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감사송의 가운데 부분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감사하는 것은 상대가 베푼 호의나 표양에 대한 존중, 곧 예의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이롭다고 합니다. 감사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행위는 단순히 예의나 덕행의 차원에 있지 않습니다. 믿음과 구원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입니다. 어떤 영성가는 감사기도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온 생애에서 오로지 하나의 기도만 해야 한다면 ‘감사합니다’이다.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에크하르트). 루카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들을 고쳐주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병 환자 열 사람은 예수님을 믿어 치유의 은총을 받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되돌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린 사람은 한 사람, 사마리아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 19) 나머지 아홉 사람은 비록 몸의 상처는 깨끗해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온전한 구원은 받지는 못했다는 뜻이겠습니다. 차이는 단 한 가지, 감사를 드렸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입니다. 감사는 하느님께서 살아계시고 자비롭고 자기 삶에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백하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사실 감사하지 않는 것은 구원받지 못한 사람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2티모 3, 2)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그 사마리아 나병 환자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되었습니다.(나병은 세상의 잘못된 시선, 논리, 구조 따위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감사함으로써 믿음의 눈을 뜨게 되어 언제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는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도 않고 구속받지도 않습니다. 그 누구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습니다. 또한 거짓과 불의에 맞서 싸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특히 가난한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 억눌린 사람, 앓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다가가 자신이 깨닫고 맛본 거룩한 사랑을 나눕니다. 나아가 봉사를 하다 재산이 축나도, 환자를 간호하다 전염되어도 마음에 두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죽음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감사송 중심 부분은 변하는 부분으로 다양한 내용 담아 감사송은 말 그대로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바치는 기도이며 노래입니다. 감사송을 이루는 세 부분 가운데 시작 부분과 마침 부분은 고정된 형태지만 중심 부분은 변하는 부분으로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내용에 따라 감사송이 구분되고 그 이름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이 중심 부분에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이유가 나타납니다. 곧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주신 모든 호의와 선물을 기억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선물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이루신 구원 업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한 역사 사건들의 기억으로서 표현됩니다. 이렇게 고대 로마 교회의 감사기도에는 감사송의 수효가 많았습니다. (동방 전례의 감사기도에는 하나의 감사송만 들어 있습니다) “베로나 성사집”이라는 고대 로마 전례서에는 267개가 넘는 감사송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송의 수는 차츰 줄어들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나온 1570년 비오 5세 미사경본은 여덟 개만 사용하였습니다.(성탄, 공현, 사순, 거룩한 십자가, 부활, 승천, 성령강림, 사도) 그 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몇 감사송들이 보충되어(위령, 예수 성심, 그리스도왕, 삼위일체, 동정 마리아, 성 요셉, 공통 감사송)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 미사 통상문에는 15개의 감사송이 있었습니다. 공의회의 전례 개혁으로 감사송은 옛날 성사집 전통으로 되돌아가 다시 꽃피게 됩니다. 2002년 로마 미사경본에는 되풀이하는 것을 빼고도 97개의 감사송을 싣고 있습니다. 한편, 성모 미사경본에는 46개 미사를 싣고 있는데 모두 고유 감사송을 갖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지역교회들은 감사송을 더 만들어 사용합니다.(한국어 새 미사경본은 한국 주교회의는 인준하였지만 아직 사도좌의 승인을 받지 못하여 출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례 시기, 축제나 특정한 날의 주제에 맞게 표현 감사송 중심 부분에서 감사의 동기는 구원 역사 전체가 아니라 한 부분이나 한 측면을 기억하면서 밝혀집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자세하고 순환적 방식으로 전례 시기나 축제나 특정한 날의 주제에 맞게 표현됩니다. 그러므로 감사송들을 모두 함께 모아보면 교회가 가꾼 아름답고 장엄한 감사의 꽃밭을 볼 수 있습니다. 미사경본에는 감사송들은 감사기도 앞에 “감사기도 묶음”에 들어있고 다른 부분들에도 흩어져 있습니다. 연중 시기의 주일에는 “연중 주일 감사송”들을 바칩니다. 구원의 역사와 신비에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다양하게 노래합니다. 전례 시기들에는 각 시기의 고유 감사송을 바칩니다. 대림, 성탄, 공현, 사순 감사송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사순 1주일에서 5주일까지는 세례 여정에 맞추어 사용할 수 있도록, 가해 복음에 맞추어, 주님 유혹, 사마리아 사람, 태생 소경, 라자로 감사송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활, 승천, 성령강림 감사송들이 있고, 성찬 감사송들도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편, 삼위일체, 예수 성심, 성체성혈, 그리스도왕 대축일과 주님의 축제일(주님 봉헌, 탄생 예고, 거룩한 변모, 십자가 현양)에는 고유 감사송이 있습니다. 성모님과 천사 성인 축일들에도 그 미사에 맞는 감사송을 바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 미사에는 고유 감사송과(성모 승천 대축일과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공통 감사송이 있고, 성 요셉, 성 요한 세례자,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 미사에는 고유 감사송이 있습니다. 대천사와 천사 미사에는 천사 감사송을 바치고, 성인들 축일에는 유형에 따라(사도, 성인, 순교자, 목자, 동정 성인과 수도 성인) 감사송을 선택하여 바칩니다. 다만,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에는 고유 감사송이 있습니다. 성당과(라테란성당 봉헌은 고유 감사송) 제대 봉헌, 서품과 혼인과 수도 서원 예식 미사를 위한 감사송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죽은 이들을 위한 미사에서 바치는 위령 감사송들도 있습니다. 신심 미사에서는 성령 감사송과,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미사의 감사송이 따로 있습니다. 한편 “공통 감사송”들은 구원과 찬양에 관한 일반적인 주제들을 다룹니다. 참고로, 공통 감사송 6은 감사기도 제2양식의 감사송입니다. 개인적인 감사의 마음을 사제가 노래하는 감사송에 실어 우리에게는 감사할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한다. 불평하는 영혼은 천국에 살면서도 불평한다.” 우리는 봄철의 꽃과 가을철의 단풍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산과 바다의 장엄함에 감탄합니다. 가족의 사랑과 어린아이들의 순수함, 사회 활동가들의 헌신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농부와 어부, 노동자와 학교 선생님들의 수고에 대하여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화에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소박한 음식과 술이 있는 자리에도 참으로 감사할 수 있습니다. 감사송에서 교우들의 다양한 정감을 모두 표현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감사송들에 사용되는 여러 개념과 표현들이 “신학의 숲”, “신심의 늪”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L. 다이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회중에게 차갑고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활동에 힘입어 우리는 언어에 매이지 말고 자신의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감사의 마음을 사제가 노래하는 감사송에 실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올릴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월호, 글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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