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전례] (14) 포도주와 물, 성체와 성혈 섞음 예식
그리스도 몸과 피 일치… ‘생명의 양식’ 상징 세라 : 얼마 전 저희 본당 보좌신부님이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는 몸에 안 좋지만, 포도주와 물을 섞으면 생명의 양식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민이 : 아, 안 그래도 신부님께 여쭤보려 했어요. 미사 중에 신부님이 포도주와 물을 섞으시던데, 무슨 의미가 있나요? 티모 : 미사 중 성찬 전례에서 사제는 예물 준비 기도를 바치기 전 포도주에 물을 섞습니다. 이 예식은 최후만찬 때 예수님께서 하신 행동에서 그 기원을 두고 있죠. 또한 순수한 포도주를 그냥 마시지 않던 당시 풍습과도 연결되어요. 민이 : 이렇게 섞는 것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와 물을 상징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던데 맞나요? 티모 : 어느 면에서는 맞습니다. 초세기의 교부들이 이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피와 물(요한 19,34)을 암시하고, 여기서 교회와 성사들의 탄생을 상징한다고 보았지요. 또한 포도주와 물을 그리스도 안에서의 신성과 인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고, 더 나아가 신약에서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 몸의 지체인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성에 참여한다(2베드 1,4 참조)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세라 : 영성체 전에 신부님이 성체를 나누시고 일부분을 성혈에 넣는 것 같던데… 왜 그렇게 하는가요? 티모 : 자세히도 보았군요! 사제는 축성된 빵을 나눈 다음 그 작은 조각을 성작 안에 넣으며 조용히 기도합니다. “여기 하나 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이를 받아모시는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이 되게 하소서.” 아주 오래된 증언에서 이 섞음은 한 분이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본래대로 합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특히 고대 시리아교회 증언에 따르면 빵과 포도주를 따로 축성하는 것은 육과 영이 갈라진 그리스도의 죽음을 상징하고,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섞는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로 그분 몸과 피가 일치함을 상징한다고 보았지요. 8세기경 교황 전례에서는 이 섞음 예식이 두 종류로 거행됐는데, 한 가지는 평화의 인사 후 그 전에 거행한 미사 때 이미 축성된 빵(Sancta) 조각을 지금 거행하는 미사 중 축성된 포도주에 섞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됨을 표시했죠. 다른 하나는 교황이 축성한 빵의 조각(Fermentum)을 인근 구역 사제들에게 주면, 사제들이 그곳 미사에서 축성된 포도주에 섞어 교황을 중심으로 일치를 상징했다고 합니다. 세라 :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합치되어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양식이라는 상징이라는 말씀이 와 닿네요. 티모 : 그리스도 몸과 피의 일치, 그리고 그것을 모시는 사람도 그리스도와 일치하기를 바라는 예식이라 하겠지요. 이러한 예식의 의미처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치를 이루면 좋겠네요.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10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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