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서로 축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축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부와 친구도 서로 축복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사도들의 원칙을 구현시키는 데 앞장서는 사람들의 축복은 특별히 그리스도의 권한으로 이루어집니다. 주교와 사제와 부제의 축복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축복은 거의 대부분 십자성호, 안수, 성수, 분향을 동반합니다. 사람과 물건을 축복하기 위한 기도서와 전례서는 수백 년에 걸쳐 교회 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 책들은 하느님께서 축복받은 이들과 봉헌된 이들에게 손을 얹으시어 당신의 선하신 현존의 힘으로 채워주시기를 바라는 모든 간절한 청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찬례도 강복과 파견으로 마칩니다. 여기에서 강복은 그리스도인이 하느님 현존의 흔적을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하는 일상의 삶에 도움을 주는 힘으로 이해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민수 6,24-26. 모세가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한 축복) 

 

믿음으로써, 이사악은 장래의 일을 두고 야곱과 에사우에게 축복해 주었습니다. 믿음으로써, 야곱은 죽을 때에 요셉의 아들들에게 하나하나 축복해 주었습니다.(히브 11,20 이하)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로마 12,14) [2013년 11월 17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주간)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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