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덕 신부의 전례 이야기 ③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입당하여 십자성호를 그은 다음 사제는 공동체에게 인사합니다. 보통 대화는 인사로써 시작하는데 하느님과의 대화인 미사도 인사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인사는 거룩한 전례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맞게 성경 말씀으로 인사합니다. 현행 미사통상문에는 모두 네 가지 양식의 인사가 실려 있는데, ㈎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 “은총과 평화를 내리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함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그리고 위령 미사 때 쓰는 고유 양식인 ㈑ “믿는 이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가득히 내리시는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가 그것입니다. 이 네 인사말은 모두 사도 바오로의 편지에 나오는, 초대 교회가 쓰던 인사말입니다. 공동체는 사제의 인사에 응하여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답합니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이 인사를 이렇게 해설합니다. “사제는 인사를 하며 모인 공동체에 주님의 현존을 알린다. 이 인사와 백성의 응답으로 함께 모인 교회의 신비가 드러난다.”(50항) 사제는 신자 공동체를 보면서 그 가운데 계신 주님의 모습을 느끼고 “보십시오! 주님께서 지금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라고 말합니다. 공동체도 또한 희생 제사를 봉헌하러 제단에 선 사제를 보면서 주님의 모습을 느끼고, “신부님, 주님께서 신부님과 함께 계십니다!” 하고 인사합니다. 이것은 기쁜 축하 인사입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하고 인사한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하신 주님의 약속이 실현되었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깊고 또 좋은 뜻을 담은 인사말이 때로 형식적이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제와 공동체가 이 인사를 할 때 마음을 충분히 담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년 365일 하나의 양식만 읽어 내리는 것은 이 인사말의 뜻에 맞지 않습니다. 미사의 인사말을 미리 준비하고 암기하여, 읽어 내려가는 대신 서로 눈을 맞추면서 인사한다면 훨씬 더 뜻과 정이 담긴 인사가 될 것입니다. 주어진 세 가지 양식을 고루 돌아가며 쓰고 또 다소의 변화를 주어 쓸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전례시기에 따라 다양한 성경의 말씀으로 인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순시기에는 “올바른 회개를 선사하시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여러분과 함께”와 같이 할 수 있을 것이고, 부활시기에는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와 같은 표현이 어울릴 것입니다. 사제가 이렇게 인도하게 되면 신자들도 느낌을 담아 “또한 사제와 함께” 하고 응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양식에 덧붙여 사제가 보다 개인적이고 정다운 인사말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인사를 할 때 사제는 두 팔을 펼치는 것은 본래 포옹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몸짓으로 친근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너무 길거나 전례에 어울리지 않는 우스개가 되지 않는다면, 전례 시작 때 사제가 공동체에게 결속감과 친근함을 드러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2014년 4월 20일 예수 부활 대축일 대구주보 3면,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톨릭신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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