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입당 행렬과 입당 성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신호 음악이나 영화 주제 음악은 짧지만 깊은 인상을 줍니다. 흥미를 일으키고, 주의를 사로잡으며, 사건 속으로 이끌어 들입니다. 신호 음악은 많은 경우 프로그램 또는 작품 전체의 특징을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 주제 음악들은 하나의 유형을 이룹니다. 미사를 시작하는 입당 성가도 이런 음악들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미사 거행은 입당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입당 예식은 행렬과 성가로 이루어집니다. 개회식에는 입당 예식을 비롯하여 성호, 인사, 참회와 자비송, 대영광송, 본기도가 있는데 모두 “함께 모인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믿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합당하게 성찬례를 거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미사경본 총지침 46) 목적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 자리에서 눈에 보이는 교회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4세기 이후 교회가 자유를 얻은 뒤 미사 전에 공적으로 행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당 성가는 나중에 도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354-430) 시대에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인사 뒤에 곧바로 성경 독서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6세기에는 일반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행렬은 전통적으로 성당 입구의 부속실(준비실), 또는 제의실이나 성당 문을 출발하여 회중석을 지나서 제대에 이릅니다. 이어서 제대에 깊은 절로 인사하고 입을 맞추어 존경하는 표시한 뒤에, 때에 따라 향을 피우고, 주례석으로 갑니다. 그동안 입당송을 노래합니다. 회중은 자기 자리에 서서 행렬에 참여합니다. 입당송이 끝나면 주례와 회중은 성호를 긋습니다. 입당행렬에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지들 있어 행렬에서는 보통 시종과 독서자와 같은 봉사자들이 앞에 서고 주례 사제는 맨 뒤에 섭니다. 장엄 미사에서는 맨 앞에 향로 봉사자(향이 피어오르는 향로를 들고), 이어서 십자가 봉사자(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있는 십자가를 앞쪽을 향하여 들고), 촛대 봉사자 (십자가 곁에), 독서자, 시종, 다른 봉사자, 복음집을 든 부제 또는 독서자, 공동 집전자, 마지막으로 주례가 섭니다. 순회 미사나 서품 미사 같은 주교 미사에서는 촛대 담당을 더 둘 수 있고, 주교 조금 뒤에는 시중드는 두 부제가 따르고, 맨 뒤에는 전례서와 주교관과 지팡이를 받아들 시종들이 갑니다. 입당 행렬에는, 적어도 주일에는,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지들이 있습니다. 향로는 기도의 상징이며 품위와 영예를 나타냅니다. 촛불은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와 또 세상에 살며 그 빛을 기다리며 간직하는 이들의 믿음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제대와 제사에 대한 존경의 표지이며 그 잔치에 참여하는 이들의 기쁨을 표시합니다. 십자가는 십자가에 달리신 분과 그분께서 십자가로 이루신 구원의 제사를 상징합니다. 로마 전례에서는 행렬 십자가로 교황의 품위와 공동체의 참석을 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고대 로마 미사에서는 십자가와 초는 참석한 회중을 대표하고, 주례자와 관련된 영예를 드러내는 이중 기능이 있었습니다. 행렬에는 복음집도 가져가는데 언제나 주님의 말씀으로 길을 밝히며 위로를 얻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복음집은 제대 위에 놓습니다. 미사 거행의 두 목적, 곧 말씀의 식탁과 성체의 식탁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행렬은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걷고 있는 교회” 드러내 한편, 행렬에는 여러 상징물 없이 사제가 홀로 또는 한 두 봉사자와 입당할 때 성가를 부르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 때 입당 노래는 행렬의 장엄성을 표현합니다. 나아가, 노래 없는 입당 예식도 있습니다. 주례가 입당할 때 신자들 전체나 몇 사람, 또는 독서자가 입당송을 낭송합니다. 주례가 낭송해야 한다면, 회중에게 인사한 뒤에 권고와 합하여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성당에서는 행렬이 제단 곁에 있는 제의실에서 나와 바로 제단으로 갑니다. 그러나 적어도 주일에는, 성당 뒤에서 출발하여 회중석을 지나 제단에 이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행렬은 단순한 이동도 아니고 장식도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걷고 있는 교회”를 드러내는 상징이며 예식입니다. 실제로 행렬로 사제와 봉사자의 입장으로 평신도와 교계제도로 이루어진 하느님 백성, 곧 교회를 드러냅니다. 주님께서는 세례 받은 이들을 하나로 모으시고, 교회 안에서 수행할 여러 직무들을 나누어 맡기셨습니다. 사제를 비롯한 모든 봉사자들은 회중인 그리스도의 몸에 얼굴을 주고 목소리를 주고 손을 주기 위해 제단에서 봉사합니다. 