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를 살다] 보편 지향 기도 기도에 대하여 스페인에서 전해오는 아름다운 옛 이야기 한 토막을 먼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지방에 몇 년에 걸친 심한 가뭄에 밭이 말라가고 농작물이 타죽고, 우물이 메말라 식수조차 구하기 힘겨운 자연재해가 닥쳤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마을 사람들은 본당신부님을 찾아가 하느님께서 비를 내려주시기를 간구하는 9일 기도를 바치도록 청했답니다. 본당신부님은 신자들의 원의를 받아들여 가뭄을 해소시켜 주시길 간청하는 9일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매일 저녁 성당에 모여 애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쳤습니다. 어느 집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어린 아들도 기도하러 성당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설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아이가 문간에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성당 갈 때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아?” 아이의 눈에는 비를 내려주시기를 간청하는 기도를 드리러 성당에 가는 사람들이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기도를 하면 들어주신다는 순수한 믿음이 아이에게는 있는데 어른들에게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고통과 고난이 있는 현실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은총을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도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도를 미사 중에 바치는 것이 바로 보편 지향 기도입니다. 우리는 이 기도를 통해 필요한 것을 발견하고, 기도가 응답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하느님께 다가갑니다. 보편 지향 기도에서 우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적인 필요와 문제들을 나눕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전례마다 바뀝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미사의 다른 부분과는 달리 신자들이 직접 작성합니다. 그날의 전례 독서나 전례 시기, 또는 거행되는 축일이나 공동체의 직접적인 원의나 필요를 반영하는 내용을 기도에 담아 바칩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신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권장하는 의미로 1500여 년 만에 전례 안에 다시 복구되었습니다. 모든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기에 인류 성화를 위해 기도할 의무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이를 위한 구원 제사인 미사에서 하도록 한 것입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개인적인 것을 청하는 사적기도가 아니라 하느님 은총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는 공동체를 위하여 하는 기도입니다. 공동체에는 많은 차원이 있을 수 있기에 이 기도의 지향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여 바칩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69-71항) 1) 첫째 부분은 모든 교회를 위한 기도로써 그리스도인 공동체인 하느님의 백성이 된 사람, 즉 모든 신자, 교회 전체를 위한 기도입니다. 2) 둘째 부분은 전 인류로 시야를 넓혀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도로 전 세계의 모든 민족, 국가, 각 종교를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평화와 구원을 기원합니다. 3) 셋째 부분은 구체적이고 긴급한 필요를 위한 기도인데 모든 차원의 공동체를 위한 부분입니다. 4) 넷째 부분은 우리들의 공동체를 위한 것, 즉 본당이나 지역 공동체, 각종 단체 등 여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유의할 것은 지역 공동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곤 지향이 보편적인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들의 기도’라는 명칭에서 ‘보편 지향 기도’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습니다. 지향은 간단명료해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교우들 자신이 지향을 작성하는 것이 이 기도 정신에 맞습니다. 매일미사책에 제시되어 있는 기도문은 예문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 예문은 단순히 참고용이지 온 나라가 주일마다 특색도 없이 동일한 내용의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치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고유성을 잃어버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내용도 공허할 때가 많습니다. 공연히 의무감에서 바치는 형식적 기도나 아무런 구체성도 없는 막연한 기도를 바치는 것은 이 기도시간을 싫증나게 만들기 쉽습니다. 공동체의 응답은 여러 형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을 고집하지 말고 그날 전례에 맞게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그날 복음이 믿음을 가르친다면 응답 환호로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주소서.” 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주례 사제는 기도의 시작과 마침을 인도합니다. 기도 지향을 바치는 곳은 독서대가 가장 알맞은 장소입니다. 선창자, 독서자 또는 다른 평신도가 기도 지향을 말하도록 지침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설자가 이 기도를 더욱이 해설대에서 바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피해야 할 사항입니다. 공동체가 직접 보편 지향 기도를 작성할 때 유의할 점으로는 기도의 지향은 반드시 성부 또는 성자께 바쳐야 하며, 성모 마리아나 다른 성인 성녀들에게 바쳐서는 안 됩니다. 흔치 않은 잘못된 보편 기도 형태에 대해서 어느 학자는 이렇게 일침을 놓습니다. : “보편 지향 기도는 짧은 강론이나 짧은 신앙 고백, 일간지의 사설이나 방송의 논평 또는 그 날의 시사 정치가 아니다. 사람들은 단체나 기관 또는 협회가 주관하는 전례안(典禮案) 안에서 천상과 지상의 회원들에게 하늘을 설명하고, 여기는 무엇이고, 각자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그 단체의 정강이나 계획을 다시 한 번 뚜렷이 인식시키는 아주 자상한 수업 시간을 하고 있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T. Schnitzler)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들과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선포를 들은 후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를 가지고 하느님께 나아가 응답합니다. 교회는 미사 전례의 역사가 입증하듯이 수세기를 두고 이러한 임무를 실천해 왔습니다. 모든 염려지사를 하느님께 청원하는 교회의 끊임없는 실천을 해 온 교회의 오랜 전통을 오늘날 우리가 또한 계승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 전부를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돌보심의 손길에 맡겨드렸음을 깨닫게 됩니다. [월간빛, 2014년 1월호,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신도신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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