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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의 숲: 독서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4 조회수5,316 추천수0

[전례의 숲] 독서자

 

 

마다가스카르의 동해안 어떤 지역에서는 현대의 공식적인 정치 행정 구조와 더불어 아직까지 실제 권력을 지닌 고대의 임금 제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임금은 직접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조상 대대의 지혜를 담은 격언이 말해줍니다.

 

“임금은 거룩하다. 특히 입이 거룩하다. 이 때문에 그는 말하지 않는다.” “조상들의 집”이라 불리는 자기가 머무는 집에서 공식 모임이 있을 때 그는 말을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백성에게 직접 연설을 할 수 없습니다. 

 

그가 백성에게 말할 때는 대변인의 입을 빌려서 말합니다. 대변인 직무는 경험 많은 사람에게 맡깁니다. 대변인은 임금의 최측근이 되어 그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백성에 전달합니다. 그러나 결코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대변인이 말할 때는 항상 적어도 두 명의 증인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증인의 수효는 연설의 중요성에 비례합니다. 백성이 모인 곳에서 대변인은 “임금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모든 이는 입으로 말하는 사람은 대변인이지만, 실제로 그 말은 임금의 말임을 압니다. “임금은 그 입의 거룩함 때문에 말할 수 없지만”, 대변인의 입을 빌려, 실제로 임금이 백성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증인들은 대변인 둘러싸고 있으며 임금의 말에 영예를 드리고, 연설의 정통성을 증언하며 보장합니다. 

 

임금의 대변인은 성경에서 율법학자 에즈라가 맡은 임무와 비슷한 일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대변인의 임무는 예언자들이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에서 자주 듣게 됩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에서 하느님은 높은 거처에 앉아 있는 임금으로 묘사됩니다. 쉬지 않고 그 성덕을 찬양하는 천사 합창대가 그분을 둘러싸고 있습니다(이사 6, 9-13). 예레미야의 부르심 이야기에서 하느님은 예언자의 입을 만지고 그에게 말합니다. “그대 입에 내 말을 넣었다.”(예레 1, 9).

 

 

직무는 예식에서 삶으로 넘어가야

 

독서자는 이미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제정된 품위 있는 직무였습니다. 이 직무는 주로 어른들이 맡았는데 성경 지식 때문만 아니라 삶의 모범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후대에는 독서 직무는 성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보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을 선택하였고 그들은 독서 기술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전문적이고 뛰어난 독서를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독서자의 임무 가운데 많은 부분은 서품을 받은 이들이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츰 회중에서 선포가 사라지고 (개인 미사), 독서 장소 (독서대)가 멀어지고, 말씀도 축소되었습니다(첫째 독서 생략). 강론과 말씀 전례의 관계도 차츰 멀어졌습니다(미사 전후 또는 밖에서 설교).

 

독서자의 임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복구되었습니다. 정식으로 직을 받은 독서자는 전례 예식에서 하느님 말씀 선포가 맡고, 신자들의 기도 지향을 말하고, “실제” 독서자들의 준비를 맡고, 교리교사로서 신앙 교육을 맡게 되었습니다. 독서직을 받지 않았어도 독서자로서 자질을 갖추고 준비된 남녀 신자들도 미사에서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직무에는 과제가 따릅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고, 묵상하고 증언하는 것입니다. 직무는 예식에서 삶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독서자는 말씀에 목소리를 줘

 

독서자의 본질적 임무는 전례 회중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선포는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섭니다. 전달된 사건과 말씀에 관하여 증언하고, 독서를 듣는 신자들이 선포된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믿음으로 순종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참된 목적에 이르기 위해서 이 직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문제가 떠오릅니다.

 

선포 행위에서 독서자는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활용합니다. 또한 동작이 중요합니다. 독서자가 말씀을 선포할 때 자기 몸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대라는 지정된 장소를 차지하며 이동과 행렬의 예식으로 독서대에 다가갑니다.

 

독서자는 말씀에 목소리를 줍니다. 독서자는 회중 가운데 일어나 앞으로 나와 하느님 말씀이 기록된 책 앞에 섭니다. 그는 기록된 말씀에 자기 목소리를 주면서 말씀과 회중에 봉사합니다.

 

또한 독서자는 기록된 말씀에 숨결을 줍니다. 그는 습관적으로 또는 그것이 필요해서 읽지 않습니다. 우리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읽어야 합니다. 독서자는 구원의 대화를 중개하는 사람으로서 말씀을 읽습니다. 

 

독서자는 연극하는 배우가 아니라 말씀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독서자는 말씀에 몸을 줍니다. 하느님 말씀은 단순히 말로서는 제대로 표현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말씀하시려 할 때 당신 아드님을 보내신 것처럼 말씀이 몸을 갖도록 선포해야 합니다. 말씀이 우리 삶에서 강생하도록 선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말이며 오늘을 위한 말이 아닙니다.

 

독서자에게 독서 준비, 독서 방식과 태도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독서를 하라고 즉흥적으로 청해서는 안 됩니다. 준비 없이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하라고 청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독서자는 독서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봉사합니다. 선창 또는 시편 담당이 없으면 독서자가 화답 시편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말씀 거행의 다른 구성 요소는 독서자를 위한 고유 복장입니다. 독서자를 비롯한 평신도 봉사자들은 장백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교회의는 전례 거행에 어울리고 품위 있는 입을 수 있다고 정하였습니다.

 

“평신도 봉사자들이 입는 옷은 전례에 쓰기 전에 로마 예식서에 제시된 예식에 따라 알맞게 축복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2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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