한편, 봉사자가 아닌 사람들을 행렬에 포함시켜 공동체의 모습을 풍요롭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첫 영성체 미사에서 해당된 아이들을 행렬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서품식이나 수도 서약 예식에서 후보자들이 행렬에 참여합니다. 주일 미사 행렬에, 복사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있으면 교회의 모습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당 성가는 전례에 어울리는 노래 뽑아야 입당송은 예식을 이루는 노래로서 본기도처럼 미사의 고유 부분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그 노랫말은 미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노랫말은 성경 특히 시편에서 가져옵니다. 교회가 창작한 것도 있습니다. 또 위령 미사 입당송처럼 초대교회에서 존중을 받던 “에즈라 위경”에서 따온 것도 있습니다(레퀴엠). 흔히 입당송 첫 마디는 그날 미사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고 (예들 들어, 레퀴엠 = 위령미사), 또 그 주일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기뻐하여라 주일” = 대림 3주일, “즐거워하여라 주일” = 사순 제4주일). 그날 주제에 맞게 입당 성가를 고르고, 부르는 방식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회중이 거행의 주제를 알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전례에 어울리는 노래를 뽑아야 합니다. 부활시기인 5월 성모성월에 무턱대고 성모 성가만 고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성가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사경본에 나온 입당송을 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날 미사의 주제를 이해하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례시기, 대축일, 축일, 그리고 예식, 기원, 신심, 위령 미사 입당송은 그날 미사를 반영합니다. 다만 연중 주일과 평일의 입당송에서는 특별한 점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날 입당송 구절 선택에는 미사경본 총지침에 나오는 본기도 사용 지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미사경본에 나오는 입당송은 짧은 “따름 노래” 또는 “후렴”(안티포나)입니다. 전통에 따라 회중이 “후렴”을 노래하고 성가대가 시편 구절을 노래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가 주교회의나 교구장 주교가 승인한 전례 성가도 부를 수 있습니다. 부르는 방식으로는 성가대와 회중이, 또는 선창자와 회중이 주고받는 방법이 있고, 백성 전체가 함께 부르거나 또는 성가대만 부를 수도 있습니다. 입당송은 미사의 장엄성에 따라 또는 주례의 판단에 따라 노래하거나 낭송할 수 있습니다. 파스카 성야처럼 다른 예식이 있을 때는 입당송은 생략합니다. 입당 성가는 교우들의 일치를 촉진하고 표현하는 것 무엇보다 생각할 것은 성가를 부르는 목적입니다. 그것은 “미사 거행을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굳게 하며,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그들의 마음을 이끌고, 그들을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총지침 47).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교우들의 일치를 촉진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입당 성가는 성가대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회중의 목소리입니다. 목소리의 일치에 따라 마음의 일치가 더욱 심오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베네딕토 성인은 시편을 바칠 때 마음을 목소리에 맞추라고 권고하였습니다. 사실 교우들은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 때문에 마음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사에서는 다 함께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을 이룹니다. 바로 입당 성가는 미사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일치를 촉진하고, 그것을 가장 먼저 예식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교우들이 성가에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침묵 속에 들으면서도 일치를 이룰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노래가 분심을 주거나, 성가대 홀로 어려운 곡을 노래하여 일치를 방해한다면 차라리 안 부르는 것이 낫습니다. 입당 예식은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경축합니다. 회중은 노래하며 그분을 환영합니다. 주례는 오시는 그리스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입당 행렬은 예루살렘 순례를 기억시킵니다. 제대는 천상 잔치가 이루어지는 천상 예루살렘입니다.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입당 성가는 “다 함께 아버지께 가자.”는 외침입니다. 그분께 멀어진 이들에게는 “아버지께 돌아가자. 그분이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계시다.”는 권고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9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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