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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교황청 경신성사성 발간, 강론 지침 의미 해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11 조회수6,417 추천수0

[특별 기고] 교황청 경신성사성 발간 ‘강론 지침’ 의미 해설

 

강론, 전례 중 이뤄지는 선포… 청중 마음에 다가가야

 

 

“강론은 사목자가 자신의 백성에게 다가가고 대화하는 능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입니다… 강론은 성령을 강렬하고 기쁘게 체험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중) 

 

강론의 본성과 기능을 비롯해 구체적인 준비 방법 등을 제시한 「강론 지침」(Homiletic Directory / 교황청 경신성사성 발간 / 박동호 신부 번역 / 184쪽 / 5000원)이 한국어로 번역, 발간됐다.

 

이 책은 강론자가 반드시 알아야할 강론 방법과 내용 등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 부활과 성탄 시기를 비롯해 전례주년에 따른 독서 주제를 제시하고, 평일 미사 강론과 혼인·장례 예식 강론의 핵심을 풀어준다. 

 

부록에는 다양한 교리 주제들을 참고할 수 있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항들과 강론에 관한 교도권의 가르침도 실었다. 

 

책 구입은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02-460-7582~3, 협의회 업무부)에서 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윤종식 신부의 해설을 통해 「강론 지침」이 담고 있는 상세한 내용과 그 의미 등을 살펴본다.

 

 

신앙체험이 부족한 경우, 신자들이 신흥·이단 종교에 쉽게 유혹 당하거나 냉담을 하게 된다는 교회 일각의 자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로부터 오십일이 지난 뒤에 성령강림으로 인해서 참된 사도로 거듭났다. 이렇듯 현재의 신앙인들도 ‘성령으로 불타는 체험을 말씀을 통해서 얻을 수는 없을까’라는 바람이 작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경신성사성이 「강론 지침」(Homiletic Directory, 2014.6.29)을 있게 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이 지침의 탄생은 “평신도는 강론을 듣는 것이 어렵고 사목자는 강론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복음의 기쁨」, 135항)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은 강론이라는 주제에 상당한 부분(145항~175항)을 할애하고 깊이 숙고하고자 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모인 주교들은 강론의 실태와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밝혔으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과 「사랑의 성사」에서 강론을 위한 지침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망에서, 경신성사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헌장」 규범과 그 이후 교도권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미사 독서 목록』의 지침과 「미사경본 총지침」에 비추어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강론 지침」을 마련했다.

 

제1부 ‘강론과 그 전례 배경’에서는 강론의 본성, 기능 그리고 그 구체적 맥락을 기술한다. 또한 강론을 규정하는 다른 측면들인 강론을 할 자격을 지닌 성품 교역자, 하느님 말씀의 규범, 강론 작성을 위한 직접적 준비와 간접적 준비, 강론의 청중 같은 문제들도 다루었다. 

 

제2부 ‘강론 원리’에서는 강론자가 강론을 준비할 때와 실제로 강론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고 고려해야 할 방법과 내용이라는 핵심 문제들을 밝혔다. 그래서 전례주년의 핵심에서 출발해 ‘성삼일, 부활 시기, 사순 시기, 대림 시기, 성탄 시기, 연중 시기’ 주일과 축일의 주기에 따라 독서 주제와 평일 미사 강론, 혼인과 장례 예식 때 하는 강론의 핵심도 제시한다. 

 

분문에 더하여 두 개의 부록을 실었다. 첫째 부록에서는 강론과 교리의 연계를 보여 주려는 의도로, 주일과 축일의 3년 주기 독서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교리의 주제들을 참조할 수 있도록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항들을 제시했다. 둘째 부록은 강론에 관한 교도권의 가르침들을 참조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교회에서 부분적으로 강조했던 강론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와 지침들을 포괄적이며 명확하게 제시하려는 노력과 일선 사목자들에게 성경, 교리, 전례, 생활의 밀접한 관계 안에서 강론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지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론은 전례 거행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포라는 특성을 강조하면서 “강론은 간결하고 연설이나 강의를 닮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138항)라고 한 당부를 언급한다. 

 

또 강론은 중요한 주제, 성경 주석, 교리 교육 그리고 개인적 증언은 아니지만 실제로 강론의 요소로서 효과적일 수는 있다는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론자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하느님의 말씀이 지금 여기(hic et nunc)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선포하는 것”(6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지침이 나자렛의 회당에서 이루어진 그리스도 선포에 관한 루카 복음(4,16~30 참조)이 강론이 갖는 고유한 본성을 잘 보여준다고 제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강론을 통한 전례 안에서의 말씀 선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침이 제시한 네 가지 주제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첫째, 전례 거행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차지하는 자리의 중요성이다. 

 

둘째, 공의회가 밝힌 가톨릭의 성경 해석 원리들이 있다. 

 

셋째, 강론자가 성경과 전례를 그러한 원리에 따라 이해한 결과가 있다. 그 같은 이해는 강론을 준비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바로 강론자의 영성 생활 전체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아야 한다. 

 

넷째, 교회의 선포를 듣는 사람들의 요구, 그들의 문화와 상황이 있다. 이를 고려하여 청중이 더욱 깊이 복음에 돌아설 수 있도록 강론의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2항 참조). 

 

일선 사목자들에게 강론은 양들에게 복음의 기쁨을 일으키고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면서도 자신의 대중 연설의 기술적 부족과 증거적 삶을 살지 못함, 그리고 영성적 빈곤에 대한 성찰로 인해서 위축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지침은 강론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핵심을 제시하며 격려해주고 있다. 

 

“강론자가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영성 생활의 중심으로 삼는 것, 자기 백성을 잘 아는 것, 시대의 사건들을 성찰하는 사람이 되는 것, 효과적으로 강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임을 다시 상기시키고 무엇보다 “자신의 영성적 빈곤 속에서, 믿음으로 성령을 초대하는 것이다”(3항)라고 하여 성령께 맡겨야 하는 수동적 내어줌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지침은 또한 강론자의 인격에 살아 숨 쉬는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강론자가 지녀야 하는 것은 하느님의 힘을 믿고 있는 자신의 확신을 청중이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전해야 할 메시지의 기준을 자신의 개인적 증언 수준으로 낮추어서는 안 되고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7항 참조) 

 

「강론 지침」은 세속화가 심화되고 기존 신자들의 새 복음화가 시급한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복음 선포에 따른 강론이 얼마나 전례에서 중요한 위치이며, 이에 따른 원리와 자각이 필요한 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강론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전례주년에 따른 시기별 주제들을 제시하고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내용들을 전례독서의 주기와 주제에 맞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제는 강론자가 믿는 규범(Lex credendi)과 기도하는 규범(Lex orandi), 그리고 삶의 규범(Lex orandi)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잘 연결하여 강론에 적용하는 일만 남았다.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12일,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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