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은 언제부터 지냈나요?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을 기뻐하며 들떠 있을 때, 교회는 슬픈 사건 하나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이 그것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동쪽 나라에서 온 현자들은 아기 예수님이 계신 곳을 몰라 수소문하다가 헤로데 왕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유다의 왕이던 헤로데는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는 말에 자기 자리가 위태로워지지나 않을까 불안했습니다. 고민 끝에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라는 베들레헴 주변에 있는 나이 어린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물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이미 이집트로 피신한 뒤였습니다. 본인의 깜냥으로는 후환의 조짐을 없애기 위한 조치였겠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습니다. 교회는 일찍부터 이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어린이들을 기억하며 기려 왔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이러한 사건을 보면서 예수님의 탄생과 생존이 그 옛날 모세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점, 즉 세상을 구원할 사람이 태어났고 그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죽음을 면했다는 것이 닮은꼴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무튼 베들레헴의 아기들은 예수님을 대신해 목숨을 잃은 것이기에 진즉에 최초의 순교자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축일을 정해서 지냈습니다. 그 기원은 505년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서 사용하던 교회 달력에 처음 나타납니다. 하지만 유럽의 오래된 성당의 벽화나 성경책의 삽화에 이 사건이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순교 축일은 아마도 그 이전부터 기념되었을 것입니다. 전에는 이 축일을 금식과 애도의 날로 정해서 지냈습니다. 부모가 잠자리에 든 자녀들을 회초리로 때리며 무죄한 어린이들의 고통을 상기시켰다는 것입니다(아마도 매질은 시늉만 했겠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날을 성탄 축제의 연장선상에서 웃고 떠들고 놀면서 지냅니다. 그 축일이 12월 28일인 것은 예수 성탄 대축일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일이 지나면 26일에 스테파노 부제의 순교를 기리고, 27일에 요한 사도의 순교를, 그리고 28일에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를 기립니다. 성탄의 기쁨을 축제로 지내는 한 주간에 이렇듯 의미 있는 축일이 몰려 있는 것은 어쩌면 예수님의 성탄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새겨 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평신도, 제42호(2013년 겨울), 이석규(가톨릭출판사 문화총서 편집간사, CBCK 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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