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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성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빨간 부활 달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11 조회수6,467 추천수0

[세상 속의 교회읽기] 성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빨간 부활 달걀

 

 

안식일이 끝나는 첫새벽, 막달라 출신의 마리아(마리아 막달레나)는 마음이 급했다. 그저께 오후에 세상에서 가장 흠모하고 사랑하던 주님이 돌아가셨는데, 안식일이 시작되는 시간이 코앞이라 미처 그분의 시신에 기름을 발라 드리지도, 제대로 염을 해드리지도 못하였다.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안식일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안식일 다음날 새벽이 열리기가 무섭게 주님이 묻혀 계신 무덤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무덤에 도착해 보니, 야속하고 허무하게도 주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았다. 누가 시신을 모셔갔는지 아니면 빼돌렸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어쩌자는 도리가 없어 황망한 마음으로 되돌아서려는데, 그 앞에 주님이 계셨다. 첫눈에 그분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름을 불러 주시는 낯익은 음성에 이내 주님이심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주 예수님의 부활은 사람의 눈에 목격되었고, 그리하여 인류의 역사에 기록되었다. 

 

문득 1970년대 초반 세상에 선을 보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록 뮤지컬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Superstar)’에 나오는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멜로디가 퍽이나 서정적이고 가사 또한 사뭇 애절한 발라드였다. ‘그분, 주 예수님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겠노라(I don't know how to love him)’ 하소연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흠모하는 예수님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어쩔 수 없어서 마냥 작아지고 무력해지기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하고도 애처롭게 와 닿는 노래다. 

 

이 뮤지컬은 새롭고도 파격적인 현대의 시각과 해석에서 나온 작품이며,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쨌든 복음서들은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되살아나신 사실을 전하면서 하나같이 그 현장에 있었던 인물 중 하나로,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신 사람으로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름을 전한다. 

 

마리아 막달레나 또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 확실하고 구체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막달라 지방의 독실한 유다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10살 무렵에 고아가 되었다. 그 후 예수님을 알기 전에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먼저 알고 지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는 자신보다 6살 정도 젊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동생처럼 아끼셨다. 그런 인연으로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을 가까이서 따르게 되었다. 마침내는 예수님의 지상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또한 그분의 부활 현장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성인은 초대 교회의 복음 선포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추앙되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뵈는 순간 달걀 빨간색으로 변해 

 

성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린 성화나 이콘을 보면, 특이하게도 빨간색 달걀을 손에 든 모습으로 묘사된 장면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동방 교회에 전해 오는 오래된 전설이 있다. 이 전설에 따르면, 성인은 안식일 다음날 새벽에 예수님의 시신에 기름을 발라 드리고 장례를 제대로 치러 드리기 위해 무덤으로 갔다. 이때 달걀을 여러 개 삶아서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갔다. 함께 수고할 다른 여인들과 함께 식사 대신에 나누어 먹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성인은 무덤 앞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바구니에 들어 있던 달걀들은 놀랍게도 핏빛인 듯 선명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를 두고 그렇게 변한 달걀이 바로 예수님의 무덤 입구를 막았던 돌을 가리키는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하였다. 

 

또 다른 전설 역시 달걀이 빨간색으로 변한 일을 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증언하고 알린 증인으로서 성 마리아 막달레나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유다교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성인은 나중에 로마 귀족의 지위를 얻었고 또한 로마 황제를 만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성인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신 뒤에 로마 제국의 티베리오 황제를 방문하였다. 그리고 황제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날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예수님의 재판과 관련해서 유감의 뜻을 전하며 당시의 총독 빌라도를 비난하였고, 이어서 황제에게 예수님이 부활하신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성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달걀이 결코 빨간색으로 변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일 또한 절대로 없다고 대꾸했다. 그러자 성인은 만찬장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달걀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이 달걀의 색깔이 빨간색이 아니라면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지 않으신 것이지요.”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인의 손에 들려 있던 달걀은 빨간색으로 변하였다. 

 

이런 일이 있었으니 그리스도인들이 부활 대축일에 달걀을 삶아 먹고, 또한 곱게 색칠하거나 장식해서 선물로 주고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꼭 죽은 것만 같아 보이고 그 안에 도저히 생명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현상에서 상징적이고 비유적으로 주님의 부활을 연상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주님 부활을 증언하는 대단한 증인 

 

사실, 교회는 초기부터 마리아 막달레나 성인이 세상에 복음이 널리 선포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한 역할과 공로를 높이 평가하였다. 2~3세기에 로마의 주교를 역임한 히폴리토는 이 성인을 가리켜 ‘사도들의 사도’요 ‘새로운 하와’라고 일컬었다. 굳이 이 말이 아니어도, 성 마리아 막달레나가 ‘첫 사도’ 또는 ‘사도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불려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인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사실을 가장 먼저 그분의 제자들인 사도들에게 알려 주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동방 교회에서는 오랫동안 성 마리아 막달레나를 사도들 중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왔다고 한다. 

 

한편, 역사는 확실한 근거 없이 성 마리아 막달레나와 성경에 나오는 다른 마리아들을 혼동해 왔다. 먼저, 성인은 마르코 복음 14장과 루카 복음 7장에 나오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수님의 발을 씻어 드린, 그리고 일찍이 예수님께 죄를 용서받은 적이 있는 여성과 혼동되었다. 앞에서 말한 뮤지컬 역시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성인은 또한 마르타와 라자로와 동기간인 베타니아의 마리아(루카 10, 요한 11 참조)와도 혼동되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 진위를 가리는 것 또한 부질없는 노릇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분명한 점은, 이 모든 마리아들 중에서 성 마리아 막달레나가 확실하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도록’ 불리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르심에 따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성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대단한 증인이 되었고, 여러 곳을 다니며 복음을 선포하였다는 것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5월호, 이석규 베드로(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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